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위해 교실 출입문 넓힌 행정실장 .. “20cm면 아이들이 웃습니다”
장애학생 위해 교실 출입문 넓힌 행정실장 .. “20cm면 아이들이 웃습니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4.12 23: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당서초 신춘화 행정실장, 81억 재원확보에 공사감독까지 수퍼우먼
신춘화 서울당서초 행정실장
신춘화 서울당서초 행정실장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교실 출입문을 넓히고 잘못 부과된 토지 변상금을 찾아내 민원인에게 돌려준 사례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공무원 사회에 훈훈한 미담이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당서초등학교 신춘화 행정실장. 올해로 공직생활 33년째인 신 실장은 지난 겨울 학교 출입문 공사를 하면서 기존보다 20cm 넓혔다. 장애를 가진 학생이 휠체어를 이용, 편하게 출입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초 도면에는 80cm로 설계돼 있던 것을 교육청 및 시공사 관계자를 설득해 1m로 수정했다. 지금 당장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학생이 없지만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밀어붙였다. 한결 훤해진 교실 출입문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흐믓하다.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지난 겨울, 그는 호된 시련을 겪었다. 교실 출입문 공사를 비롯 석면제거 공사부터 외부창호 교체까지 모두 8개의 크고 작은 공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방학 기간을 이용해야 하기에 불가피했다.

행정실장이니 가만 있을 수 없는 노릇. 주말도 포기하고 밤낮으로 현장을 누볐다. 수시로 흡입기를 이용해 교실 먼지를 빼냈지만 공기 중에 떠 있던 분진이 아침이면 바닥에 수북했다. 남보다 일찍 출근해 쓸고 닦았다.

마감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폈다. 그러다보니 공사 업자나 청소용역 취급을 받은 적도 여러번.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생각에 힘든 줄 몰랐다.

하지만 세상사 내 맘 같지 않은 법. 공사 기일을 10여 일 정도 단축했지만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개학이 며칠 미뤄졌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등교수업 준비로 날카로워져 있던 교사들도 불만은 마찬가지. 게다가 현장 인부들 역시 깐깐한 행정실장을 탓하며 강짜 놓기 일쑤였다.

졸지에 공공의 적이 됐다. 남몰래 눈물 바람도 많았다. 툭툭 던지는 한마디는 가슴을 후볐다. “당신이 설계한 것도, 당신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대충 하지 그러느냐”는 핀잔도 들었다. 신 실장은 그때 너무 마음고생이 심해 지금 생각해도 울컥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고 했다.

사실 그는 당서초 교육여건 개선의 일등공신이다. 머지않아 이 학교엔 번듯한 체육관과 지하 주자창, 그리고 현대식 공법으로 신축된 특별교실과 급식실이 들어선다. 애초에 교육청에서 정해진 공사는 체육관과 주차장뿐 이었다.

하지만 과밀학급인 당서초로서는 특별교실이 급했다. 코로나 감염위험을 줄일 급식실 여건 개선도 미룰 수 없었다. 그때부터 도형록 교장을 도와 예산을 끌어올 수 있는 곳이면 발품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기를 1년, 지난해 4월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면서 당서초에 급식실과 특별교실 개선이 추가됐다. 25억원이던 사업 예산은 81억원으로 늘어났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이전 학교에서 근무할 때 학교부지를 지역주민들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평소처럼 규정집을 꼼꼼히 살피던 어느 날, 학교에서 요구한 변상금이 잘 못 책정된 사실을 발견했다.

실제 징수 금액보다 과다하게 요구했던 것이다. 그 길로 해당 주민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지역 주민은 어려운 형편에 토지 변상금을 제때 납부조차 못하고 있었다. 법이나 규정에도 몹시 어두웠다.

그를 대신해 변상금 납부액을 재조정, 4천만 원을 감액 받을 수 있게 했다. 자칫했으면 잘못 부과된 변상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억울한 피해를 키우고 공직사회 신뢰는 그만큼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건방지다고 할지 모르지만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이라면 단돈 1원도 허투루 봐 선 안돼요. 번거롭다고 그냥 넘어가면 언젠가 몇 배 더 많은 혈세와 행정력이 들어가겠죠.” 그는 “욕을 먹더라도 아이들을 위하고 교육행정이 신뢰받는 일이라면 그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실장과 2년째 함께 해온 도형록 교장은 “현장을 직접 찾아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보니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며 “책임감 강하고 매사 열심히 하는 분이어서 든든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