[전재학 교단춘추]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교사, 박수받고 퇴장한다
[전재학 교단춘추]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교사, 박수받고 퇴장한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7.1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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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 5060 세대의 퇴장을 부추기는 사회의 현상이 넘쳐난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이뤄지고 난 이후 자의식이 형성된 ‘MZ세대(1981~2010년 출생자)’의 출현이 돋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한민국 정치사 70년이 넘도록 달라질 것 같지 않던 보수 정당의 모습이 젊은 피의 대표를 선택함으로써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또한 4•7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정의와 공정을 바라는 염원은 20대 청년들의 시대정신이 되어 반영되지 않았던가. MZ세대에겐 보수, 진보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취업도 어렵고 기껏해야 비정규직 일자리에 기대야 하는 ‘88만원 세대’, 그러다보니 결혼은 꿈도 못 꾸고 연애조차 포기해야 하는 ‘N포세대’라 불리는 그들에게 절망적 현실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와 사회의 변혁만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바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것이다. 흔히들 ‘사람이 바뀌어야 제도가 바뀐다’고 믿고 있다. 늘 ‘그 밥에 그 나물’을 즐길지라도 안빈낙도를 최상의 가치로 삼았던 옛 선비 정신도 ‘변화’라는 상수(常數)에는 결국 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 기성세대의 완강한 본능적 저항이 얼마나 치열하게 펼쳐질 것인가 하는 예측과 우려다. 하지만 할 만큼 역할을 다한 기성세대들이 서서히 자리를 물려주고 아름답게 퇴장할 수는 없는 것인가? 과거에 비록 정치의 흑막에 따른 것이라 할지라도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라고 외치며 박수받고 퇴장했던 맥아더처럼 말이다.

아름다운 퇴장이 우리 교단에서 봄날 아지랑이처럼 그리운 것은 왜 그럴까? 오늘의 학교 현장은 바람직하든 그렇지 않든 속칭 5060 세대인 (원로)교사들의 명예퇴직이 증가하고 있다. 원로 교사는 교육계에서 한 우물을 파고 살아 온 산증인들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세상 경험이 풍부하고 교수법이 탁월하며 여유 있는 인생관으로 삶을 관조하던 노(老) 선비나 학자처럼 존경을 받는 교육 전문가이다. 그런데 그들이 학교를 떠난다. 세찬 비바람에 더는 추한 꼴 겪지 않고 아름다운 흔적만이라도 남기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굳건히 제 자리를 지키는 원로 교사들이 있다. 교사 A, 정년을 1년 남기고 있지만 3학년 학급 담임을 자원하여 그 힘든 진학지도를 과오 없이 해내고 있다. 교사 B, 역시 정년을 2년 남긴 상담교사로 특이한 정서반응을 보이는 위험군 학생들을 위해 밤낮으로 상담에 임하며 자식처럼 사랑으로 이끈다. 교사 C, 50대 후반의 비담임 교사로 수업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다. 실시간 쌍방향 온라인 수업의 기법을 배워서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수업을 진행하고자 절차탁마의 모범을 보인다. 교사 D, 정년을 2년 남긴 수석 교사로 바람직한 수업의 틀(frame)을 만들고 이를 구현하고자 젊은 교사들에게 연수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수업자료를 제작하여 배포하는 등 책임을 다하고 있다. 교사 E, 50대 후반의 교사지만 학생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교실이나 학교 어디서든 학생들과 존댓말로 대화를 나눈다.

학교 공동체는 이런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지탄을 받는 원로 교사들도 많지만 이들처럼 동료 교원과 학생, 학부모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유지하며 인화를 다지는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교사들이 있다. 이들 원로 교사들은 사람의 향기가 만 리까지 퍼진다는 ‘인향만리(人香萬里)’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남기는 교육의 흔적은 아름다운 인간의 무늬가 되어 학생과 후배 교사들의 가슴에 살아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고 하듯이 우리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그들의 삶이 항간의 혹독한 교사 때리기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고 영예롭게 교직을 마무리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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