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훈 칼럼] 초등학교 정보 교과의 필요성과 운영 방안
[안성훈 칼럼] 초등학교 정보 교과의 필요성과 운영 방안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5.17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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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성훈 경인교육대학교 컴퓨터교육과 교수

 

안성훈 경인교대 교수
안성훈 경인교대 교수

초등학교에서 정보교육은 왜 필요할까?

우리는 4차 산업혁명 혹은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이란 2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변화되는 미래사회에 잘 적응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국가적 경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다.

전자의 측면에서 볼 때 필요한 미래준비 교육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개인적 역량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량은 자동화된 정보의 수집 및 처리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컴퓨터적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과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도구들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소양이라고 볼 수 있다.

후자의 측면에서 필요한 미래준비 교육은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창조할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식은 디지털의 기본 개념, 데이터의 구성 원리, 문제해결 알고리즘 및 프로그래밍, 정보 전달 네트워크 등에 대한 핵심 개념과 원리라고 볼 수 있다.

현행 2015 교육과정에서는 개인적 차원의 관점에 역점을 두고 초등학교에서는 실과 교과에 17차시를,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선택과목인 정보에 34차시를 배당하여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인재 양성 관점에서의 교육은 특성화고등학교 중심의 전문교과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2021년 5월 현재 세계 시총 10대 기업중 8개가 정보통신 기업이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충분히 실감할 수 있는 세계적인 경제 동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은 이러한 기업을 일구어낸 창업자나 핵심 CEO들이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에 심취해 있었다는 점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은 컴퓨터 과학에 대한 튼튼한 기초 지식을 바탕으로 뛰어난 창의력을 발휘해 세계적인 기업의 성공신화를 이루어냈다.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우리는 미래사회를 위해 이러한 핵심 인재들을 키워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영재교육이나 엘리트교육 같은 수월성 교육을 통해 이러한 인재를 키워내자는 것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수월성 교육 시스템이 있었다면 오히려 성공신화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교육의 본질이 국가와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재건주의적 입장에서 보면 국가적 차원에서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이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사례는 1957년 10월 구 소련이 세계 최초로 발사한 스푸트니크 1호 우주선에 충격받은 미국의 대대적인 교육 혁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스푸트니크 충격 후 미국은 NASA를 창립하고 과학기술 중심으로 교육을 전면 개편하여 고군분투한 끝에 인터넷을 개발하고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세계 최강의 국가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초등학교에서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정보교육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현 시점에 적극 추진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존과 마찬가지로 실과 교과에 포함되어 단순 체험 형태로 운영되는 교육은 지양하고 보다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초등학교에서 정보 교육과정을 별도의 교과목으로 편성하여 독립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정보 교과를 독립적으로 편성하여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 번째는 정보를 초등학교 과정에 필수적인 교과로 편성하는 방안이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43조에 따르면 초등학교의 교과는 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실과, 체육, 음악, 미술 및 외국어(영어)와 교육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교과로 구성된다. 따라서 정보 교과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 시행령에 ‘정보’라는 교과명이 추가하거나 초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서 정보라는 교과를 정의하고 시수를 편성하는 방법을 취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정보를 선택적 과목으로 편성하여 희망하는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초등학교에는 선택 교과목이 없다. 따라서 창의적 체험활동에 학교장 재량활동 시간을 확대하고 학교장 재량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율과목을 도입하여 편성하는 것을 제안한다.

자율과목이란 중·고등학교의 선택과목과는 달리 정해진 과목 중에서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의무 없이 학생, 학부모, 학교장의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해 운영하거나 운영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자율과목은 학교장 재량시간을 이용해 운영하되 체계적인 교육내용과 교과서를 제공하여 교사 및 학교현장에는 부담을 주지 않는 과목이다.

 

즉, 2015 교육과정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과목으로 운영되고 있는 초등학교 1~2학년군의 ‘안정한 생활’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무적인 편성이 아닌 학생의 수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편성된다는 것이 다르며, 이 자율과목으로는 정보교육뿐만 아니라 다문화교육, 환경교육, 금융교육 등 다양한 과목들이 학생과 학부모의 희망 그리고 학교의 여건에 따라 운영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자율과목은 기존의 교과목들과는 다르게 체험활동 중심으로 운영하고 성취평가를 실시하지 않으므로써 과다한 경쟁과 사교육 유발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과목 운영이 충분한 만큼의 학교장 재량활동 시간의 확보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미래를 위해 초등학교에서 정보교육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만 제한된 시간 내에서 정보교육을 위한 시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는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

스푸트니크 충격에 빠졌던 미국이 교육을 과학기술 중심으로 혁신하여 어려움을 극복한 것처럼 이제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초등학교에서도 정보 교과목을 독립적으로 필수화하거나 최소한 희망하는 학생들만이라도 충분히 배울 수 있도록 선택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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