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범의 교육說] 교사는 성과급으로 인정받는가?
[송재범의 교육說] 교사는 성과급으로 인정받는가?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4.30 16:5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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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재범 서울 신서고등학교장
송재범 서울신서고 교장
송재범 서울신서고 교장

“교장 선생님, 성과급 B 받았어요. 저는 B급 교사니까 그 정도만 일할래요.”

금년에도 어김없이, 교원 성과급[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B등급을 받은 교사의 항의(?)를 받았다. 매년 4~5월 연례 행사처럼 등장하는 이 현상 앞에서 안타까움과 함께 교육당국에 대한 불만을 감출 수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어야 하는가? 왜 교원 성과급이 계속 존재해야 하는가? 왜 교장은 매년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한다. 지금과 같은 차등 지급식의 교원 성과급제는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교원 성과급이 도입된 2001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해왔기 때문에, 다시 언급하기에 입이 아플 정도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활동을 정량적인 평가로 환산할 수 있느냐는 교육철학적인 문제로부터, 환산한다면 모든 교사가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있느냐는 현실적 문제, 교사들의 자긍심 상실과 동료 교사끼리의 어색한 반목 등 그 이유는 많고도 확연하다.

실제 학교 현장의 입장에서 볼 때 성과급이라는 개념 자체부터가 부적절하다. 상식적으로 성과급이라고 하면 지난 일 년의 업무에 대한 성과를 평가해서 지급하는 상여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내면 그에 비례해서 성과급을 받는 것이 정상적이다. 당연히 좋은 성과급을 받기 위한 경쟁이 존재한다. 2001년 교원 성과급을 처음 도입할 때 내세운 “교직사회의 경쟁을 유도하여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은 일반 기업에서 말하는 성과급의 의미를 그대로 적용할 때 논리상으로는 맞는 얘기였다.

그러나 지금 학교 현장에서 적용되는 성과급은 지난 일 년간 교사가 열심히 일했느냐, 성과가 어떠하냐로 정해지지 않는다. 학교별 심사위원회(다면평가관리위원회)를 통해 정해진 다면평가 기준에 따라 개별 교사들의 평가점수가 자동으로 산출되게끔 되어 있다. 이 기준에 따라 개별 교사들의 성과급은 일 년간의 업무 충실이나 성과와 관계없이, 학년 초에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학교 현장에서는 평가기준으로 들어가는 학습지도, 생활지도, 담당업무 등의 배점을 어떻게 할 것인지 소숫점까지 계산해야 하는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교육부(청)의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 계획」에서는 그 추진 목적을 “교원 본연의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힘들고 기피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교원을 성과급에서 우대하여 교직사회의 사기진작 도모”로 표현하고 있다. 이게 성과급의 성격인가? 문구를 그대로 적용하면 이것은 성과급이 아니라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래야 마지막 부분의 ‘교직사회의 사기진작 도모’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차등 성과급 시스템으로 ‘교직사회의 사기진작 도모”라고 표현하는 것은 넌센스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차등 성과급으로 인한 교사들의 자기 정체성 혼란이다. ‘나는 B급 교사다’라는 선언처럼, 교사들 중에는 S, A, B를 단순한 차등 성과급 지급 단위로 생각하지 않고, 학교 현장에서 자기가 어떻게 인정받고 있는가 하는 존재의 등급으로 여기기도 한다. 성과급 B는 S나 A보다 돈을 적게 받는 금전적 문제를 넘어, 자기의 존재 자체를 B급으로 여기는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것이다. 학교 안에서 타인들에 의해 자기 자신이 B급 교사, B급 인간으로 대우받고 있다는 느낌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한다. 인정이론을 주창한 독일의 철학자 악셀 호네트(Axel Honneth)는 《인정투쟁》에서 개인의 자아실현을 가능케 하는 조건으로 ‘인정’과 ‘무시’를 들었다. 여기서 인정이란 ‘개인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상대방을 긍정하는 행동’을 말한다. 인정과 반대되는 개념은 무시다. 무시란 ‘인정받고 싶어하는 기대가 타인에 의해 무산되는 체험’이다.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인정 또는 무시의 체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된다.

악셀 호네트는 모든 사회적 갈등 뒤에는 인정 욕구가 있다고 본다. 그는 인간을 인정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 규정했다. 우리는 서로 인정받고 인정하는 과정에서 긍정적 자아를 만든다고 한다. 반대로 무시당할 때는 분노한다. 성과급 B를 받은 교사가 단순한 아쉬움을 넘어 분노했다면, 그건 인정이 아니라 무시당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무시당했다는 느낌은 S, A등급을 받은 교사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같은 학교에 있는 동료 교사끼리 등급으로 구분되어 차등적인 금전 보상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 앞에서 모두가 무기력하다는……. 한 마디로 지금의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제도는 교사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를 무시하는 것이다.

