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교사의 트라우마와 학교 관리자의 겸양지덕
[전재학의 교단춘추] 교사의 트라우마와 학교 관리자의 겸양지덕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7.02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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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에듀프레스] 지난 5월에 교육과정 연례행사 중의 하나로 ‘수업 공개의 날’이 있었다. 이는 전국의 초⋅중⋅고 대부분의 학교가 비슷한 시기에 실시하는 공통된 행사이기도 하다. 학부모 상담 주간을 병행해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업을 공개하는 큰 교육 행사이기도 하다.

이로써 학교는 교사와의 상담과 수업 활동을 공개함으로써 자녀 교육의 실제를 학부모에게 선보인다. 더불어 이는 학교 교육과정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올해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수업 공개의 날에는 연간 교과학습지도 계획에 따라 정해진 교과별 단원과 지도 계획에 의거해 수업을 실시한다. 이날은 교사의 (약식) 수업지도안을 제출하는 관례를 따른다. 하지만 그것이 교원단체와의 협약 사항에서 의무적으로 교사 전체가 학습지도안을 제출하지 못하게 규정화함으로써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니 공개 수업일지라도 교사의 수업이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에 대한 파악이 어렵다.

이에 필자는 교과지도 상황을 인지하고자 수업 성찰록을 통해서 교내 수업장학의 일환으로 삼고자 하였다. 왜냐면 수업 공개 다음 날에 전체 교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시간이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담당 부서(연구부)는 자기 수업에 대한 이야기 나눔(성찰)을 만남의 주제로 설정하여 사전에 모두에게 공지를 했다.

문제는 A교사의 끈질긴 저항이었다. 수업지도안을 의무적으로 제출할 수 없듯이 수업 성찰록 역시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필자는 A교사와의 대면을 통해 취지를 설명하고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야기 나눔을 가졌다. 대뜸 A교사는 교사의 전문성을 내세워 수업의 완전 자율성을 주장했다. 더불어 수업에 대한 통제와 감시의 부당함을 통렬히 역설했다.

아! 수업 나눔을 통제와 감시로 받아들이다니 참으로 난감했다. 그리고 A교사는 교원 노조와의 합의 사항을 재강조했다. 물론 그동안 교내 수업 장학이 이제는 많이 약화되어 그 형식마저 사라져 가는 추세이지만 이는 엄연히 법적으로 보장된 교육활동이다. 즉, 교원 노조와의 합의 이전에 상위법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결국 A교사는 담당 부서에서 일정한 양식을 제작하여 제공한 수업 성찰록 마저 독단적으로 제출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교사가 어떤 수업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수업을 했는지는 학부모들을 위해 학교 홈페이지에 당일 한시적으로 올린 공개 수업 자료를 통하여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아닌 수업자료를 올려 공개하는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지금도 귓가에 A교사의 항변이 메아리친다. “아직도 교사를 통제하고 감시하려 하십니까?” 이 말은 시대가 흘러 민주화된 지금도 여전히 일부 교사(들)의 가슴에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관리자에 대한 불신과 저항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트라우마의 잔재다.

필자는 A교사의 저항에 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그동안 학교 관리자의 관행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았다. 학교의 관리자는 어떻게 교무를 총괄하고 관리해야 하는가? 교내 수업장학은 유명무실한 형태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인가? 생각이 꼬리를 물며 우리 교육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최근까지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속담처럼 그동안 우리 교직은 권위적인 학교 경영의 후유증으로 교사들이 상처의 트라우마를 간직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필자 또한 정년을 2년 남긴 교감이란 직책으로 학교 관리자로서의 역할과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학교 현장은 관리자들과 교사 간에 갈등과 반목이 난무한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무엇보다도 누구를 탓할까, 그 원인을 관리자 자신들로부터 찾고자 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듯이 지나친 권위 의식으로 충만한 전통적인 관리자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 경력이 많아 교사보다 더 많이 알고 경험이 많다는 것은 분명 관리자의 장점이다. 하지만 역지사지하는 자세로 돌아가 이제 갓 교직에 입문한 교사나 그리 경력이 길지 못하여 업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익숙지 못한 교사들에게 일부 관리자들은 어떻게 행동했고 지금도 그러한가. 혹시 자신도 모르게 관행과 습관에 의해 고성으로 훈계하고 질책하는 관리자들이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이는 결단코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음과 겸손하지 못한 행위의 극치다. 아직도 관리자에 따라서는 마치 가부장적 권위의 가장(家長)처럼, 군대나 기업의 상명하달의 상급자처럼 명령하듯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언어는 보다 겸손의 미덕과 성숙함이 요구된다.

상대를 존중하고 존대하는 언어를 유지해야 함은 상호존중의 기본이다. 이는 어린 학생을 교육하는 모든 교사 본연의 교육하는 자세에서 습관적으로 형성되기 마련이다. 또한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한두 번 설명으로 완전한 이해를 기대할 수 없듯이 인내와 친절을 기반으로 인생 선배나 교직의 선배로서 업무를 설명하고 안내하는 자세가 관리자들에게 절대 필요하다. 이는 필자가 학교 관리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초창기에 직접 경험으로 체득하였다. 학교장의 권위 의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간직하게 되었다.

학교 문화는 관리자에 따라 교직원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가족 같은 훈훈한 분위기에서 즐겁게 생활하는 학교와 관리자에 반목하고 갈등하며 사사건건 이견으로 학사운영이 어려운 학교도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학교의 관리자는 스스로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한탄하기보다는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고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겸양의 미덕을 쌓아가야 한다.

과거 어느 퇴임 선배 교장은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제부터 교장은 금메달이 아니라 목메달이 될 거야!” 당시는 웃고 넘긴 한 마디였지만 현실로 다가온 관리자의 실상이 되었다. 하지만 교육자로서 현실에서는 갈수록 외롭더라도 인생 자체가 결코 덧없지는 않다. 겨울에도 인고의 꽃을 피우는 동백과 같이 교직의 명예와 가치를 지켜나가는 관리자가 되길 기대하는 마음이다. 더불어 모든 학교의 관리자는 ‘춘풍추상(春風秋霜)’, ‘외유내강(外柔內剛)’의 교훈을 다시금 되돌아볼 것을 이 글에 진심을 담아 감히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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