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글쓰기 교육, 사고력 개발의 전부다
[전재학의 교단춘추] 글쓰기 교육, 사고력 개발의 전부다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4.16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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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에듀프레스] 현대는 만인 저작 시대이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 이야기는 한 권의 소설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서전, 일기, 소설, 수필, 시, 평전 등 자신이 좋아하는 형식으로 이를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을 나누는 시대가 되었다. 많은 이가 처음에는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망설이다가 자천타천으로 용기를 내어 글쓰기에 입문한다. 그리고는 어느 정도의 학습과 연습, 훈련을 통해 경험이 쌓이면 이처럼 다양한 글쓰기의 형식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고 자아실현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는 중등학교 학생들의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교육과정으로 의무화 하였다. 그래서 학교마다 다양한 책을 읽히고 이를 독후감 형식으로 글쓰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스펀지처럼 흡수율이 빠른 청소년들은 생각 이상으로 놀라운 적응력과 성장을 보여주며 다양한 글을 창작하고 있다. 마치 저명한 작가라도 된 듯이 때로는 참신한 글로써 자신의 생각과 느낌, 경험, 바램, 짧은 삶의 희모애락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써 내려가는 모습은 이보다 좋은 창의력, 사고력을 배양하는 교육이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미국 대학의 목표는 설득력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은 글쓰기이다. 이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밝히는 첫마디다. 한 마디로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의 저명 대학들이 그토록 글쓰기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다. 실제로 하버드의 로빈 워드 교수가 40대 졸업생 1,600명에게 하버드에 다니면서 어떤 수업이 가장 도움이 되었나요?라고 설문을 했는데 응답자의 90% 이상이 글쓰기 수업이라고 대답했다. 그들은 글쓰기를 배운 것이 사회생활에서 큰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이가 들어 승진할수록 그 중요성을 절감하며 무엇을 꿈꾸든 글쓰기는 성공의 관건이라고 고백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명문 하버드 대학교는 1872년부터 신입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150년 가까이 수업 내용을 업그레이드하여 ‘논증적 글쓰기’라는 과목명으로 전문적인 글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15명의 소규모 그룹으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교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글쓰기에 학생들이 자신만만하게 접근하도록 돕고 있다. 학생들은 전공 분야별로도 전문 지식과 함께 논리적 사고와 표현 기술을 배운다. 그래서 졸업할 때까지 써내는 글이 무려 종이 무게 50㎏을 차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버드 대학교가 4년 동안 치열하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기 생각으로 상대방을 설득할 줄 아는 논리적 사고력을 길러주기 위해서이다. 글을 쓰려면 다양하게 많이 생각을 해야 한다.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면 상대의 입장까지 아우르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연구하고 경험을 필요로 한다. 이는 OECD가 대학에서 기본으로 배워야 할 핵심 능력으로 비판적 사고력, 분석적 추론력,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글쓰기를 통한 의사소통 능력을 지정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따라서 하버드의 교육철학은 “쓰기와 생각은 불가분의 관계이고 좋은 생각에는 좋은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정책을 구현한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글쓰기 수업을 총괄하는 토마스 젠 교수는 “사고력은 글쓰기로만 기를 수 있다”라고 단언했다.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세계적인 창의성 전문가인 뉴욕 대학교 폴 로머 교수는 “창의력을 키우려면 글쓰기가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 제프리 베이조스 회장은 “글쓰기가 사고력을 개발하는 데 전부”라고 단언했다.

현실적으로 이제는 글쓰기가 밥 먹여 주는 시대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매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차 보고서를 직접 쓴다. 에어비엔비 창립자 브라이언 체스키도 자기 생각을 공유하려고 일요일 밤에 전직원에게 이 메일을 보낸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먹고사는 문제로 임직원이 글을 잘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냐면 의사결정이 속전속결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도태되거나 멸종되기 쉬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성미가 급한 기업은 임직원이 글쓰기 역량을 개발하도록 애쓰는 단계를 뛰어넘어 아예 기자나 작가를 고용하기도 한다. 그 예로 한화증권은 기자와 소설가를 상근 편집 위원으로 채용해 고객에게 보내는 연구 보고서를 읽기 쉽게 수정하는 업무를 맡겼다.

오늘날 우리의 학교도 교사의 글쓰기 능력이 중요한 시점이 되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다양한 교과 선택권을 보장한다. 그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과목에서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들의 세부능력 사항을 작성하는 것이 교사들의 수업 능력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사항이 되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국어과 출신의 교사들이 유리할 것으로 짐작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학생부 기록은 문학적 글쓰기가 아닌 실용적 글쓰기로서 이는 선천적인 재능보다는 훈련과 노력을 통해서 습득할 수 있는 역량이다. 따라서 현직 교사들은 직무연수나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통한 소그룹별 학습으로 이를 충분히 대처해 나가고 있다.

이제 우리 교육은 형식적인(이론적인) 교과 운영이 아닌 실제로 글쓰기 과정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말하고 글로 작성하는 실생활의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핵심을 빠르게 전달하여 원하는 반응을 얻는 데는 글쓰기 기술이 최적이다. 이것이 ‘힘 있는 글쓰기(Power Writing)’를 주장하는 스파크스 박사의 교육론이기도 하다. 이 원칙은 네 단계로 요약된다. 첫째, 핵심(의견)을 주장한다(Opinion) 둘째, 주장에 이유와 근거를 제시한다(Reason) 셋째, 예시로써 근거를 증명한다(Example) 넷째, 핵심(의견)을 거듭 주장한다(Opinion&Offer). 이를 종합하고 정리한 하버드 150년 역사의 글쓰기 교육 프로그램이 바로 각 단계의 첫 글자를 딴 오레오 맵(OREO Map)이다.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는 학생들이 글쓰기 동아리를 구성하여 이를 실천하고 있으며 교사들 또한 소그룹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운영하여 상호간의 학습과 경험 나누기, 그리고 자체 훈련을 통해 교사의 글쓰기 역량에 전문적인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실제로 한 학생은 위의 글쓰기 방식에 의해 경제 분야 대회에 글쓰기로 참여하여 전국적인 수상을 하기도 했으며 이를 고백하는 소감글로 다른 학생들의 부러움을 받고 동기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제는 아는 것이 힘이 시대에서 생각하는 것이 힘인 시대로 바뀌었다. 생각 하나에 온 세계가 돈을 지불하고, 생각을 만든 사람은 초고속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는 시대 말이다. 생각의 힘은 글쓰기를 통해서 키우고 향상시킬 수 있음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다. 자기만의 구조화된 생각은 글쓰기 수업을 통해 강화할 수 있으며 이는 OREO 과정을 통해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학생이나 교사 또는 글쓰기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이고 누구나 실행 가능한 것이다. 더불어 학생들의 글쓰기 교육으로 자신감을 키우고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임을 재차 제언(提言)하는 바이다.

<참고한 문헌>

송숙희, 『150년 하버드 글쓰기 방법』, 유노북스,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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