이렇게 교원 성과급으로 교사의 존재 의미를 인정받을 수 없다면, 교사는 무엇으로 인정받아야 하는가? 교사 성과급 폐지 주장에 그치지 말고,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인정받을 수 있는 교사의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를 탐색해야 한다.

교사의 존재 의미로 먼저 떠오르는 것이 스승이다. 스승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나는 것을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스승은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가르쳐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사람이다. 스승은 학생들이 따라야 할 완벽한 휴먼 모델링이었고, 늘 학생들의 전면에 있었다. 그렇기에 군사부일체, 스승의 노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등에서 보듯이, 스승으로서의 교사는 사회로부터 절대적 권위를 인정받았다. 교사들은 ‘이런 교사가 되게 하옵소서’라는 기도문 형식의 글을 마음에 품고 교직을 천직 또는 소명으로 받아들였다.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산업화와 고도성장에 진입하면서 교사의 존재 의미는 스승의 모습보다는 전문직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었다.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은 교육에 있다고 했을 때, 학생들을 산업시대의 역군으로 키워내기 위한 교사의 전문적인 가르침과 역할이 필요했다. 일반적으로 전문직이란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직인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으로, 이를 위해 전문적인 교육(훈련)을 받고 공적인 자격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전문직으로서의 사회적 책무성도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교사는 전문직으로서의 위상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스승이 ‘가르쳐서 인도한다’는 것을 강조한다면, 전문직으로서의 교사는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교사는 일반적인 직장인으로서의 모습을 띠게 된다. 교직의 특수성보다는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학교라는 직장에서 학생들에 대한 수업과 생활지도, 그리고 일부 행정 업무도 하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스승의 날’을 폐지하고 ‘교육의 날’로 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있었듯이, 학생들에게 ‘나를 따르라’는 스승의 모습은 크게 약화되고 급여와 복지에 신경 쓰는 이해관계 집단으로 사회에 비쳐지기도 한다. 직업 안정성 덕분으로 교직에 대한 학생들의 직업 선호도는 높지만, 정작 자기 자녀를 담당하는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교사 만족도는 높지 않은 모순이 나타나기도 한다. 교직을 전문직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교직 사회의 일부 일탈 행위에 대해 가차 없이 지적하고 비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교사의 존재 의미는 스승, 전문직을 거쳐 작금에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쉽게도 교직만의 특별한 위상과 권위가 상실되고 있는 흐름이다. 스승이나 전문직으로서의 교사는 학생들을 앞에서 이끄는 특별한 존재였다. 일반인이 할 수 없는 교육에 대한 권위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근래 교권 침해, 교원의 전문성 신장이라는 말이 유행이 된 것은, 교사로서의 권위와 전문성이 사회로부터 그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일반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성과급이라는 경제적 보상으로 교사들을 취급하려는 것도 교사의 존재 의미 약화라는 맥락 속에서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2021년 성과급은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목적으로, A등급 교사 비율을 높여 40%에서 50%로 높였고, 전교사에게 B등급 기준으로 먼저 일괄 지급하고 나머지 차액분을 차후에 지급하는 성과급 쪼개기도 선보였다. 천박한 자본주의적 방식으로 교사를 우롱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교사들을 단순한 임금 노동자로 취급하는,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땅에 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들은 더 이상 성과급으로 인정받기를 원치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교원 성과급은 인정이 아니라 무시의 기제다.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교원 성과급이 폐지된 그 자리를 교사로서의 새로운 존재 의미로 채워야 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교사상을 탐색해야 한다. 5월 달력의 15일 아래에 ‘스승의 날’이라고 처연하게 박혀있는 글자를 보면서 묻는다. 교사는 어떤 모습으로 인정받아야 하는가?

나는 사범대 4학년 교생실습 시에 매일 기록했던 35년 전의 교생실습록을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쑥스럽지만 교생실습 어느 날 소감에 이렇게 적혀 있다. “교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내가 스스로 교사의 모습을 형성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저들(학생)이 나를 형성해 나가는 듯한 느낌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과정이 정상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자세로 출발한다면,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사상을 수립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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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현 2021-05-01 12:24:56
논리정연하고 적시에 맞는 인용으로 근거를 든 좋은 칼럼 잘 읽었습니다. 역시 송 교장님의 혜안이 깊습니다.
교사는 저마다의 자존감으로 아이들 앞에 서는데 자존감을 무너뜨려 석죽이는 정책입니다. 역시 거꾸로 가는 정책입니다. 누구의 제안으로 만들어졌는지 밝혀 따져야 할듯합니다

서울교사 2021-04-30 19:52:36
선생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명실이 상부하지 않는 성과급은 당장 폐지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