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일 서울교총회장, “공수처 수사 1호가 서울교육감? 교육을 만만하게 본 탓이죠”
김성일 서울교총회장, “공수처 수사 1호가 서울교육감? 교육을 만만하게 본 탓이죠”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5.28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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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맞은 김성일 서울교총 회장 인터뷰
김성일 서울교총 회장은 내년 교육감선거에서는 교육계 정권교체와 함께 초중등 출신 교육감이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일 서울교총 회장은 내년 교육감선거에서는 교육계 정권교체와 함께 초중등 출신 교육감이 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수많은 권력형 비리를 제쳐두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을 1호 수사대상으로 꼽았습니다.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습니다. 물론 의심되면 수사하고 잘못이 드러나면 처벌받아야죠. 하지만 ‘1호’라는 의미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심각합니다. 요즘 사회 문제로 자리잡은 교육 경시 풍토가 은연중에 터져나온 게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김성일 서울교총 회장은 취임 1년을 맞아 가진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조 교육감을 1호 대상으로 꼽은 것은 교육을 경시하고 만만하게 본 탓”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교육적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어 내년 교육감 선거와 관련, “서울에도 초중등 교원 출신 교육감이 나올 때가 됐다”고 언급한 뒤 “교육의 편향성을 탈피하고 다양한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육계 정권교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교육감 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할 때가 아니다”면서도 “서울교육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김 회장은 또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집중된 2학기 전면등교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성급하게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인터뷰는 지난 27일 서울창문여고 교무실에서 한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교권보호 활동에 전념 .. 발빠른 대응 적극적 법률 지원 큰 성과

-29일이면 취임 1년이다. 어떻게 보냈나?

“서울교총의 존재 이유는 회원이다. 회원인 선생님들이 없으면 교총도 없다. 그래서 지난 1년, 선생님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심지어 시내버스에 광고도 해봤다. 미움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라고 하지 않나. 교총이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회원들에게 알리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려 최선을 다했다.”

- 가장 두드러진 성과가 있다면.

“뭐니뭐니해도 교권보호 활동이다. 최근엔 사이버 교권침해까지 심해져 선생님들을 힘들게 한다. 서울교총이 운영하는 교권상담실에 상담 전화가 늘었다. 그만큼 현장이 힘들다는 증거다. 억울하게 소송을 당한 교원에게는 한국교총과 함께 소송비를 지원하고 법률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교권뿐 아니라 휴직이나 복무 등 교직상담까지 실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학교현장이 겪는 어려움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속도감 있는 지원이 크게 어필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 비교과교사 근무조건 개선에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다.

“영양·보건·사서·상담교사 등 비교과교사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성과급에서부터 인사, 근무여건 등 모든 면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었다. 교직 사회에도 그늘지고 소외된 곳이 많은 데 놀랐다. 앞으로 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고 격려하며 함께 전진해 나갈 생각이다. 기간제교사도 마찬가지다. 현재 서울 시내 초중고교에 5만여 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는데 근무 환경에 대해 세심한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최근 서울교육계는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수사로 시끄럽다. 특히 공수처 1호 사건이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데.

“해직교사 특별채용의 불법성 여부를 떠나 공수처가 1호 수사 대상으로 (조희연)교육감을 선택한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이 정부들어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범죄 사건이 어디 한두 개인가. 검찰 비리도 그렇고 LH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도 마찬가지다. 공수처에 접수된 1천여 건이 넘는 사건 중 유독 교육감을 1호로 지목한 것은 저변에 교육에 대한 강한 멸시와 경시가 깔려 있다고 본다.”

◇ 교육엔 보수-진보 따로 없어 ..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학생’

- 공수처법에 따르면 교육감도 수사 대상이다. 그게 왜 교단 경시인가?

