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칼럼] '희망 급식'은 '희망을 주는 급식'이어야 한다
[김현태 칼럼] '희망 급식'은 '희망을 주는 급식'이어야 한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3.20 06:43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는 밥만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니고 공부하는 곳이다

 

[김현태 서울신림중 교장]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집안 사정으로 학생들이 점심을 챙겨먹지 못해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라서 “탄력적 희망급식” 정책이 시행되었다.

일상적이었던 등교 수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점심을 먹지 못하는 학생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옳은 일이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3월초 '탄력적 희망급식' 관련 설문을 서울 시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 교사 12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설문에 참여한 교사 1204명 중 1019명(84.6%)이 원격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데 반대했다. 찬성은 15.4%(185명)이었다.

설문을 보면 반대 이유로 '학교 방역의 문제'를 꼽은 교사는 전체 24.1%(725명)로 가장 많았다. 학교에 급식실이 없거나 협소한 학교의 식사 공간과 배식 문제로 반대하는 이유가 22.4%(675명)로 뒤를 이었다.

일부의 과밀학교와 학교 사정상 배식이 어려운 학교는 희망급식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학교가 전국적으로 많지는 않기에 방역 인력 지원만 충분하다면 희망급식이 가능한 학교는 시간차 조정을 통해 급식을 제공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방역요원이 작년의 1/2 정도로 줄었기 때문이다.

등교학생의 증가로 모든 교사들이 수업외 방역 지도를 하고 있고 특히, 점심시간에도 학생들을 교실에서 관리해야 하는 방역지원이 업무 부담으로 다가와 대면 및 원격수업 관리와 학생 상담에 어려움이 많아서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시도 교육청에서는 등교학생의 증가로 늘어난 교사들의 방역에 대한 업무 부담이 줄어들도록 방역요원을 대폭 늘려 학교현장에 지원해야 한다.

점심시간 전후 수업시간 준수가 어렵다고 반대한 교사도 19.1%(576명)에 달했다.

밥 먹으러 오고가는 시간 사이에 있는 4교시와 5교시의 실시간 수업공백이 생기면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 이는 수업의 연속이 깨져서 학생들의 학습 공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와서 밥만 먹고 가는 것은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 그리고 밥만 먹으러 오는 학생이란 낙인효과를 줄 우려가 있어 학생의 자존감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희망 급식'은 학생에게 희망을 주는 급식이어야 한다.

학교는 밥만 먹는 곳이 아니고 공부하는 곳이어야 한다.

따라서 희망급식을 시행한다면 원하는 학생들은 아침에 정상 등교하여 미리 준비된 교실에서 조회 및 시간표대로 원격수업 모두를 학교에서 진행하고 점심도 먹

김현태 서울신림중 교장
김현태 서울신림중 교장

고 종례까지 마친 후 귀가하는 것이 옳다.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하고 아이들의 시선에서 그 마음까지 살피는 정책으로 학생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내지 않는 희망급식이 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류미경 2021-03-20 08:30:13
신림중 김현태 교장선생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
희망급식을 하게 하려면 학교에 등교하여 온라인 수업을 참여하고 급식을 먹어야지 급식만 먹으려고 학교온다는 낙인으로 자존감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수업에 집중해야 하는데~
방역요원을 확장해도 부족한 현 상황에서 작년보다 줄이면서 안전하게 학생들의 교육에 전념하기는 더욱 힘드실것 같아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학생들의 안전과 방역, 선생님들의 수업에 전념 할 수 있도록 등하교 지도 등 최선을 다하시는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덕분에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유상욱 2021-03-20 09:23:08
기본학습권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급식만 준다고 아이들이 좋아할까요?

박혜정 2021-03-20 12:34:16
장기화되는 비대면수업으로 학생들의 영양불균형을 우려하여 희망급식을 마련한 취지는 알겠지만, 취약계층의 아이들에게 어쩌면 또하나의 주홍글씨같은 낙인을 어른들이 찍어주는것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먹을것이 풍요로운 요즘시대에 굶고있는 아이들이 있다는것이 사실이고,예민한 청소년들이 밥을 먹기위해 굳이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다양한방법으로 아이들을 지원 할 수 있을것입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처럼 배달앱업체와 연계한 상품권을 개발지원을 한다던지, 도시락배달 서비스 , 제로페이처럼 음식점만 결제할 수 있는 제한적 결제시스템을 도입해서 희망급식을 지원한 아이들이 눈치보지않고 당당히 밥을 먹었으면 합니다. 학교방역문제,. 선생님들의 이중업무는 2차적인것이며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장혜진 2021-03-20 10:52:26
희망을 줘야하는 희망급식이 아이들의 자존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입니다. 학교가 기본적인 생활 방식과 지식을 가르치는 1차원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지역 사회 문제 해결에 함께 동참하는 것에는 동의하나 어차피 상차리는 김에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된다는 식의 정책결정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효주 2021-03-20 09:20:41
점심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한다는 취지에만 앞서 교육현장의 상황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희망급식을 실시한다면 그로 인한 혼란은 더 크게 야기될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지금도 방역인원이 부족하여 선생님들께서 직접 방역에 참여해야 하는 실정인데 관계자분들은 학생들을 위해 학교현장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직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