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 눈] 숙제만 떠안은 교원양성체제개편안
[에듀프레스 눈] 숙제만 떠안은 교원양성체제개편안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7.13 2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박새봄 경인교대 3학년

 

2020년 진행된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에 대한 사회적 협의에 따라, 교육부는 올해 ‘교원양성체제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부 시안을 제출하여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논의 절차와 교육부 시안의 내용을 포함한 혁신위원회의 전반적인 운영이 지난해 사회적 협의 결과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전국의 초등 예비교사들이 모인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가 상존하는 상태에서 오늘(13일) 대외비로 유지되었던 교육부 시안, 이른바 ‘교원양성체제 발전방안’의 내용이 공개되었다. 필자는 초등교원양성기관인 교육대학의 학생으로서, 교원양성과정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교육부 시안에 대한 의견 작성을 요청받아 초등교원양성체제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글을 작성하였다.

이번에 발표된 시안에서 가장 눈에 띄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융합전공’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새로운 제도를 신설하는 것 같지만 교육부가 이전에도 추진했던 초중등 교원 자격 유연화와 같은 맥락에서 제시된 방안이다. 이 때문에 자격제도의 변화와 관련하여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려가 커지자 교육부는 이 방안은 자격제도 변경을 포함한 내용이 아니라고 하며, 융합전공으로 다른 학교급의 교원이 될 수도 없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교육부가 제출한 방안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초등교육과에는 ‘심화전공’이 존재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본인이 선택하여 국어, 수학 등 초등에서 다루는 각 과목을 심화해서 배우거나 교육학, 특수교육 등을 배우게 된다. 보통 한 학기에 듣는 7~10개의 수업 중 1개 정도 심화전공 수업을 듣고, 나머지는 전체가 공통된 내용을 배운다. 교육부는 이러한 심화전공 18학점을 기반으로 ‘융합전공’을 취득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목적은 ‘다양한 교과를 아우르는 교과 융복합 역량’을 기른다는 것인데, 심화전공으로 특정 교과에 대해 배우는 것이 교과 융복합 역량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초등교원은 일반적으로 전 교과를 가르치기 때문에 교육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전 교과에 대한 ‘교과교육론’을 배운다. 일차적으로 교과 내용을, 나아가 교과별로 수업 모형과 교수전략 등을 배우고 실제 실연을 통해 활용을 익힌다. 이는 교과의 영역이고, 여기에 교육학, 학생 상담 등 교직이론과 실무에 대한 영역이 함께 존재한다. 교과 내용에 대한 지식이 자연적으로 내용 교수 지식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모든 과정이 중요하다. 흔히 많이 안다고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내용과 교수전략은 물론, 학습자에 대한 이해, 교육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만약 융복합 역량을 기르고 수업 협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 한 과목을 더 심화해서 학습한 뒤 명칭을 ‘융합전공’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교과 융복합에 대한 경험, 교육과정 설계 경험, 협업의 경험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초등에서는 기초 교육과 인성 등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만큼 이를 강화하는 방안도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위와 같이 다양한 과정이 있음에도 대학수업에는 한계가 있기도 하다. 교과 내용의 폭이 넓어 이를 모두 다루는 것만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실제 현장과는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실습을 통해 가장 많은 것을 배운다고 느끼고, 당연하게도 실습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실습을 한 경우가 있는데, 실습 경험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교육부 시안 중 실습학기제 방안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습이 이렇게 중요한 만큼, 그 방식을 정하기 위해서도 다각도로 고민이 필요하다.

실습은 대학에서는 한계가 있었던 실제 수업 경험의 기회이기도 하지만, 대학과는 다른 현장 학교 문화의 경험이기도 하다. 총체적인 경험을 하는 만큼, 지역에 따라, 학교에 따라, 지도교사에 따라 그 과정이 천차만별이다. 이를 두고 학교마다 다르다는 ‘학바학’과 같은 말이 나오고, 실습 내용의 차이가 크게 난다며 개선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수업 준비만 해도 지도안 작성을 가장 기본으로 보고 중시하는 경우, 양식보다는 실질적 수업 준비 과정을 중시하는 경우가 다르고, 협력을 중요하게 보는 경우 실습생들이 협력수업을 준비하도록 하기도 한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이러한 경험의 차이를 통제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현재 대부분 초등교원양성기관에서 택하는 단계적 실습 방식에서 여러 번 실습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3~4년간, 참관-수업-종합 실습으로 이어지는 실습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간 확대도 필요한 요소지만 방식 자체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아야 하고, 이를 전체 교육과정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도 필요하다.

안정적인 실습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실습처 확보 등에서 현재보다 훨씬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필자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과거 교육청 정책 변화로 인한 실습학교 부족 문제로 한 학교에 300여 명이 동시에 실습을 가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협력 체계 마련’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교육부 시안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전반적으로 큰 방향이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지난해 사회적 협의 결과에 충실한 것도 아니기에 많은 의문이 생긴다. 교원양성체제를 통해 어떠한 교원을 길러내고자 하는지, 교원양성 교육과정의 목표가 무엇인지, 지향점이 부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제시된 배경과 방안도, 각 방안끼리도 따로 논다. 미래 지향적 교원양성체제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면, 그 지향점을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 희망찬 미래를 기대한다면,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지부터 함께 고민하며 차근차근 과정을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