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에세이] 지혜네 노랑꽃집 이야기 ② - 교원 성과급
 [교실 에세이] 지혜네 노랑꽃집 이야기 ② - 교원 성과급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4.03 21:3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김지혜 경기광명초 교사
 

점심시간에 지혜네 노랑꽃집 새싹들과 학교 화단에 모올래 씨앗을 심었다. 신난 선생님과, 더 신난 아이들, 그리고 그 옆에 무엇이 불안한 듯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들 몇.

“선생님, 이거 꽃 피면 선생님 짤리는거 아니예요?” 연서가 내 옆으로 다가와 걱정스레 질문한다. 씨앗을 심은 후 교실에 올라와 시 수업을 했는데, 준서도, 연서도, 현서도, 우리가 화단에 씨앗 심은 게 다른 반에 들켜서 선생님이 잘릴까 봐 걱정된다고 한다.

아이들의 귀여운 시에 “씨앗에서 새싹나고 꽃 펴도 괜찮아” 웃으며 말했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걱정하는 눈치이다. 그러면서도 매일 자신들이 씨앗 심은 자리에 새싹이 났나 안 났나 궁금해서 하루에 한 번씩은 꼭 화단으로 뛰어나간다.

학교 올 때마다 물조리개 들고 화단에 정성스레 물을 주더니 며칠 후 드디어 싹이 났단다. 너무 귀엽다고, 이쁘다고 새싹을 여기저기 자랑한다. 심지어 민솔이는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학급 대화 시간에 일주일 중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새싹이 난 것을 발견했던 순간’이란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나도 신이 난다.

요즘은 식물을 중심으로 수업을 재구성 중이다. 씨앗 심기, 그림책 수업, 연극놀이, 봄 사진, 그림 그리기, 시 쓰기 등등 여러 가지를 한다.

교실에도 식물들이 등장했다. 라벤더, 파리지옥, 칼랑코에, 아이비, 로즈마리, 스킨답서스...

새싹들은 식물이 너무너무 좋은가보다. 아기 식물을 기르는 식물 엄마 아빠가 되기 위해 손을 번쩍 번쩍 들고, 허브 향을 맡아 보기 위해서 줄을 서서 기다린다. 아이비 잎 모양이 별 모양인가 하트 모양인가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찾아보고, 제라늄 꽃잎 떨어진 걸 가지고 싶어서 서로 가위바위보를 한다.

국어 시간에는 우리 반에 새로 온 식물들을 알아보는 학습지로 공부를 한다. 총 15장으로 되어있는데 딱딱한 정보글인데다 글의 양도 꽤 길어서 새싹들이 읽기에 힘들어하지 않을까 했는데 우려와 달리 식물 학습지도 척척 해낸다. 어렵긴 한 데 할만하단다. 그 학습지는 주말에 집에서 만들었다.

학교에서는 퇴근 시간 내에 담당 업무를 하느라 바빠서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없다. 매일 여섯시 정도까지 남아 이것저것을 하고 있는데 왜 학교에선 수업 준비할 시간이 없는가 모르겠다. 학년 선생님들하고도 만나면 그런 얘기를 한다. 왜 우리 학년은 ‘칼퇴’를 하지 못하는가.

아마 교실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를 어떻게 상담할 것인지 선생님들끼리 함께 고민나누고 연구해서 그런가보다.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키울 방울토마토, 상추 모종을 화분에 심을지 스트로폼에 심을지 의논한다고 늦게 퇴근하는 것일 수도 있다.

3월 한 달 동안 한자리에 모여 사담 나누는 시간도 갖지 못하고 바쁘게 살아왔지만 그래도 학교에서 쉬지 못했다고 후회가 남진 않는다. 만나면 아이들 이야기로, 수업 이야기로 하루하루를 얽혀 사는 우리 학년이다.

이렇게 보면 열심히 수업 준비하고 열정적으로 아이들 가르치는 교사들인 것 같지만 성과급과 관련된 다면 평가에서는 최하위 점수를 받는다.

