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타까운 조희연 기자회견
[기자수첩] 안타까운 조희연 기자회견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5.01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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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출입기자 간담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출입기자 간담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선거는 돈과 조직이다. 선거가 끝나면 '돈 빚'과 '사람 빚'만 남는다. 빌린 돈은 갚으면 그만이다. 청산을 하든 파산을 하든 둘 중 하나다. 그래도 끝은 보인다. 사람 빚은 다르다. 갚아도 갚아도 끝이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청구서를 들이민다. 흡혈파리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당선자는 그들의 숙주다.

공짜 점심은 없다. 선거 때 죽자사자 뛰어준 동지들 중 ‘성공보수’를 바라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호랑이 등’에 올라탄 약체 후보일수록 빚 독촉이 심하고 규모가 크다. 교육감 선거를 치른 뒤 치를 떨며 떠난 후보들을 여럿 목격했다. 후유증에 극단적 선택을 한 낙선자도 있었다. 하물며 당선자는 오죽할까?

본격 민선교육감 시대가 열린 2010년 이후 유독 보은인사, 코드인사 논란이 많은 이유도, 듣도 보도 못한 임기직 자리가 폭증한 것도 이런 연유다. 교육청에 파견직들이 최근 수년 새 갑작스레 늘어난 것 역시 시쳇말로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그 바람에 교육청 인사는 꽉 막혔다. 어공이 고위직은 물론 중하위직까지 차지하다보니 늘공들 승진길은 더 막막해 졌다. 직원들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불법특채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궁지에 몰렸다. 임기 1년여를 남겨 놓고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29일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감사원 지적사항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결론은 간단하다. 감사원이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경찰 수사와 사법부 판단에서 밝혀질 것이다. 둘 중 하나는 치명상을 입을 게 뻔하다.

이날 기자회견의 쟁점은 특별채용 5명을 미리 염두에 두고 했느냐와 그들이 예비교사 자리 밀쳐 내고 교직을 차지할 만한 자격이 있느냐에 맞춰졌다. 교육청의 채용심사가 적법하고 공정했는지에도 질문이 집중됐다.

조 교육감은 시종 침묵했다. 답변은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먼 이민종 감사관이 대신했다. 달변에 토론을 즐기는 조 교육감이 제3의 인물을 내세운 것은 지금을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감사관은 해직교사 5명 특별채용은 교육양극화 해소와 특권교육 폐지에 앞장서는 등 공적가치를 실현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들 상당수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 받은 전력의 소유자이다.

교육청 내부에서조차 "불법 선거자금 모금이 교육양극화 해소 및 특권교육 폐지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무슨 공적 가치를 실현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감사관은 또 특별채용이 교육감 재량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자 한 초등학교 교장은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도 교육감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교육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되물었다.

부교육감과 국·과장들이 모두 결재 라인에서 빠진 것에 대한 해명도 논란이다. 교육청은 변호사 자문 결과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는 특별채용이란 답을 들었지만 관련 공무원들이 심리적 부담을 느끼자 배려차원에서 조 교육감이 단독 결재했다고 밝혔다.

 교육청 설명대로라면 특별채용은 명백한 적법 행위다. 그런데도 부교육감만 다섯 번째 역임한 정통 관료는 교육감 지시를 결재 하지 않았다.

조 교육감이 직접 발탁하고 임명한 국장과 과장도 모두 심리적인 이유로 결재 라인에서 제외됐다. 특별채용은 결국 심약한 관료와 영 안서는 교육감의 합작품인 셈이 됐다.

‘심리적 부담’은 사실 코미디같은 이야기다. 앞으로 학교에서 교장의 지시를 교사들이 심리적 부담을 들어 거부할 경우 어떡할 텐가. 교장 역시 배려를 내세워 마음대로 단독결재 하면 되는 것일까.

교육감 재량권을 활용한 특별채용이 굳이 특정단체 소속교사들에게만 적용된 것도 의문이다. 특수학교인 서울인강학교 교사들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징계가 취소 됐음에도 아직 교단에 복귀 못하고 있다.

교사가 되기 위해 7~8년 핏기없는 얼굴로 노량진에 묻혀 있는 청춘들도 많다. 그들 눈에 이번 특별채용이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까. 해직교사 특별채용은 결국 내로남불, 공정의 문제로 귀결된다.

교육감은 시민들로부터 교육을 위탁받은 관리인이다. 제멋대로 하지말라고 임기를 정해 관리를 맡겼다. 잘하면 8년, 운까지 좋으면 12년을 한다. 문제는 간혹 주인 인양 착각을 한다는 점이다. 사달은 늘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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