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 교육시론] 부산교대 - 부산대 통합 신중해야
[박은종 교육시론] 부산교대 - 부산대 통합 신중해야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4.0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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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겸임교수

[에듀프레스] 최근 갑자기 부산교대와 부산대가 양 대학 통합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해 부산교대 총동문회, 전국교대교수회협의회, 총학생회, 지역교육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항간에 이번 양 대학 통합 양해각서 체결 합의는 부산교대측이 자청에 이뤄졌다는 소식에 구성원들은 큰 반감을 사고 있다.

이번 양 대학의 통합 움직임은 최근 전국교대총장협의회, 전국교대교수협의회, 전국교대총학생회연합 등이 발표한 교대와 국립사대 통합 반대를 천명한 행위와도 어긋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팬데믹인 코로나19 대란 속에 백년지대계의 본산인 대학 통합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부터가 문제라는 비판이 많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 구성원의 원활한 참여가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그야말로 전 구성원들의 통합 공감없이, 일부 구성원들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부산교대총동문회는 부산교대가 이와 배치되는 통폐합을 그동안 양 대학 통합을 물밑에서 추진해왔다면서 이의 저지를 위해 강력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최근 국가교육회의가 제23차 회의를 마치자 이틀 후 전국 10개 교대 중 유독 부산교대가 스스로 흡수 통폐합을 자청하는 것에 대해 부산대, 교육부와 밀실 협약을 의심하고 있다.

부산교대 구성원들은 부산교대가 전국 교대와 달리 스스로 통폐합에 앞장 서는 것은 윗선의 압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내비치고 있다. 혹자는 외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학교 통합은 신중해야 한다. 초등학교 통폐합도 쉽지 않은 일인데, 사범교육의 요람이자 본산인 교대와 일반대 통합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우선 이번 부산교대·부산대 통합이 전 구성원들의 동의가 결여된 채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양 대학 통합 양해각서 체결 합의는 대학 구성원들의 공개적인 토의, 질의 등이 제한된 상황에서 비밀리에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 총동창회가 의견을 밝힐 기회조차 차단당했고 교수와 학생들에게 안내하지 않은 상황에서 절차를 진행시켜왔다. 교수와 직원, 학생들조차 통폐합 MOU 내용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향후 양 대학통합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반증이다.

부산교대는 해방 직후인 1946년 초등교원 양성기관인 부산사범학교로 개교해 올해로 개교 75년을 맞는 역사와 전통, 유서 깊은 대학이다. 그동안 역사의 뒤안 길에서 부침도 있었지만, 만고풍상을 겪으며 부산권 명문대학으로 성장해 왔다. 인구 절벽에 따른 학령 인구 감소가 원인이라는 것도 구차한 변명이다. 인구 절벽과 학력인구 감소로 인한 구조 조정의 일환이라면 국가 교육 개혁 차원에서 정책으로 추진돼야 마땅하다. 단위 대학에서 자청하여 밀실에서 통합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대학 통합 추진 같은 중차대한 사안은 절차와 순리를 지켜야 한다.

양 대학의 통합은 학령인구 감소로 초등교원 신규 임용 규모가 줄어들면 정원 감축과 재정 압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대외적 선언을 기반으로 할 것이다. 통합이 성사되면 2008년 제주교대가 제주대 교육대학으로 편입된 데 이어 ‘거점국립대·교대 통합’의 두 번째 사례가 된다. 그러나 부산교대 총학생회, 총동문회, 교수협의회 등이 주장하는 “초등교원 양성 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이 약화”의 대안 제시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전국에는 13개의 초등 교원 양성대학이 있다. 교대 10개교와 제주대 교대,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이화여대 초등교육과(사립)에서 연 약 4000명 정도의 예비교사를 배출하고 있다. 국립인 교대는 초등교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교원 양성 특수목적 대학이다. 함부로 통합을 추진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만약 부산교대가 부산대와 통합이 이뤄진다면 나머지 9개 교대의 지역 국립대의 단과대학 통합 편입을 불문가지다. 부산교대와 부산대 통합을 단지 국립대 두 rt의 통합만으로 국한해 봐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교대와 지역 국립대와의 통합 시 효과다. 2008년 제주교대가 제주대 교육대학으로 통합됐다. 당시에도 그럴 듯한 통합의 효과에 대한 미사여구가 회자됐지만, 현재 제주 지역과 제주대 교대 구성원들이 이야기하는 통합 효과는 ‘총장 자리 하나 없어진 것 뿐’이라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 양 대학 통합 시너지 효과는 전무하다는 냉철한 평가다.

제주교대와 제주대 통합이 13년이 지났지만 시너지 효과는 고사하고, ‘물리적 통합’만 이뤘을 뿐 두 캠퍼스 간 교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 왔다. 지난 해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교원양성체제 개편 방안을 놓고 숙의 과정을 거쳤지만 교대와 거점국립대 간의 통합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이라는 두루뭉술한 결론에 그친 것도 교대와 국립대 통합이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올해 경상대와 경남과학기술대가 통합한 경상국립대가 출범한 데 이어 강원대와 강릉원주대 등 몇몇 국립대학 간 통합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몇몇 국립대학 통합은 목적형 특수목적 대학이 교대와 국립 통합과는 결이 다른 문제다.

부산대와 부산교대가 조만간 통합 논의에 착수하면 상당한 진통이 일 것이다. 코로나19 대란 속에서 설상가상 구성원들의 갈등의 골도 깊어질 것이다. 인구 절벽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은 예견된 흐름이지만 교대의 흡수 통합에 대한 학교 안팎의 저항도 상당할 것이다.

이의 해결책은 양 대학 통합에 앞서 대학 구성원들의 동의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장기간의 숙의와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이 양 대학 통합을 단위 대학 통합으로 접근하지 말고 10개 교대의 미래 과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가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짊어지고 갈 교원양성 특수목적대학의 장래는 인구 절벽과 학령인구 감소라는 현실적 여건을 뛰어넘는 국가 미래 대비라는 국민적 혜안·합의이 필요한 중요한 의제(agenda)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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