“공수처 1호 사건이 갖는 상징성이 있다. 현직 교육감이 1번 타자로 불려간다면 일반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쳐지겠는가. 모르긴 해도 교육계를 가장 심각한 비리의 온상으로 오인할 우려가 크다. 조희연 개인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실 정부가 교육계를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나. 교육 좀 제대로 하게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 달라고 해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보직수당이 십수년 째 묶여 있어도 모른 척이다. 교사 정원은 학령인구 감소를 내세워 줄일 궁리만 한다. 공수처의 선택은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은 것 같아 개탄스럽다.”

- 서울교총 회장으로서 공수처의 교육감 수사를 비판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나? 오해가 있을 수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는데 제발 교육에서 만큼은 보수니 진보니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교육에 보수가 어딨고 진보가 어딨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이데올로기는 ‘학생’뿐이다.”

- 하지만 교육현장은 여전히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충돌하고 갈등한다. 서울교육도 예외가 아닌데.

“교육이 너무 정치화됐다. 그러다 보니 한쪽 진영만 쳐다보고 그쪽 목소리만 듣는 편중교육이 심해졌다. 교육은 다양성이 생명인데 지금 너무 획일화되어 있다. 조희연 교육감에게도 진보교육감이 아닌 ‘서울교육감’이 돼 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했다.”

- 편향교육의 대표적 피해자는 사학이라는 말이 있다.

“사재 털어 학교 짓고 육영사업에 평생을 바쳤는데 이제는 비리의 주범이 됐다. 심지어 사학의 호(號)는 ‘비리’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올 정도다. 정권 차원에서 사학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걸핏하면 ‘비리사학’으로 내몬 탓이다. 교육청 역시 시민감사관들을 내세워 사학의 사소한 실수도 침소봉대하고 매도한다. 그들의 고압적인 감사 태도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불만이 아주 많다. 당장 폐지해야 할 조직이다.”

◇‘교수 교육감’ 이제 그만 .. 초중등교원 출신 교육감 나와야

- 1년 후면 교육감 선거다. 어떤 사람이 교육감이 돼야 한다고 보나?

“교육청은 유,초·중등교육을 책임지고 아우르는 곳이다. 그래서 교육감은 교육현장의 아픔을 함께하고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동안 서울교육은 대부분 교수 출신들이 교육감을 했다. 그러다보니 현장과 유리된 정책들이 많아 아쉬움이 컸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는 초중등 교원 출신이 교육감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초중등 교원 출신이라면 회장도 해당되는 데 내년에 교육감 선거 출마하나?

“서울교육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돼 있다. 그러나 지금은 서울교총 회장으로서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감 출마는 그다음 문제다.”

 

-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후보 단일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도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 이야기가 나오는데.

“오세훈 시장이 모든 것을 보여줬다. 그게 정답 아닌가. 서울교육이 더욱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교육행정 주체도 달라져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교육계 정권교체가 필요하다. 단일화 여부가 승부처라고 본다.”

-교육부가 2학기 전면등교를 추진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성급한 생각이다. 코로나 확산세가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너무 앞서간다. 사실 고3 학생들에게 백신접종 의향을 물어보면 절반 이상이 안 맞겠다고 한다. 그만큼 불신이 크고 혹시 수능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들이 많다. 또 전면등교를 하게되면 학교가 고스란히 방역 책임을 져야한다. 교사들의 부담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학생의 건강과 안전까지 보여주기식 행정의 도구로 삼아선 곤란하다.”

- 서울교총이 안고 있는 숙제 중 하나가 상조회 문제다. 해결 가능성은 있나?

“우리는 건물을 매각해서라도 피해를 입은 회원들에게 원금을 돌려주고 싶은데 관할 서울시교육청은 3년째 묵묵부답이다. 일이 추진될만 하면 담당자가 바뀌는 바람에 쳇바퀴 돌 듯하고 있다. 빨리 해결해 드려야 할 텐데 답답할 노릇이다.” 지난 2018년 상조회 사건 이후 서울교총은 내부적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밤낮으로 항의 전화가 쏟아지고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험구도 많았다. 직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견디다 못해 직장을 그만두는 직원도 있었다. 서울교총 회관 매각 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아직 가타부타 답을 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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