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만 있고 결론 없는 국가교육회의” ..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가능할까?
“숙의만 있고 결론 없는 국가교육회의” ..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가능할까?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3.22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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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회의 4기 출범식에 참석한 유은혜 교육부총리와 김진경 의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국가교육회의 4기 출범식에 참석한 유은혜 교육부총리와 김진경 의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숙의만 하고 결론은 없다.” 출범 4년을 맞은 국가교육회의에 대한 평가다. 지난 2017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 출발했지만 대입제도 개편과 교원양성체제 개편이라는 두 차례 공론화 외엔 뚜렸한 성과가 없다.

그마저도 교육부에 외면받고 알맹이 빠진 결론만 도출하는 바람에 존재 이유조차 의문시되고 있다. 국가 중장기교육정책 비전을 제시한다는 목적으로 출범 했으나 4년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청사진 하나 내놓질 못했다.

여당은 올 상반기 중 국가교육위원회를 발족한다는 목표 아래 법안 제정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 비춰보면 국민들에게 ‘왜 국가교육위원회가 있어야 하는지’ 설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최근 펴낸 숙의를 통한 교육정책 형성의 성과와 과제 이슈페이퍼는 국가교육회의의 현주소와 과제, 그리고 국가교육위원회 전망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 국가교육회의 인적 구성부터 초중등 경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교육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교육정책의 안정성을 기하기 위해 범사회적 합의기구인 국가교육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리고 2017년 9월 국가교육회의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이 공포되고 신인령 전 이대 교수가 초대 의장을 맡았다. 이어 2기 국가교육회의부터 김진경 전 교육문화수석이 내리 3,4기 의장을 맡아 운영해 오고 있다.

22일 국가교육회의는 김 의장 체제를 유지한 채 21명의 전체회의 운영위원을 위촉했다. 유은혜 교육부총리 등 9명의 당연직 위원을 제외한 위촉위원 중 김 의장을 비롯 4명은 3기에 이어 연임됐다.

국가교육회의 4기 위원 21명 중 유초중등 출신은 단 2명. 초중등 분야는 전교조서울지부 혁신국장 출신인 안혜정 교사(서울 휘봉고)가 유일하다.

◇ 대입 제도개선- 교원양성체제 공론화 성과는?

지난 4년 국가교육회의 성과를 꼽으라면 대입제도 개편과 교원양성체제 개편 공론화이다.

결과는 초라했다.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대입정시 선발 45% 이상’이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교육부에 의해 곧바로 무시됐다.

그해 교육부는 대입 정시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공론화 결과가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국가교육회의는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2020년 교원양성체제 개편 공론화는 지난 1995년 5.31 교육개혁안의 연장선상에서 공론화를 가졌다. 그 결과 중등교원 양성규모 축소라는 권고안을 도출해냈다.

하지만 교·사대 통폐합이나 교육전문대학원 설립과 같은 쟁점은 정리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실제 대입공론화 과정을 복기해 보면 허무하기까지 하다. 공론화의 단초가 된 것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후보시절 문 대통령은 2021학년도부터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후 문 정부 초대 교육부총리에 임명된 김상곤 장관은 ▲수능 일부과목 절대평가(1안)과 ▲전과목 절대평가(2안) 등 복수안을 2021 대입개편안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는 곧 여론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의 80.5%가 수능 상대평가를 선호한 것이다. 결국 교육부는 2018년 수능 개편을 2022년으로 유예하기에 이른다.

공은 국가교육회의로 넘어갔다. 대국민토론회, 시민참여형 조사, TV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3개월 후 국가교육회의는 ‘수능에서 상대평가를 확대하되 중장기적으로 수능 절대평가를 준비한다’는 모순적인 결론을 내린다.

교육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던 교원양성체제 개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교육부는 미래학교와 교원의 역할에 적합한 교원양성체제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국가교육회의에 요청한다.

이를 받은 국가교육회의는 교원양성 교육과정과 교원양성 규모를 중요 의제로 선정하고 집중숙의와 경청회, 여론조사 등을 실시한다. 

그해 12월 국가교육회의는 ‘초등은 임용규모에 맞게 정부가 양성규모를 관리하고 중등은 임용규모를 축소한다’는 내용과 ‘교육의 질제고와 초중등 연계교육 필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체제발전방안을 수립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협의문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 협의문엔 교·사대통합이나 교육전문대학원 설립과 같은 핵심의제는 빠져있다. 협의문을 받아든 교육계는 ‘중등교원 양성 인원 축소는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것이어서 새로울 것 없다’는 혹평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공론화 실패 요인으로 ▲전문성과 역량 부족, ▲첨예한 이해 충돌을 극복하지 못한 애매한 절충, ▲숙의제 자체의 한계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 국가교육위원회는 초정파적 교육개혁 이끌 수 있을까?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관련 법안은 모두 6개가 국회교육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쟁점은 국가교육위원회 성격, 여당은 합의제 행정기구로 규정하는 데 반해 야당은 대통령자문기구로 설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부분은 교육부와 기능과 역할이 중첩되는 부분을 어떻게 조정하느냐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 의견도 다양하다. 교육부에 고등교육과 제도지원 부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청에 재배치 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국가교육정책은 국가교육위원회가 맡고 집행은 교육부가 맡는 방안까지 나온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한다 해도 현재로선 교육부 위상이나 역할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조직개편과정에서 교육부가 순순히 권한을 내려 놓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경우 국가교육위원회가 결론을 내린다 하더라도 집행부서인 교육부가 반대하거나 방향을 틀어버리면 논란과 갈등만 남게 되는 것이다. 자칫 ‘정책따로, 결정따로’ 현상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정치적 중립도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경기도교육연구원 보고서는 '위원구성이 대부분 정치적 성향과 이해집단을 대표해서 오는 바람에 완전히 정치로부터 독립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갖는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국가교육회의 역시 청와대나 교육부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논의가 진행됐다는 점에 비춰볼 때 정치로부터의 독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한다 해도 문제다.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국민이 선택한 정부와 완전히 반대로 가버릴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을 둘러싼 이데올로기 대립이 심한 상황에서 국가교육위원회 판단과 집권 정치세력의 시각이 다를 경우 마찰은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교육계 일부에서 국가교육위원회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홍섭근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원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취지인 정치적 중립, 교육의 전문성, 교육의 일관성이 맞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가교육위원회가 과연 우리사회의 흐름에 맞는지, 지금까지 제대로 운영되고 있었는지, 제대로 된 성과가 있었는지 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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