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주의 사이다 톡] 리더십 교육은 리더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송은주의 사이다 톡] 리더십 교육은 리더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3.27 0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

[에듀프레스] 요즘 나의 고민 중 하나는 어떻게 리더십 교육을 할 것인가이다. 말이 좀 어렵지만 쉽게 말하면 '학급 임원들에게는 어떤 역할을 부여하고, 어떤 리더로 이끌어야 할까. 또 학급 친구들은 무엇을 이해해야 하고 어떻게 협동할 수 있도록 할까'라는 고민이다. 리더십 교육은 리더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리더를 뽑고 협동하는 회원들에게도 필요하다. 그들 또한 미래의 잠재적 리더들이기도 하지만 지금 당장 리더와 손을 잡고 성장해야 할, 교육 활동의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반 학생들은 4학년이 되어 처음으로 전교임원선거에서 투표하고, 학급임원선거도 치러보았다. 나도 열 한 살 4학년 때 처음으로 회장이 되었다. 그때가 지금도 기억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좌충우돌을 겪으며 성장했던 시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회장은 되긴 했지만 선생님 앞과 친구들 앞에서 행동이 달랐고,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대표로서 자격이 좀 부족한 학생이었다. 회장이 권력인 것처럼 휘둘렀고 친구들과 갈등도 겪었다. 그때 당시는 친구들도 어리고 순했고, 나처럼 (겉으로 보기엔) 성격이 센 아이에게 대놓고 심한 말을 못하며 많이 참아주었던 것 같다. 그 사실을 그 당시에는 몰랐고 점점 나이를 먹으면서 그때 내 행동을 돌아보며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수업 내용 외에는 말이 거의 없으신 중년의 남자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분명 내 행동을 친구들의 일기검사를 하시며 아셨을 텐데 나에게 임원으로서 역할과 책임에 대해 지도 말씀을 거의 해주지 않으셨다. 자라면서는 ‘선생님께서 묵묵히 지켜봐 주시고 기다려주셨던 걸까’ 하고 감사하기도 했지만 그때 조금 더 지도해주셨더라면 내가 좀 더 빨리 길을 찾지 않았을까, 나와 함께하는 친구들도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컸다.

어렸을 때 시행착오를 제대로 겪었고, 크면서 깨달은 것이 많았고, 그 시기는 돌아오지 않아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지도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24년이 지나 내가 4학년 담임이 되었다.

여전히 학교에 임원 제도는 남아있다. 분명 어디에나 리더는 필요하고 이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 리더가 될 테니 어려서부터 리더십 교육은 중요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임원 제도가 가진 맹점이 우리 반과 학교 곳곳에서 보여 안타깝기도 하다.

임원의 역할을 ‘선생님 대신’이라는 말로 추켜세우며 담임이 학급 관리를 한결 편하게 하는 ‘용도’로 ‘이용’하는 경우는 여전히 있다. 임원이 된 아이들은 선생님의 심부름과 학급 관리를 독점하는 것이 임원의 특권으로 생각하고 친구들과 자신의 경계선을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임원으로서 학급에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친구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임원 학생 입장에서는 친구들의 투표로 당선이 되었고 자신에게는 대표성과 리드할 자격이 있는데 친구들은 ‘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라고 생각하며 협조해주지 않는다고 느끼기도 한다. 임원이 아닌 친구들은 친구들 대로 답답하고 갑자기 생겨버린 친구 사이의 ‘계급’이 당혹스럽다.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거에 나온 후보자들과 당선자들 모두 그 선의가 아름다웠다. 그런데 막상 선거가 끝나고 나니 임원들은 마음 같지 않은 상황에 답답할 때도 많고 선생님은 임원이라고 특별히 대우해주지도 않는 것 같아 속이 상할 듯하다. 임원이 아닌 학생들은 임원이든 아니든 학급에서 역할을 고르게 하고 싶기도 하고, 각자 생각이 다들 달라서 답답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그야말로 동상이몽이다.

학생들을 지켜보며, 담임으로서 나의 작은 제스쳐나 말 한마디가 때로는 임원 학생들에게, 때로는 임원이 아닌 학생들에게 서로를 소외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을지 조심스럽다. 아이들에게 임원이라는 완장이 권력의 차이, 친구 사이의 계급의 차이처럼 느껴지지 않으면서 자치와 민주라는 가치를 어떻게 몸으로 배우게 할 수 있을까.

4학년. 리더다움에 대해 생각하고 리더를 직접 뽑고 뽑히는 경험을 처음 하는 학년이다.

어떻게 해야 화목하게 서로 협조하고 배려하며 개인이 소외되지 않으면서도 공동체를 생각하는 학급 어린이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 어린이회는 임원학생과 임원이 아닌 학생 모두, 즉 우리 반 학급 전체 학생들이다. 리더십 교육은 리더인 임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임원과 함께 밀고 당기며 학급을 움직이는 모든 학생들에게도 필요하고 그들을 가르치는 어른들에게도 필요하다. 그 어른들에는 학교 선생님도 포함되지만 가정과 사회에서 아이들에게 잠재적으로 많은 메시지를 전하는 모든 어른이 포함된다. 돌아보면 지금 어른들도 어릴 적 리더십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 곳곳에 자격이 없는 리더가 판을 치고 그런 리더를 뽑거나, 방치하는 어른들이 많은지도 모른다. 리더의 의미와 역할, 리더를 뽑은 사람들의 기대와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 리더십 교육은 모두에게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