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형 에듀토크] 널 어찌하면 좋니, 화상아! -① 현재 화상수업 시스템
[김남형 에듀토크] 널 어찌하면 좋니, 화상아! -① 현재 화상수업 시스템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3.20 15: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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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남형 경기 여주송촌초 교사
김남형 여주송촌초 교사
김남형 여주송촌초 교사

[에듀프레스] 작년 한해 화상수업을 도입한 많은 교사들이 zoom과 google meet를 비교했다. zoom은 상대적으로 호스트의 통제력이 크다는 평이었고, meet는 다양한 google 체제와의 호환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교사들이 수업 통제력을 더 선호했던 탓인지 zoom은 교육 현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google의 확장 프로그램이 하나씩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이를 뒤집지는 못한 것 같다.

공공 학습관리시스템(LMS)인 EBS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도 최근 화상수업 플랫폼을 따로 내놓았다. 7월이면 zoom의 교육용 사용이 유료 전환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화상수업의 주도권을 외국계 민간시스템이 아닌 국내 공공 LMS가 획득할 좋은 기회인 것이다.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어도 화상수업은 거리를 뛰어넘는 미래수업의 중요 요소가 될 수 있다.

현재 두 종류의 공공 LMS 화상수업은 서버 문제와 플랫폼의 완성도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물론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이런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것이다. 그보다는 근본적인 개발 방향과 신설 기능에 대해 현장과의 소통이 더 진행되길 바란다.

플랫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EBS 온라인클래스와 e학습터는 다른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자체에 대한 평가에 앞서 두 가지 공공 LMS가 화상수업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인 것은 다행인 일이다. 서로 다른 플랫폼에 대한 현장의 평가가 두 시스템 모두를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교사의 성향과 교실의 상황에 따라 고를 선택지가 있다는 것도 긍정적이다.

EBS 온라인클래스의 화상수업은 여러 면에서 기존 zoom의 포맷을 떠올리게 한다. 메뉴 버튼 종류와 기능의 유사성 뿐 아니라 참여자 간 위계까지 기존 zoom 이용자라면 낯설지 않게 즉시 활용이 가능하다. 아마도 zoom을 대체할 플랫폼 구성이 목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대체재 역할에 충실하더라도 zoom과의 별다른 차별점을 보이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zoom이 대중적으로 이미 익숙하며 활용도가 검증된 것은 사실이나, 수업이 아닌 회의를 목적으로 한 플랫폼이기에 교육적 요소를 담고 있지는 않다. 주의 환기 기능 같은 디테일 몇 가지만으로 새로운 수업용 플랫폼이라 칭하기에는 교실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e학습터의 화상수업 개발자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e학습터는 교사의 통제력강화에 집중한 모양이다. google meet가 zoom에 비해 호스트와 참가자의 구분이 덜했다면, e학습터는 zoom보다 뚜렷한 권한으로 교사와 학생의 위계를 그렸다. 주화면과 부화면을 나누어 교사의 얼굴과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를 입맛에 맞게 통제하는 기능이 인상 깊다.

그런데 왜 마음은 편치 않은 것일까. e학습터의 화상수업은 교사의 전달력 강화를 위해 학생의 자율성에는 제약을 둔 느낌이다. 학생의 능동적 활동은 매번 교사의 권한 부여를 통해 가능하며, 학생 간 소통도 원활히 진행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교사를 수업의 중심 관리자로 두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직관적이지 않은 구조가 교사마저 시스템에 지배당하는 느낌을 준다.

플랫폼 개발자들의 공을 절하할 생각은 없다. 구성된 플랫폼의 구석구석 그이들의 고민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기술과 지원의 한계 아래에서 공공 LMS라는 보수적 규격을 맞추어 가며, 현장의 다양한 요구 중 어느 방향을 수용할지 그들은 끊임없이 사색했을 것이다.

가끔 우리는 잘 만들어진 웹 플랫폼이나 어플리케이션을 보고 감탄한다. 사용자의 편의와 필요를 어찌 그리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인지 놀랍다. 이런 작품들은 뛰어난 소수 개발자의 순간적 아이디어로 탄생한 것일까? 아니다. 사용자와 사용 환경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다양한 도전에서 오는 시행착오의 결과물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잘 만들어진 화상 수업 시스템이 국내에서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계 시장에 내놓을만한 K-LMS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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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지 2021-03-20 23:05:0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