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칼럼] 유시민의 청원과 초등학교 빈 교실 보육시설 확충, 그 결과
[한희정 칼럼] 유시민의 청원과 초등학교 빈 교실 보육시설 확충, 그 결과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4.14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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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성과 중심의 교육정책을 비판한다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생기는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 일부를, 다시 말해서 지금 특활공간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교실의 일부를 공공보육시설로 활용할 것을 청원합니다.”

2017년 12월 12일 전임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유시민씨는 이렇게 청와대 청원을 올렸다. 이에 대해 필자는 몇 가지 이유를 들며 그리 효과적이지도, 재정을 절감하지도 못할 거라는 의견을 여기저기 피력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학생수가 줄어서 유휴교실이 남는 학교는 보육대상자인 아동수도 적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낮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적극적으로 공공보육시설을 늘리겠다고 표방하고 사립 유치원을 매입해서 공립화하고, 빈 교실이 있는 초등학교에 병설 유치원을 적극적으로 설립하고 있다. 매입형이나 병설유치원이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조희연 교육감은 현황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서울시교육청이 매입한 사립 유치원은 주로 어느 지역에 집중되어 있을까? 원아 모집에 어려움이 없는 지역일까? 학생 수 감소로 원아 모집이 어려운 지역일까? 서울시교육청이 새롭게 설립한 병설 유치원은 어떨까? 학생 수도 많고 원아 수도 많은 지역일까? 아니면 학생 수 감소로 유휴교실이 생기는 지역일까?

누구나 쉽게 짐작 가능할 것이다. 병설 유치원 한 학급을 개원한다고 할 때 보통 5개 교실이 필요하다. 원무실, 자료실, 신체 활동실, 조리실, 그리고 교실이다. 두 학급을 개원하려면 6개 교실이 필요한데 남는 교실이 부족하면 신체활동실을 빼고, 원무실과 자료실을 하나로 합치는 식으로 조정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저런 요인을 고려해서 3학급 정도의 병설유치원이 설립된다. 그런 경우 적게는 5개에서 8개의 유휴 교실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학생 수가 줄어서 유휴 교실이 생긴 학교에 병설 유치원을 신설한 학교에 들어오는 원아수는 얼마나 될까? 2021년 개원한 한 병설 유치원은 3개 학급에 입급한 학생이 18명이란다. 유치원 교사는 지난 해 10월부터 겸임 발령을 받고 아무런 겸임 수당도 없이 몇 달 동안 고생해서 병설 유치원을 개원했는데 학생 수가 18명 밖에 안된다고 교육청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단다.

바로 옆 학교는 이미 3개 학급의 병설유치원이 운영되고 있었는데 3학급도 정원수 미달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교실이 남는다고 두 학급을 추가했고 미달률은 더 높아졌단다.

학생수도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했다. 학생 수가 많은 지역은 학급당 학생수도 많고, 교실도 부족하고, 보육시설도 부족하지만, 학생 수가 적어서 교실이 남는 지역은 보육시설도 정원 채우기 어렵다고. 그러나 진짜 심각한 문제는 실상을 모르는 외부인들이 몇 마디 하는 것에 있지 않다. 그런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적’의 노예가 되어서 그 정책을 추진하는 관료들이다. ‘실적’의 노예가 되어서 과밀한 유치원 학급당 원아수는 적정화하지 않고 사립 대비 공립 유치원 취원 원아의 비율만 늘리려고 눈을 감는 그런 관료들, 그런 관료들의 보고에 눈먼 지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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