부장님이 다면평가 회의를 다녀오시더니 선생님들을 불러모아 미안하다고, 우리 학년의 수업 시수가 다른 학년보다 적어서 평가 최하 등급을 받을 것 같다고 하신다. 괜찮다고, 누군가는 B등급 받아야 하는 제도인데 그걸 어떻게 누가 더 힘든 상황인가 세세하게 따지고 있겠냐고 이야기했더니, 그래도 우리 학년 선생님들 너무 열심히 하시는데 점수는 제일 낮게 받으니 속상하다고 하신다.

선생님들은 농담으로 ‘돈 적게 받으니 대충 가르쳐야 하나~ 성과급도 적은데 열심히 하면 뭐하나~’ 이야기하며 웃는다. 씁쓸한 표정들이다.

교사는 일 년에 한 번 성과급을 받는다. 성과급이라는 것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운영 시스템인데 이것이 인간을 교육하는 학교 현장에 반영되면서 학교 공동체가 병들고 있다. 상대평가 시스템인 성과급 지급 기준을 정하는 다면평가 회의에서는 어떤 교사가 학교에서 더 힘들게 생활하는지에 대한 토론회가 벌어진다.

‘우리 학년은 수업 시수가 더 많으니 점수를 올려주세요.’, ‘수업 시수만 많으면 됩니까? 우리 학년은 수업 시수는 적지만 아이들 상담을 많이 하니 그런 것을 포함해서 점수를 올려주세요.’, ‘일주일 시수를 기준으로 해요. 아니에요 외부강사 시간까지 다 체크해서 일 년에 몇 시간 수업하는지 총 시수를 계산하는 게 공정해요.’, ‘업무가 힘드니, 친목회를 하니, 올해 아이들이 힘드니’ 등등.

이 토론에 정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차등성과급 시스템 하에서 교사들은 바로 옆에서 함께 고생하는 동료들과 싸울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 공동체는 무너지고 교육의 본질은 읽히지 않는다. 학교에서 고생하지 않는 교사는 없으며, 교육의 성과나 고생을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도 없다.

‘아이들과 잘 살아가는 일’은 수치로 표할 수 없으니 배제하고 오로지 일로, 객관적 지표로 따져야 하는 성과급 등급을 받을 때 교사들의 수업 자괴감은 날로 커진다. 게다가 성과로 측정가능한 ‘업무’가 많으면 많을수록 공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교육 성과급’의 모순을 나타낸다.

교사라는 직업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기에,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기에 기업의 논리와 상관없이 비이성적인 이끌림으로 열심히 하게 되는 직업이다.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때는 성과급 받는 날이 아니라 학생에게 진심 어린 편지 한 장 받을 때이다. 그러한 순수성을 성과와 일률적 척도로 판단하려고 하는 순간부터 교육에서 사람이 빠지고 점수되는 일만 남는다.

교사들은 성과급 제도가 얼마나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고 학교 공동체를 붕괴시키는지 잘 알기에 성과급 폐지를 주장한다. S등급 교사도, A등급, B등급 교사도 ‘성

김지혜 경기광명초 교사
김지혜 경기광명초 교사

과급을 올려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성과급 제도를 폐지하라’고 말한다.

성과급은 폐지한 후 교사들에게 균등한 교육 수당으로 나누어 주고, 모두가 인정하는 힘들고 고단한 업무가 있다면 그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에게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작년에 코로나 19로 인하여 모든 교사가 방역, 온라인 수업 등 함께 고생했으니 성과급 균등 지급을 하자는 목소리가 교육 각계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번 년에도 성과급은 차등 지급된다. 코로나로 고생했으니 한시적으로 A등급 교사 비율을 10% 높여준다는 교육부의 방안이 아쉬울 따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성과급 반대 2021-04-05 13:30:59
성과급이라는 것 정말 없어져야할 적폐이지요... 빠른 시일내에 없어져 함께 고생하는 선생님들이 서로에게 상처받지 않는 학교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