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형의 에듀토크] 컴퓨터실, 점포정리
[김남형의 에듀토크] 컴퓨터실, 점포정리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6.27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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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남형 경기 여주송촌초교사
김남형 여주송촌초 교사
김남형 여주송촌초 교사

[에듀프레스] 데스크톱 기반의 컴퓨터실은 피할 수 없는 불편함을 내포한다. 모니터는 방해꾼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배치에 아무리 신경써도 둘 중 하나다. 얼굴을 가리거나 등을 돌리게 하거나.

본체는 또 어떠한가. 자리 배치의 자유를 제한한다. 일제식 자리가 좋아서 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틀에 박힌 공간은 컴퓨터실의 이미지를 전산실로 만든다. 수업에 통제와 따분함이 깃든다.

다양한 대체 기기들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노트북은 가격이 비쌌고, 넷북은 성능이 아쉬웠다.

또다른 문제도 생겼다. 윈도우 OS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이 점점 늘어난 것이다. 그들에겐 안드로이드나 ios에 비해 직관적이지 않은 윈도우 OS가 답답할 따름이다. 모니터 화면을 만지작 거리며 터치가 안된다고 말하는 학생을 보면 세대의 변화가 느껴진다.

그렇다고 학생 개인 스마트폰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먼저 미보유 학생을 고려해야 한다. 신형과 구형의 간극도 성인보다 큰 편이라 성능 차이도 신경써야 한다. 화면이 작아서 발생하는 불편함도 있다. 학교 와이파이를 공유할 수도 없어 학생의 요금제까지 고려하다보면 포기하게 된다.

최근 온라인 수업을 위한 정보화 기기 지원 사업을 통해 학교의 ICT 교육은 개혁을 맞이했다. 많은 학교에서 태블릿PC나 크롬북 등의 기기 체제를 갖춘 것이다. 컴퓨터실의 틀에 갇혔던 ICT 교육이 교실 안으로 훌쩍 뛰어들어왔다.

교실 수업에서 필요한 찰나에 순간순간 활용이 가능하다. 휴대가 간편하다보니 모둠활동에서 소통이나 역할 배분이 자유로워졌다. 온라인 수업을 통해 키운 공유플랫폼 활용 능력은 협업에 날개까지 달아주었다.

문서 작업이나 발표에 사용되었던 기존 프로그램들은 웹플랫폼이나 앱으로 대부분 대체 가능하다. 필요한 앱 사용 방법에 대해서도 가르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네이티브인 그들은 교사보다 더 빠른 적응력으로 스스로 방식을 터득해나간다.

부착된 카메라로 학생들은 자신만의 컨텐츠를 개발·편집할 수 있다. 더불어 아날로그 활동 결과까지 온라인 공간으로 불러와 또다른 작업을 시도하는 등 기존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문득 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편하고, 쉽고,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기기가 교실 속으로 왔다. 스마트폰을 처음 사들고 집에 왔을 때처럼 기대되고 설렌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전개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있을 때에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지금 우리의 모습 말이다.

편하고, 쉽고, 다양한 활용도라는 기대에 가려진, 정작 더 중요한 무언가는 없는지 하나하나 살펴볼 시점이란 생각이 든다.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레트로 현상처럼 컴퓨터실 시절이 그리웠는데, 라고 후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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