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 교육시론] 훼절인가 소신인가 .. 교원노조 간부의 내부형 교장 입성기
[박은종 교육시론] 훼절인가 소신인가 .. 교원노조 간부의 내부형 교장 입성기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3.30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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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교원인사제도의 혁신 모델이라는 유·초·중·고교 교장공모제가 이제 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전혀 혁신적이지도 않고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인사문란과 무질서의 현장이라는 비판이다.

최근 인천광역시교육청의 교장공모제 면접시험 유출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일부 교원 노조 간부인 평교사가 하이패스로 교장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원 출셋길로 교장직이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노조 일에 힘을 쏟던 교사를 교장으로 특급 승진시켜주는 지름길이 공모 교장제 교장직이라는 자괴적 한탄을 할 수 박에 없는 실정이다.

2007년 처음 도입된 교장 공모제는 능력 있는 젊은 교사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교장 공모제는 교장 자격증이 없는 교사 경력 15년 이상 평교사를 공모를 통해 교장에 임명하는 제도다. 교장 자격증은 교직 경력 20년이 넘는 교원이 교감을 거친 뒤 교장 자격 연수를 이수해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어서 ‘무자격 교장 공모’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그동안 일부 혁신학교에서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이용해 특정 노조 출신 평교사를 교장으로 특급 승진해 온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실제 2010-2020년 10년간 17개 시·도교육청의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통해 임용된 교장 238명 중 154명(64.7%)이 전교조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계에선 교장 공모제가 애당초 교육혁신, 학교개혁 등 본연의 취지와 다르게 특정 노조 출신 인사의 출세 코스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이제 14년이 지난 바 현실에 알맞게 일대 혁신이 돼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교장 공모제 전형은 크게 자기소개서, 학교경영계획서 등을 평가하는 제1차 학교 심사 전형과 제2차 학교경영 발표 심사인 교육청 심사 전형으로 나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특정 교조 교사들이 많은 혁신학교에서 같은 특정 노조 출신 교장 후보자에게 편향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 끼리끼리 짬짜미에 학교 교장이 바뀌는 어처구니없는 게 현실이다.

아울러 교사·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학교 심사위도 학교에서 특정 교사를 밀 경우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인천의 교장 공모제 문제도 특정 노조 출신 인사들의 연루에서 비롯됐다. 학교 현장에서는 특정 노조 출신이 아니면 공모 교장 못 한다는 자괴적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교장 공모제를 둘러싼 잡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엔 경기도의 한 혁신학교에서 특정 노조 출신 교사가 ‘교장 공모제’ 도입 찬반 학부모 투표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올해 2월엔 인천시교육청의 교장 공모제 전형에 특정 노조 출신들이 교장 공모제 면접시험 문제 유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특정 노조 성향의 소위 진보 교육감들이 주도하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는 교장 공모제 비율을 현재보다 더 확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 신청 학교 중 50%까지만 교장 자격 미소지자가 지원 가능한데, 이 비율을 100%까지 늘리자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 술 더 떠서 소정의 교육 경력을 갖추면 교감이 되도록 하는 ‘교감 공모제’까지 도입하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이제 혁신학교와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면밀히 검토해 혁신해야 한다. 혁신학교와 내부 형 교장 공모제가 본연의 취지인 교육혁신, 학교개혁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이제 과감한 수술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전혀 혁신적이지도 않고 학교 현실과도 유리된 기형적 인사제도라면 이제 현실에 맞도록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폐지도 고려해야 한다.

인사는 만사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인사가 잘못되면 망사가 된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에 대한 면밀한 진단과 분석과 대안 모색을 고려해야 한다. 학교의 교장은 당해 학교의 경영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내부형 교장 공모제의 새로운 대안 모색에 대한 국민적 고민이 필요한 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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