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식 칼럼] 아동의 안 좋은 행동과 습관을 변화시키기 위한 역설적 개입
[이진식 칼럼] 아동의 안 좋은 행동과 습관을 변화시키기 위한 역설적 개입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3.25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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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진식 특수교육학박사
이진식 교사
이진식 교사

[에듀프레스] 가정에서 또는 학교에서 어떤 행동적 문제를 보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행동적 문제란 폭력적 행동, 분노 표출, 자기자극 행동, 강박 행동, 안 좋은 습관 등을 말합니다.

아동이 이러한 문제시되는 행동을 할 경우 보통은 하지 못하게 제재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게끔 강화와 벌을 써서 유도합니다.

하지만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행동을 고치려고 하면 진정한 문제 해결을 할 수 없습니다. 강화나 벌로 행동이 일시적으로 개선되었다고 해도 나중에 또다시 이러한 행동적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것은 겉으로 보이는 행동적 문제들이 사실은 심리적인 요인, 무의식적인 습관에서 기인한 문제들이기 때문입니다. 즉, 무의식적으로 습관화된 패턴이 자동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아동의 습관화된 잠재의식적 패턴에 균열을 일으켜야 안 좋은 행동 및 습관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무의식적인 패턴에 균열을 일으킨다는 것은 아동이 문제시되는 행동을 했을 때 스스로 ‘이러한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의문을 들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유가 어찌됐든 간에 아동은 그동안 해왔던 행동이나 습관들이 스스로 타당하지 않다고 여길 때, 또는 흥미를 잃게 될 때, 비로소 문제시되는 여러 행동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역설적 개입이 있습니다. 역설은 표면상으로는 말이 안 되는 부조리한 말 같지만, 그 진술의 이면에는 올바른 의미, 깊은 진실을 담고 있는 말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도 지는 것과 이기는 것이 서로 모순되는 말이지만, 진정한 승자는 양보하고 져줄 때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에 역설적 표현입니다.

이러한 역설을 치료적 차원에서 이용하는 것으로, 아동의 문제시 되는 행동이나 습관을 변화시키기 위해 그러한 문제 행동을 오히려 더 많이 하도록 지시하는 것을 역설적 개입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동이 무의식적 또는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을 이제는 의식적으로 공개적으로 수행하도록 지시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아동은 자신의 사고 틀에 의문을 가지게 되면서, 새로운 변화 가능성을 스스로 모색하게 됩니다.

<밀턴 에릭슨과 혁신적 상담>에 있는 다음 상담 사례를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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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기 전에 현관을 비롯한 각각의 창문을 10번 이상 확인해야 하는 여성 내담자가 상담실을 찾아왔다.

상담자는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기록을 갱신해 보자고 조언했다. 오늘 밤은 20번, 내일 밤은 40번, 다음 날 밤은 80번, 그 다음 날은 160번...

이렇게 계속할 것을 지시하자 강박증은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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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예는 역설적 개입의 전형적인 상담 사례입니다. 아무리 강박적 행동, 문제 행동, 도전적 행동 등을 안 하려고 노력해도 성과가 없는 경우에는 오히려 그러한 행동을 의식적으로 더 많이 수행하도록 지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인 에밀리 안할트(Emily Anhalt)는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부정적 감정에 빠지는 시간을 따로 정해놓을 것을 권합니다. 이것은 우울감에 빠지는 시간을 따로 정해놓으면 감정의 벽을 치는 것과 같아 우울한 감정이 일상의 다른 시간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아동에게도 습관적으로 하던 문제 행동을 의식적으로 특정 시간에 수행하게 하면 아동은 흥미를 잃고 점차 그만둘 확률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물건을 집어던지는 아동에게는 매일 특정 시간에 물건을 던지라고 계획표를 짜놓는다든지, 할퀴고 때리는 습성이 있는 아동에게는 매일 정해놓은 시간에 그러한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하지 마라.”라고 말하면 의식적으로는 저항심이 생기고, 무의식적으로는 하지 말라고 하는 행동에 집착하게 됩니다.

따라서 오히려 “~하라.”고 행동을 부추기게 되면 아동의 사고에 혼란을 일으켜 아동은 그러한 행동에 흥미를 잃게 되고 변화를 위한 가능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역설적 개입은 일반적인 상담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은 상반된 방법으로 개입하여 치료 효과를 거두는 것입니다.

여러 상담 사례를 보면 이러한 역설적 개입은 아동의 행동 변화에 매우 효과적이고 일시적이 아닌 반영구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문제시 되는 행동을 장려한다는 것이 겉으로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기존의 사고 패턴에 혼란을 일으킴으로써 아동은 스스로 변화를 위한 가능성을 탐색하게 됩니다.

이진식(https://blog.naver.com/harammail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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