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 교육시론] 고등학생 정당가입 허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은종 교육시론] 고등학생 정당가입 허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5.27 2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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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에듀프레스] 최근 선거관장 최고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관계법(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중앙선관위의 정당관계법 개정에는 현행 만 18세 이상인 정당가입 연령을 만 16세 이상으로 낮추자는 제안이 담겼다. 사실상 고등학교들에게 정당 가입의 길을 열어주는 법 개정이다. 고교 제1~3학년 전체 학생에게 정당 가입 길이 열리는 셈이다.

정당가입 가능연령을 만 16세로 낮추자는 중앙선관리위의 법률 개정 의견을 두고 교육계에서 상반된 목소리가 나온다.

정당 가입 연령· 선거 연령의 하향은 청소년의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찬성 의견도 있지만 학교 정치화에 따른 혼란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아직 미성년자로 정치 감수성이 결여된 고교생들에게 무분별한 정치 주입 혼란을 우려하기도 한다.

현재 청소년들의 헌법적 권리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과 세계 각국의 정당 가입 연령· 선거 연령의 하향은 대세이긴 하다. 하지만, 무조건 연령 하향을 추진하는 것은 금물이다. 헌법은 누구나 자유롭게 정당을 가입·탈퇴할 수 있고 설립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므로 청소년들도 정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헌법적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사정, 형편은 우리나라와 다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정당법 개정 의견에서 정당가입 자격은 되도록 넓게 개방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을 가입연령 하향 필요 이유로 꼽았다. 다만 미성년자 입당은 법정대리인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미성년자의 정당 가입이 그만큼 노록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각종 단체에서도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정책과 관련된 목소리를 정당을 통해 직접적으로 내기 위해서는 정당가입이 현재보다 자유로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시민교육 차원에서 미래 사회의 주역인 청소년들도 어려서부터 정당 활동을 시작하고 싶다거나 정당에 대해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접근과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긴 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권익신장 방법이 곧 정당 가입 연령 하향 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다.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물론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정당정치가 발달한 여러 국가에서는 청소년의 정당가입이 자유로운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국가 중에서도 정당가입 연령을 일괄 규제하는 곳이 드물다. 다만 이런 정치 선진국들의 사례를 특수한 여건인 한국 사회의 정치와 교육에 결부시키는 것은 위험한 실험이다.

물론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등에서는 정당 가입 연령을 정당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영국 노동당은 14세 이상 청년 당원을 대상으로 '청년 노동당'을 조직해 청년의 관심사를 정책에 반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모든 고교생들이 정당 가입이 허용되면 사실상 모든 정치활동이 허용된다는 의미이며 학교 내에서도 제약 없이 정당 홍보, 정당 가입 권유 활동 등을 진행할 수 있게 돼 ‘교실 내 정치장화’와 ‘학생의 학습권 침해’ 등의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이다.

지난 번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선거권 연령 문제의 논란에서 보듯이 정교한 정책 대안과 국민적 동의, 사회적 동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혼란을 불가피하다. 정당가입 연령 규제 완화가 학교 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학교 내에서 학생들끼리 정당 가입 권유나 정치활동을 하다가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 소위 이념적인 교사들이 학교에 상조하는 한 교묘하게 학생들을 선동하거나 왜곡할 우려가 농후하다.

학교 내에서 정치 활동이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가 되면 교실이 정치에 장악될 수 있다. 학교 내 정치가 만연해질 가능성이 우려스럽다. 정치 선동이 민주시민교육이라고 둔갑될 우려가 있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비단 정당가입이 아니어도 인터넷 등에서 정치를 접하거나 민주시민교육을 배울 기회가 많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교사가 학교 내 정치적 논쟁을 관리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정당법 개정을 통한 정당 가입 연령 하향은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 소위 ‘교복 입은 유권자, 교복 입은 정당인’들이 학교에 늘어날수록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당가입 연령 하향은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치고, 연령이 실제로 하향되더라도 학교 내에서는 정당 가입권유나 활동을 금지하는 대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정당가입 가능연령이 낮아져도 학생들이 대거 정당에 가입하는 일은 드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학생 사이에 정치적 무관심이 광범위하게 자리 잡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 사회의 주역인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요구받는데 정치에 대한 관심 증가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꼭 정당 가입인지는 숙고해 봐야 한다. 정당가입 연령 하향으로 학생들에게 사회 이슈에 의식을 가지고 동참하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 반대의 역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정당접 개정과 정당 가입 연령 하향에 즈음하여 고교 학생인 16세 이상을 정당 가입 연령으로 하향하려면 왜 16세는 정당 가입이 가능하고, 15세는 불가능한 지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답해야 한다. 일부 진보론자들이 정치 참여, 정단 가입이 민주시민교육의 근간이라는 주장은 반드시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공정과 정의에 터한 올바른 교육’이라는 단서가 전제되어야 한다.

최근 유구한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을 민주시민교육으로 바꾸려고 법 개정을 발의했다 철회한 정치적 술수의 행간(行間)과 함의(含意)를 읽어야 한다. 올곧은 정치교육은 민주시민교육의 한곡지이지만, 정치 오염교육이 민주시민교육은 아니다. 모든 교육은 가치지향적이지만, 모든 교사(교원)들은 교육의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결국 정당법 개정을 통한 정당 가입 연령 하향은 고려해 봐야 할 의제이지만, 꾸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서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교와 교육은 배움의 전단으로서 청결하고 성스러운 곳(성전)이자만, 작금은 교육과 학교는 과거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인며적 오염과 정치적 면역력이 결여돼 있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미성년자 정당 입당을 법정대리인 동의서를 제출토록 규정할 경우, 과연 그렇게 해서 우리가 교육적으로 얻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성찰과 숙고를 해야 한다.

정당 가입 연령 하향이 중앙선관위 관여사항 여부도 논란이다. 더 중요한 것은 모의투표 등으로 민주시민교육의 탈을 쓰고 학교가 정치판, 정치장화로 전도될 위험성을 제거하는 게 우선이다. 중앙선관위는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 관리라는 본분에 맞게 학교 정치장화, 선거 편향교육 근절방안부터 제시하는 게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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