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울시의회의 교장 길들이기?
[기자수첩] 서울시의회의 교장 길들이기?
  • 장재훈 기자
  • 승인 2016.11.22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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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10시 서울시의회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장. 박덕수 한국초중고교장연합회(이하 교장회) 회장이 증언대에 섰다.

며칠 전 교장회가 서울시내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이 문제가 됐다. 학교시설 개방-이용에 대한 조례안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교장회가 시의회를 악의적으로 비난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교장회는 ‘학교시설 개방·이용으로 학교교육의 폐해가 예상돼 시의회에 조례안 수정안을 제출하였으나, 놀랍게도 시의회에서는 교장회 선동에 동조하는 일부 학부모님들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말도 되지 않는 이유를 들어, 애초 개정한 조례안대로 시행하려 하고 있다’는 요지의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시의원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놀랍게도...’, ‘말도 되지 않은 이유를 들며...’등등 문구가 시의회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마치 시의회가 조례안을 당초 원안대로 밀어붙일 것처럼 있지도 않은 사실을 허위로 꾸며 학부모들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시의회를 매장시키려는 악의적 통신문이며 교장의 직위를 이용한 반강제적 서명일뿐 아니라 교장들의 행위는 명백한 집단행동 금지 위반에 해당된다"며 교장회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집단행동과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공문서 위조 혐의가 있는 만큼 책임자 사법처리와 엄중 문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정통신문중 문제가 된 주관적 표현을 즉시 삭제하고 그나마 하루 만에 발송을 중단했다는 교장회의 해명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년 중 가장 중요한 일정인 행정사무감사까지 중단하면서 시의회가 교장단 대표를 불러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속내를 한꺼풀 들여다보면 키워드는‘괘씸죄’다.

사실 학교시설 개방 조례 개정안은 처음부터 교육계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다. 학교가 외부에 무분별하게 개방될 경우 발생하는 교육적 폐해와 학생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학교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교장들의 우려와 불만이 컸다.

따라서 이참에 교장들을 확실하게 다잡을 필요가 있다고 여긴 듯싶다.  이번 일을 묵과할 경우 다른 시도에도 영향을 미쳐 교육계가 광역의회의 결정에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도 내키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 조금 확대해석 하면 교장회를 시범케이스 삼아 전체 교육계를 길들이려는 경고의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물론 교장회가 가정통신문을 이용해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거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적절치 못한 구석이 있다.

그러나 이를 견강부회(牽强附會)하고  전체 교육계의 정당한 언로를 차단하려 한 처사 또한 의회의 품격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의 난국은‘그들만의 리그’가 얼마나 쉽게 민심과 이반 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지방자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다. 서울시의회가 ‘위임된 권력’의 교훈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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