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백신 개발을 통해 본 우리 과학기술 교육과 투자 의식
[전재학의 교단춘추] 백신 개발을 통해 본 우리 과학기술 교육과 투자 의식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4.22 2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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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교감

Covid-19와의 사투를 벌이는 요즈음, 일상의 평화로움을 회복하려는 의지는 전 인류의 처절한 소망이 되었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으나 백신 접종에 진전을 거듭하면서 이미 전 국민의 60퍼센트 접종을 넘어선 이스라엘을 선두로 날마다 고무적인 소식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전해져 온다. 이는 대한민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에 104번째로 참여한 한국은 4월 현재 3퍼센트 대의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하지만 우리보다 접종 시행이 앞섰던 일본보다 약간 나은 편에 고무적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점차 우려와 걱정을 해소하고 많은 사람들이 백신 주사 맞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은 마치 가뭄에 단비를 맞는 것처럼 희망적으로 들려온다.

잠시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자. 한때 k-방역으로 전 지구촌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던 대한민국은 왜 이렇게 백신 접종 순위에서는 후발 주자가 되었을까? 정부의 고위관료가 고백한 바와 같이 그동안 K-방역의 실체에 도취해 잠시나마 방역 의식의 진전이 멈추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깜짝쇼를 연출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결국 남들의 부러운 시선과 그로 인한 우월감에 대한 방심이 불러온 참사인 것은 사실이다.

이는 고질적으로 모든 게 1등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경쟁교육으로 인한 대한민국 국민 내면의 잠재의식의 발동이기도 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의료 체계는 결코 다른 국가에 비해 뒤지는 후진국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의료 수준을 믿고 의료관광으로 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과학기술 또한 노벨상 수상자만 배출하지 못했을 뿐이지 결코 뒤지지 않을 강국이기도 하다. 예컨대 5G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것처럼 그동안 정보화, 디지털화 분야에서 이룩한 국가의 역량이 이를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정치 논리에 가려 빛을 잃듯이 우리의 과학기술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관련한 여러 뉴스를 접하면서 필자는 대통령 집무실에 걸린 초상화 소식에 크게 매료되었다. 특정인의 초상화를 사무실에 두는 것은 그 인물의 사상과 가치관을 따르고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학자 출신의 정치인 벤자민 프랭클린의 초상화를 걸었다. 미국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인 벤자민 프랭클린은 1752년에 '연 실험'을 통해 번개가 전기를 방전한다는 것을 증명한 과학자이다. 그 과학자가 바로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초대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과학자이자 정치인을 대통령 집무실의 한 벽면에 장식한 것은 미국을 과학기술의 중심으로 만들고, 과학을 국정운영의 중요한 축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실제로 바이든은 과학기술정책의 컨트롤 타워로 백악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실천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절대적 우위 분야인 국방·우주가 아닌 유전학자에게 정책상 소임을 맡긴 것은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오와 헬스 분야에 정책적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취임하자마자 서명한 긴급 행정명령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선언하면서, 수소·풍력 등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에 4년간 4,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천명했다. 또한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6G) 등 정보통신(ICT) 분야에서도 주도권 선점을 위해 4년간 3,000억 달러 투자하겠다고 함께 발표했다.

이처럼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바이오·헬스·청정에너지·ICT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면서 “지식(과학)에 투자하는 것이 여전히 최고의 수익을 낳는다”고 말한 벤자민 프랭클린의 생각을 실천할 태세이다. 이처럼 바이든은 과학기술 대통령으로서의 확실한 이미지를 전 세계에 심어주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대대적인 과학기술 중심 국정과 투자는 세계 여러 국가의 과학기술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세계 과학기술 강국도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과학기술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에의 투자는 어떤가?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투자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은 과학기술의 총아다. 현재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원래 벨기에 회사였지만 미국의 존슨 앤 존슨에 합병돼 지금은 미국회사가 된 얀센의 백신, 영국계 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백신,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 중국이 개발한 백신 등이다.

우리가 위탁생산하고 있는 영국계 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만든 백신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맨 처음 효능을 발표할 때부터 삐걱거리더니 최근에는 혈전(혈액응고) 발생까지 보고되면서 접종을 중단하는 나라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도 잠시 중단했다 재개한 상태다. 얀센의 백신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러시아 백신이 각광받고 있다. 러시아 백신은 부작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효능도 92%에 가깝다. 이에 따라 러시아 백신을 채택하는 나라가 벌써 60개국으로 늘었다. 제3세계 국가뿐만 아니라 독일 등 유럽 국가도 러시아 백신을 구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이번 백신 전쟁에서 승자는 단연 미국이고, 러시아는 의외로 선전했다. 러시아는 한때 미국과 세계를 반분했던 나라답게 그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러시아가 백신 개발에 쾌거를 올린 것은 자연과학이 발달해 있고, 그중 특히 화학과 분자생물학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화학의 기초인 멘델레프 주기율표도 러시아가 만든 것이지 않은가. 사실 제약은 화학이다. 자연과학 중에서도 화학이 발달한 러시아가 효능이 탁월하고 부작용도 없는 백신을 개발해 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번 백신 전쟁 중간 결과는 러시아의 재발견이다. 그런데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한국과 비슷하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러시아 GDP는 1조 6998억 달러로 세계 11위, 한국은 1조 6463억 달러로 세계 12위다. 2020년 통계는 한국이 러시아를 추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과 러시아는 경제규모가 비슷하다. 그런데 러시아는 백신을 만들어 내고, 한국은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자원 배분의 문제다. 러시아는 돈이 되지 않아도 기초과학에 장기 투자하지만 한국은 돈이 되지 않는 기초과학에 투자하지 않고 단기간 수익을 낼 수 있는 응용과학에 투자한다. 바로 이런 차이가 백신을 만들어 내고 못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다. 국제간 교류가 역사 이래 가장 많은 때다. 따라서 인류는 항상 전염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제 자체 백신을 개발하는 능력을 갖는 것이 다음 팬데믹 사태에 대비하는 지름길일 터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은 선진국임을 입증했다. 한국의 방역은 ‘K-방역’으로 불리며 전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백신마저 자체 개발한다면 한국은 선진국을 넘어 강대국이 될 것이다. 한국산 백신이 전 세계를 누비는 것을 보고 싶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전 국민의 과학에의 관심과 투자 의식이 중요한 시대다.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백신 개발력으로 드러난 과학⋅기술력의 차이는 곧 국가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이다. 4월 과학의 달을 보내며 우리에게 보다 과학⋅기술력의 발전과 함께 투자에 대한 국가적, 국민적인 관심, 그리고 대학을 비롯한 유초중등학교에서의 과학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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