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래 칼럼] 세계 최고를 꿈꾸는 영국의 컴퓨터과학교육을 넘어서
[김홍래 칼럼] 세계 최고를 꿈꾸는 영국의 컴퓨터과학교육을 넘어서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5.03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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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홍래 춘천교육대학교 컴퓨터교육과 교수
김홍래 춘천교대 교수
김홍래 춘천교대 교수

[특별기획②] 1. 컴퓨터교과와 수학능력시험 신설

SW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초등학교부터 필수 교과로 가르치기 시작한 최초의 국가는 영국이다. 영국의 변화는 2011년 전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트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ICT 교육과정은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지 못한다”라고 비판하였다.

2011년 비영리 기구인 Nesta는 ‘high-profile Next Gen’ 보고서에서 컴퓨터과학을 교육과정과 영국의 수학능력시험 GCSE에 추가할 것을 권고하였다. 이와 같은 산업계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첫째, 2012년 Royal Society는 “Shut down or restart”라는 보고서를 출간하였다. 여기에는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와 같은 도구적 활용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학생들 교육에 가치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이 보고서의 발간으로 영국 교육부는 기존의 ICT교육과정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하였다.

둘째, 정부는 컴퓨터과학을 EBacc의 과학영역에 CS GCSE(중학교 3학년 대상, 의무교육 마지막 해의 성취도 시험)를 포함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와 같은 변화는 학교와 교사들이 양질의 컴퓨터과학 교육을 위한 유인 요소로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영국은 ‘컴퓨팅’ 교육과정이 변경되기도 전인 2010년부터 GCSE를 시범적으로 제공하였다. 2013-2014년도 학기부터 중학교 3학년 학생 대상 GCSE에 컴퓨터과학이 포함되었다. 대학 진학을 위한 A-level 시험(17-18세 학생)에 ‘computing’이 포함되었으며 프로그래밍과 같은 컴퓨터과학의 원리가 평가 항목으로 제시되었다. 영국 교육부에 의하면, 2014년 이후 CS GCSE에 응시한 학생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2. 민간 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컴퓨터과학교육

영국의 교육부는 컴퓨터과학 교과 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과학 교육을 위하여 외부의 비영리 기구에 권한을 위임하였다. The NCCE(국립 컴퓨팅 교육원)은 3개의 비영리 기관, BCS, STEM Learning, Raspberry Pi Foundation의 연합으로 구성되었다.

BCS는 CAS운영과 교사 자격 시험의 주관, Raspberry Pi재단은 교과교육을 위한 교안 및 교재 개발, STEM Learning은 지역적 허브 조성을 통한 교원 연수 역할을 수행한다.

3. 교사 채용, 양성, 전문성 개발의 확대에 투자

컴퓨팅 교과 운영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많은 교사들은 교과에 대한 자신감이 낮고 가르치고 배우기에 어려운 교과라고 토로하였다. 2014-2018년까지 교육부는 교사 연수를 위한 2백만 파운드를 할당하였으나 컴퓨터과학교사 연수를 위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함으로써 자격을 갖춘 교사를 확보하기에 충분치 못하였다.

2014년-2015년에 신규교사 105명 모집에 90명을 채용(85%)하였으며, 2018년-2019년에는 265명 모집에 193명을 채용(73%)하였다. 채용 부족의 근본 원인은 컴퓨터과학 전공자의 급여가 IT영역에서 훨씬 더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컴퓨터과학 교사는 2013년 15,400명에서 2018년 12,788명으로 감소하였다. 영국 의회와 교육부는 컴퓨터과학 교사의 채용 및 연수 확대를 위하여 대규모 투자 계획을 수립하였다.

2018년 11월에 교사 연수를 위한 “국립 컴퓨팅 교육 센터(National Centre for Computing Education, NCCE)를 설립하고 84백만 파운드(약 1,300억원) 지원하였다. 그 결과 2020년 11월 NCCE의 보고서에 따르면, 29,500명의 교사가 연수에 참여하였으며 그 중 7,600명은 전문가 연수를 이수하였다. 그리고 1,300명이 GCSE를 가르칠 수 있는 Computer Science Accelerator 자격을 획득하였다. 그리고 현재 전국에 35개의 컴퓨팅 허브와 275개의 CAS 커뮤니티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4. 컴퓨터과학, 모든 학생을 위한 필수 교과로 발전

컴퓨터과학 교육이 여학생과 소수 인종과 시골 학생으로 확대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판단한다. 2014년 ICT GCSE 시험을 치른 여학생의 비율은 35-40%인데 비하여 2013년 computing GCSE를 치른 여학생은 15%이하였으나 2020년에는 21%로 증가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A-level 시험에서도 같은 기간 동안 8%에서 15%이상으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젠더 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NCCE는 4개의 비영리 기관이 참여하는 ‘Gender Balance in Computing’프로젝트를 2019년부터 2022년까지 2백만 파운드(약 30억원)를 투입하기로 하였으며 550개의 학교가 참여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5-16세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GCSE에서 컴퓨팅을 선택하도록 장려하고 A-level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데 목적이 있다.

5. 디지털 포용국가로서의 교육과정 개정을 희망하며

영국이 2014년 세계 최고를 따라잡기 위한 교육과정 개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컴퓨터과학을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수능 시험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영국에서의 컴퓨터과학 교육과정 개정과 안착을 위한 노력은 우리나라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첫째, 우리나라가 AI와 디지털 전환 시대의 선도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교육과정 개정이 필수적이다. 영국이 2014년에 컴퓨터과학과 수능을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7년이 지났음에도 컴퓨터과학교육 이수율, 교사 선발, 전문성 계발, 디지털 격차의 최소화를 위하여 힘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

영국은 2014년 5세 아동이 2024년 GCSE 시험을 보는 해에 모든 학생이 필수로 컴퓨터과학을 배우기를 희망한다. 2022년 우리나라 교육과정 개정은 모든 학생들이 컴퓨터과학기술을 배우고 미래의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컴퓨터과학교육을 위한 교사 양성과 연수 등을 대폭 확대하여야 한다. 2020년 11월 ‘인공지능시대 교육정책과 핵심과제’의 정책발표에서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교육을 확대한다고 발표하였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교육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의 양성과 현직 교사에 대한 연수를 대폭 확대하여야 한다. 교육부를 중심으로 유관 기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교원 연수와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소프트웨어교육 확산을 위한 지역 중심의 커뮤니티를 확산하여야 한다. 영국의 지역 허브와 커뮤니티와 같은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과 한국창의재단, EBS등에서 교사와 학생을 위한 교재를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으므로 18개 시도와 교육대학 중심으로 시군의 관련 교사 동아리를 연결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촘촘한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초등학교부터 모든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체계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교원양성과 연수 체제를 구축하고 성별과 지역의 차별없이 모든 사람이 미래 사회를 준비할 수 있는 교육 혁신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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