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형의 에듀토크] 너희는 크면 어디에 살 거니?
[김남형의 에듀토크] 너희는 크면 어디에 살 거니?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5.23 2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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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형 여주송촌초교사
김남형 여주송촌초교사

얼마 전 여주 토박이 지인들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눈에 띄는 공통점은 어른이 되면 대도시에 가서 살 것이라 생각했다는 점이다.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생각을 나누며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전국 단위의 인구 문제는 출산율 저하와 직결되지만 지역 단위에서는 항상 2,30대 청년의 대도시 유출 현상이 맞물린다.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청년 인구변화 추이를 기준으로 소멸 예상 지역을 발표한 적이 있다. 많은 지자체가 위험 지역군으로 나타났지만 여주는 다행히 포함되지 않았다. 전국의 수많은 청소년들이 지역을 떠날 생각을 하며 성장한다는 말이 된다.

지금 사는 지역을 곧 떠날 곳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주변은 어떤 의미일까. 카셰어링 1위 기업 쏘카의 신차 평균 수명은 고작 3년이다. 국내 자가용 평균의 20%에 불과한 수치다. 주인의식의 결핍, 계속 함께 할 대상으로 생각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대상을 향한 행동과 마음가짐이 달라진 결과이다.

특히 자아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주인의식 결핍이 삶을 향한 태도를 변화시킬 것은 자명하다. 다른 지역에서 살 미래를 위해 현재의 자아가 수단 따위로 전락한다면, 자아 형성 중인 청소년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인간관계도 언젠간 헤어질 사이가 되고, 공동체에서도 소속감을 느낄 여유가 없어진다. 스쳐 지나가는 것이고 눈 한번 질끈 감고 떠나면 그만인 장면이기에 현재를 소중히 느끼는 경험은 자꾸만 줄어든다. 하지만 현재를 가치롭게 여기지 않고서는 가치 있는 미래를 만나기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청소년이 지역의 청년으로 안착하지 않는 현상은 교육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주변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인성교육은 떠날 이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곳에 대해 무관심한 환경교육은 실재감을 잃을 것이고, 지역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 없는 국가 단위의 사회 교육은 멀게만 느껴진다.

학생이 지역 청년으로 성장하길 기피하는 현상을 학교는 바라만 봐야 할까?

학교는 학생과 지역 사회의 연결선을 만들어야 한다. 청년이 되어서도 살만한 지역이라는 점을 알아가면서, 학생들의 불안정한 성장은 제 길을 찾을 것이다. 나아가 미래에 살고픈 지역 안에서 그들은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진로를 그릴 수 있다.

여주의 사회적협동조합 여의주는 <청청패션:청소년과 청년의 열정>이라는 프로젝트를 시도하였다. 지역 안에서 청소년과 청년 세대를 연결하는 프로젝트이다. 학생들은 지역 청년들과 소통하며 지역 정착의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할 기회를 가진다. 청년들은 끌어주고 밀어주는 경험을 하며 네트워크 안에서 새로운 도전의 꿈을 키우게 된다.

경기도 양평은 청소년 활동 시스템의 선진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그런데 근래에는 더 나아가 청년 활동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한다. 청소년 활동을 근거로 청년들의 스타트업 무대를 만들고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꿈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 안에서 자라난 세대가 청년이 되어, 지역을 무대로 꿈을 펼치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모양이다.

올해 아이들에게 소개하고픈 청년이 둘 있다. 여주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직원 여럿을 두고 목공방을 운영하는 목수 친구와 여주 출신은 아니지만 명문대를 졸업하고 여주에서 대안학교 교사를 하는 친구이다. 둘 모두 지역 안에서, 지역을 사랑하며, 지역에 안착해 살고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거라 본다.

학교가 마을과 만나고 마을이 다시 학교를 키우는 진정한 <마을교육공동체>가 실현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지금의 자아가 서 있는 곳을 자부하며 성장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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