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달 칼럼] ‘국가교육위원회법안’, 임기 말 정권의 횡포
[조영달 칼럼] ‘국가교육위원회법안’, 임기 말 정권의 횡포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6.11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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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영달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조영달 서울대교수
조영달 서울대교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국가교육위설치법)”이 야당 없이 여당 단독으로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강행처리(6월 10일)되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이 후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치면 국가교육위원회는 연말에 출범도 가능하다. “야당과 협의 없이 여당 단독으로”는 지난 번 공수처법에서도 보았듯이 현 집권 여당이 지닌 장기(長技) 중의 하나이다.

국가교육위설치법이 설명하는 제안이유는 다음과 같다. ‘초정권적인 독립적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여 (소수의 교육전문가와 관료 중심의) 하향식 정책 추진이 아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미래교육비젼을 제시하고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교육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교육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함’이다.

하지만 국회 교육위를 통과한 국가교육위설치법은 그 설치 목적인 초정권적이고 독립적인 교육정책의 수립과 일관성 유지에 크게 반한다는 논란이 이미 제기된 상태이다. 이 법안에서 제안된 국가교육위원회가 대통령 소속인 점에 더하여 21명의 위원회 위원 중에서 대통령 추천(5명), 국회 추천(9명), 교육부 차관 등의 구성을 고려하면 친정부 여당 위원이 다수가 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통령의 정권적 입장이 교육정책 결정을 얼마나 쉽게 좌우하는지를 우리는 이미 목도한 바 있다. 2019년 9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길에 오르면서 ‘공정의 가치는 교육에서도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하였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후보자 청문회 정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대통령의 이 말 한마디로, 시민 500명으로 구성된 일종의 사회적 합의기관이었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에서 장시간의 격론 끝에 정해졌다는 대입 전형의 골격이 무너지고 수능 비중이 변화하였다.

대통령 소속의 국가교육위원회가 대통령의 명을 거역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 소속의 국가교육위원회에 “초정권적”이란 말을 붙일 수 있겠는가! 그것도 친 여당 위원의 수가 과반이 넘는 상황에서!

또한 교육정책의 초정파성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한다면 어떤 형태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대통령과 국회가 어떻게 이 위원회를 서로 통제할 수 있는가도 큰 논란거리였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대통령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가 있는가하면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독립된 행정위원회 형태 등도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외에도 국가교육위원회 논리 자체에 대한 비판도 여전히 남아있다. 예를 들어 교육이념을 달리하는 정부가 들어설 경우 기존 교육정책 실현이 가능하겠는가하는 문제나 교육업무가 지니는 다른 부처 업무와의 연계성이나 정책에서는 결정과 집행 및 평가는 같이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인데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를 따로 두는 것은 정부 조직원리에 부합하지 않으며 행정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다.

이러한 비판을 근거로 사회적 합의를 내세운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중앙행정기관의 설립보다는 분권과 국회 입법과정의 활성화가 더욱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즉, 국가와 지자체의 개입을 줄이고 오히려 학부모와 학생, 개별 교육기관의 자기결정권을 확대하면서 교육부의 권한을 분점하고 국회가 교육정책에 대한 이해관계 조정을 활성화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크게 다루어져야 할 여러 논란 거리에 대한 충분한 논의과정 없이 국가교육위설치법은 여당 단독으로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였다. 이러한 처사는 여당이 비난받아 마땅한 사항이다. 뿐만 아니라 통과된 법안 자체의 정당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왜 임기 초반의 많은 논의 기간을 뒤로하고 임기 말에 여당 단독으로 급하게 강행처리를 서두르는가? 이미 제기된 여러 논란 거리에 대한 논의 과정 없이 만들어지는 법안이 과연 실행가능한가? 임기 1년을 남기지 않은 정부가 교육정책에 참으로 중차대한 국가교육위원회를 급하게 추진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논의 없는 강행 통과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지속시키려는 ‘알박기’가 아닌가?

상황의 논리에서 보면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답해질 수 있는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 교육정책의 대못 박기”라는 비판을 들을 만 하다. 이 비판이 사실이라면 이는 임기 말 권력의 횡포라 할 수 밖에 없다. 조금 보태면 다수당 여당의 “다수의 독재”라 해야 할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 통과를 앞둔 10일 국회교육위원회. 국민의힘 등 야당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이뤄졌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 통과를 앞둔 10일 국회교육위원회. 국민의힘 등 야당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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