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네 노랑꽃집 이야기③] “선생님, 학교 가도 돼요?”
[지혜네 노랑꽃집 이야기③] “선생님, 학교 가도 돼요?”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4.19 22: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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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지혜 경기 광명초 교사
 

 

[에듀프레스] 다니는 대학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여 일주일 동안 대면 수업을 못 하고 온라인 쌍방향으로 수업을 들었다. 오후 6시 30분부터 10시까지, 겨우 3시간 30분 동안 수업을 들었는데, 카메라를 끄고 싶고, 집중도 안 되고, 교수님이 발표를 시킬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강의실에서 들었을 때는 그렇게 흥미로운 수업이었는데 왜 모니터로 들으면 집중이 안 되는 걸까. 아이들도 그렇겠지? 그래서 온라인 쌍방향 수업을 할 때면 아이들의 카메라가 꺼져있고 수업도 안 듣고 발표도 안 하나 보다. 다 이해한다.

나는 온라인 쌍방향 수업을 하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입장에서 대면 수업이 온라인 쌍방향 수업보다 학습자에게 5배~100배 좋다고 주장한다. 5배는 지식전달의 집중력 정도를 고려한 것이고, 100배는 ‘사람’과 관계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의 역할을 생각한 수치이다.

올해 4학년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3학년 때 공부해야 할 것들을 평소보다 많이 깨우치지 못하고 올라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반이나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해도, 나라 곳곳의 기사에서도 아이들의 학력에 구멍이 생겼다고들 이야기했다.

이것이 부모의 소득수준과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하는 글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과 좀 더 지내본 결과, 학습 공백보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의 사회화 지연과 발달 격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력 격차는 시간이 지나도 후에 노력 여하에 따라 거리를 좁힐 수 있지만, 아동의 발달 과업은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발달시키기 힘들다. 아이들은 작년 일 년 동안 키나 몸무게가 증가하는 신체적 발달은 이루었지만 적절한 언어의 구사라던가 추상적 사고 등의 인지적 발달과 사회성 및 정서 발달 등의 면에서 큰 결손을 입었다.

사람과의 상호작용으로 사회성을 길러야 할 시기에 스마트 기기와 소통하였으며, 부모와 떨어져 독립성을 높여 자존감을 길러야 할 시기에 부모와 가족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어 아이들의 의존성이 더욱 높아졌다. 3월 한 달은 예상했던 학년 발달단계와 아이들의 발달단계가 맞지 않아 모든 선생님들께서 꽤나 애를 많이 먹었다.

선생님들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애들이 아기일 줄은 몰랐다. 작년 1년은 통째로 삭제되었다”라고들 말씀하셨다. 2학년 선생님은 “애들이.. 7세야. 배워야 할 건 2학년인데 애들이 7세야...”라며 탄식하시고, 5학년 선생님은 “내가 작년이랑 같은 학년을 하는데 애들이 너무 어려졌다?”며 고개를 갸우뚱 하신다. 나이가 어릴수록 발달시켜야 할 사회적 기능들이 많고, 자기 주도성이 낮기 때문에 저학년일수록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된 작년 1년의 발달 공백이 클 것이다.

다행히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세상 모든 것들을 쏙쏙 흡수하는 존재여서 그런지, 격주 등교로 4월 중순 즈음이 되자 친구들하고 노는 방법도 다시 익히고, 자율적인 행동을 하는 등 점차 사회성을 발달시켜가는 듯하다. 처음에는 ‘귀찮은 일 : 학교 가기’라고 써 놓았던 녀석들이 이제 온라인 쌍방향 수업을 할 때에도 학교에 나오려고 선생님 눈치를 본다.

“애들아, 내일부터 온라인 수업이에요.” “아~ 온라인 수업 싫은데, 재미없어요. 학교 나오고 싶어요.” “선생님도 온라인 싫은 데.. 어쩔 수 없어. 내일 만나요~~”하고 집에 보내놨더니, 다음 날 부리나케 전화가 온다. “선생님, 저 온라인 접속이 잘 안 되는데 학교 가도 돼요?”

