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피해학생 즉시분리 지침 교육현장 발칵 .. 교사들 “학폭 민원 폭주할 것”
학교폭력 가·피해학생 즉시분리 지침 교육현장 발칵 .. 교사들 “학폭 민원 폭주할 것”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6.23 16: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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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교육현장 시행 실태 모니터 한 뒤 7월중 제도개선 모색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학교폭력이 발생한 경우 가·피해 학생을 즉시 분리하고 별도의 공간에서 학습활동을 하도록 한 학교폭력예방법 및 시행령이 23일부터 시행되면서 교육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가·피해학생 분리과정에서 당사자들이 반발, 항의성 민원이 폭주할 뿐 아니라 법적 대응에 나서면 학폭담당 교사가 모든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

일선학교의 학교폭력업무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이 도리어 교사들에게 큰 법적 행정적 부담을 안겨주게 된 셈이다.

특히 가해학생을 별고 공간에 분리토록 한 규정은 소규모학교에서는 분리의 실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이들이 특정 공간에 모여 있게 하는 것은 군대식 영창을 연상케 해 비교육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21일 전국시도교육청에 보낸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 안내 공문을 통해 학교의 장은 학교폭력사건을 인지한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지체 없이 가해자(교사 포함)와 피해학생을 분리하도록했다.

‘즉시분리’는 최대 3일 범위 내에 실시하되,즉시분리 시행일 당일은 분리기간에 산입(초일 산입)되며, 공휴일이나 토요일이 분리기간에 포함되더라도 이를 기간에 포함하여 계산된다고 밝혔다.

또 학교는 즉시분리 제도 시행을 위해 학교 내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즉시분리 기간 동안 관련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교육자료 제공, 원격 수업 등의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특히 학교 내에 별도 공간 마련이 어려워 가정 또는 기타 학교외의 장소(Wee 센터 등)를 이용하여 분리조치를 시행한 경우, 분리 기간은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 결석하는 경우’로 처리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교사들은 교육부의 이같은 지침이 교육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난한다.

우선 즉시분리를 위해 가해-피해학생을 판별해야 하는 부담감을 호소한다. 학폭 사안 대부분이 쌍방인 경우가 많아 가해자 역시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 반대로 피해학생 역시 “내가 왜 분리 돼야 하느냐”며 학교 측에 항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리조치에 항의하는 보호자가 법적 조치를 강구하는 경우 그 부담은 온전히 학교와 학폭담당교사가 질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자신의 SNS에 “학폭심의위가 교육지원청으로 넘어가 교사들이 법적인 부담감에서 벗어나 관계회복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 시행령으로 학교가 다시 법적 조치로 인한 두려움으로 교육활동이 상당히 위축될 수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가·피해 학생 즉시분리는 또 각시도교육청이 일선학교에 보낸 학교폭력예방대책 매뉴얼과도 상충된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매뉴얼에서는 가해-피해 학생을 단정짓지 말고 ‘관련학생’이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이번 교육부 시행령은 가·피해 학생을 즉시분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학교 현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학폭법 개정의 취지는 학교에서는 섣불리 가·피해를 단정짓지 말고, 학교장 자체해결제를 통해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관계회복에 노력하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번 개정으로 초반부터 가해-피해를 단정지을 수 밖에 없어 회복적 조치는 거의 불가능하게 됐다며 이전의 ‘너 죽고 나 살자’식의 모습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미 기존 법안으로 분리(보호조치 1, 2, 6호)가 가능함에도 즉시분리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가해학생의 경우 '수업권 박탈'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고 피해학생은 '제도의 미비'를 이유로 민원을 제기, 학교와 교사만 샌드위치 신세가 될수 있다고 경고했다.

별도의 공간을 마련 가 피해학생을 분리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과밀학급 학교의 경우 격리공간 확보도 어려운 경우가 많을 뿐 아니라 한 학년에 1~2학급인 소규모학교는 별도의 공간에 두는 것이 실질적 의미가 없다고 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가해학생들을 별도의 공간에 모아놓는다는 것이 군대식 영창과 비슷한 성격이어서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교육부는 교육현장의 의견을 수렴, 제도 개선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원용연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은 "시도교육청과 함께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 시행 실태를 모니터 한 뒤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7월중 보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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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 2021-06-24 15:18:35
학교폭력 전담경찰관이 현재의 학교폭력책임교사 역할을 담당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교사는 책임경찰관과 협업하여 사안처리를 돕는 역할을 하고요. 기자님 글 잘 읽었습니다. 기사내용 공감하고요. 학부모님 입장에서 봐도 민원발생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보이네요. 가해학생이라는 단어만 가지고도 방방 뛰는학부모들 많은데.. 분리까지 시킨다고 하면 방방뛰어 학교 쫓아올듯... 물론 심각한 학폭사안의 경우는 분리시키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 접수되는 사안 중 대다수는 경미하지만 그놈의 법으로정해놓은 신고의무때문에 어쩔수 없이 접수하여 학교장자체해결하는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그런사안들도 분리시켜야된다는건데..하...여하튼 학폭책임교사인 저는 이 기사읽으면서 내년에는 학폭책임교사 절대 안하리라 마음 먹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