온라인 쌍방향 수업에 접속이 잘 안되거나 끊기는 학생은 학교에 나와도 된다고 했더니 오전 10시, 7명의 학생이 교실에 우르르 앉아 있었다. “너희... 정말 접속 안 되는 거 맞지?” “네, 맞아요.^^” 왜 갑자기 온라인 접속이 안 되는 것일까, 심히 의심이 가긴 했지만 아이들을 믿고 수업을 한다.

“선생님!! 00이는 접속 잘 되는데 학교 간 것 같아요!!” 쌍방향으로 수업 듣는 학생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이는 저번에는 온라인 접속이 잘 됐는데 왜 오늘은 안 되느냐고 분명 거짓말인 것 같다’고 전화 제보가 들어왔다.

일 년 동안 얼마나 답답했으면 접속이 안 된다는 거짓말을(아마) 하면서까지 학교에 나와서 수업하려고 할까. 아이들의 상황이 안쓰러울 뿐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 금요일에 몸이 안 좋다고 병원에 다녀온 아이가 월요일에 등교를 했다. “@@아, 병원에서 혹시 약 받아서 먹고 있니?” 물으니 그렇다 한다. 약을 먹으면 학교에 올 수 없다고 다시 집으로 가야 한다고 하니 아이가 알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가방을 메고 나에게 인사하는 아이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마음이 너무 짠했다. 작년 일 년, 집에만 있으면서 친구들 못 만나 얼마나 힘들었을까, 요즘에는 조금씩 학교 나올 수 있는데 자기는 아파서 학교 못 나온다니 또 얼마나 속상했을까. 아이들이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프지 말고 학교 나올 수 있는 동안은 학교 나와서 즐겁고 행복하자.

이렇게.. 학교 생활에 열정적인 아이들인 것 같지만, 이들은 온라인 쌍방향 수업을 하면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아이들이 불성실해서가 아니라 온라인이라는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모습이다. 교사들도 쌍방향 연수 받을 때 카메라 끄고 침대에 누워서 귀여운 고양이 사진 보는 경우 있지 않나.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차츰 확진자 수가 늘어난다니 또다시 등교 수업이 축소될까봐 걱정이다. 한 주 걸러 한 주 만나는 격주 등교라도 지켜나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교육부는 ‘미래 교육’이라 하며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온라인 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을 제시한다고 한다. 현재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에듀테크, 블렌디드 러닝 등 온라인 교육이 ‘미래’라며 그것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우리나라이다. 그러나 새롭고 좋은 것이라고 다 아이들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학교가 단순한 지식 전달의 공간이 아닌,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을 위한 공간이라면, 온라인으로 대면 학교를 대체할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강력한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우리의 삶을 덮칠 것이라 예상한다. 그런 미래에 대비하여 우리 아이들이 계속 집에서 혼자 공부할 수 있도록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인가 묻고 싶다. 어떻게든 학교에 오고 싶어서 울상인 어린 아이들에게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강조하면서 발달 지연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길 것인가 묻는다. 안전을 위해서 아이들을 격리시키지 말고,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2020년에도 매일 등교를 한 학교들이 있었다. 작은 학교들이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적으면 물리적 거리 두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염병 상황에도 학생들이 등교를 할 수 있다. 이에 작년부터 전교조 등의 교육단체가 정부에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감축’을 요구했지만 이는 ‘인건비’와 ‘근본적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제 곧 자연적 인구 감소로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지금은 과도기 시기라 참아야 한다고 한다. 과도기의 아이들은 이렇게 지내도 된다는 말인가.

교육까지, 아이들의 돌봄까지 어떻게 경제적인 효율로만 따져 정할 수 있을까. 숫자로 표현되는 ‘경제적 효율성’ 때문에 성장해야 할 시기에 아이들이 성장하지 못

김지혜 경기광명초교사
김지혜 경기광명초교사

하고, 결국 국가가 책임져야 할 돌봄과 교육을 각 가정의 형편에 전가하고 있다.

공교육 시설은 인간을 교육하기 위한 곳이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 만남 없이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 저학년부터라도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여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등교 수업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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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끝났으면 2021-04-20 10:53:54
빨리 코로나 19 사태가 해결이되고,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재밌게 떠들며 노는 시절이 왔으면 합니다. 학급당 학생수도 이기회에 선진국에 맞게끔 줄여나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