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위대한 기업과 행복한 교사는 무엇을 남기는가?
[전재학의 교단춘추] 위대한 기업과 행복한 교사는 무엇을 남기는가?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3.02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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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에듀프레스] 누구나 일하기를 꿈꾸는 세계적인 기업, 세상을 바꾸는 일에 앞장 서 혁신의 모범이 되는 기업, 최고 경영자의 철학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봉사와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 어느 학교, 어느 지역, 인종을 따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선한 의지와 능력이 있으면 일할 수 있는 기업, 모든 직원이 긍지와 자부심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기업, 어느 테이블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기만 하면 최고의 집무실이 되어 자유롭게 일하고 창의성과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넘치는 기업, 세계의 젊은이들이 꿈과 성공 신화를 완성하기 위해 기꺼이 도전하는 복지 기업 등등 수없이 열거하는 온갖 사실들이 하나도 주저함이 없이 온 세상에 아름다운 가치를 공유하고 인류가 지향하는 행복을 앞장서 실현하는 기업이 있으니 바로 구글(Google)이다.

널리 알려진 구글의 성공신화를 재론해 본다. 매주 금요일 오후가 되면 전 직원이 모여 TGIF(Thanks God It’s Friday)라는 행사를 개최한다. 두 창립자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 부부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일주일 동안 구글 안팎에서 벌어진 일들을 설명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매출이나 실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주 동안 아프리카의 어느 지역에서 구글이 어떤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는지,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구글이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기업으로서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경쟁사들보다 나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구글에게 사용자가 가장 중요하듯이 이들 두 창업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구글 비즈니스가 아니라, 구글러(Googler)들의 행복과 문화를 어떻게 하면 좀 더 발전시켜나갈 것인가에 있다. 이들은 직원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면서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자 삶의 최종 목표이다. 그런데 이를 실현하도록 조장하고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조직의 철학에 달려 있다. 구글은 위와 같이 직원 모두가 스스로 행복해야 세상을 바꾸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경영 철학을 대표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행복하게 일해야 행복한 제품을 만들고, 세상 사람들이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매주 들으면서 스스로 그렇게 바뀌어 가고 있음을 직원들은 자랑스럽게 고백하고 있다. 마치 행복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이 진짜 능력임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또한 행복은 소문내고 전파해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듯이 말이다. 이처럼 우리는 스스로 행복하게 되면 세상을 행복하게 할 의무가 있다는 가치관으로 발전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앞서 가는 조직이 성공하는 다국적기업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만큼 그곳에는 정보와 기술이 최첨단을 달리고 반짝이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넘친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바로 그 속에서 일하는 인재들이다. 그들은 어느 특정 학교, 어느 특정 지역 출신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강력한 의지와 능력이 기업의 창업 이념과 일치할 때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런 인재를 키우는 것은 바로 교육에 달려 있다. 세상을 보다 이롭게 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교육의 책임이자 사명이다. 전통적으로 세계의 명문학교는 이런 사상과 이념으로 학교를 세우고 인재를 교육해 왔다. 단지 취업률을 높이고 고시 합격자, 공무원 합격자를 많이 배출하여 그 수치로 명문학교임을 내세우는 한국의 고등교육과는 전혀 가치관이 다른 것이다.

이제 우리의 학교 조직, 나아가 교육 시스템은 행복한 교사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왜냐면 교사가 행복해야 학교를 바꾸고 학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교사는 어떤 사람인가? 첫째, 굳건한 철학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다. 그는 교육당국의 간섭이나 지시에 의해 교육하지 않는다. 둘째, 학생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그는 획일적인 도덕과 이상적인 유형의 학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셋째, 높은 점수보다 날로 성장하는 학생을 기르는 사람이다. 그는 학생의 실패를 널리 포용한다. 왜냐면 학생은 실패를 딛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넷째, 학생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람이다. 그는 학생을 결코 미성숙한 존재로 바라보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현재의 수준에 따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믿는다. 다섯째,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을 응원하는 사람이다. 그는 남이 하는 대로 따라 하라고 절대로 강요하지 않는다. 예컨대 학생에게 반드시 대학을 가야 한다고 강제하지 않는다. 왜냐면 대학 공부가 행복한 삶에 필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단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용기를 내어 도전하라고 격려한다.

미래의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의 실현은 바로 교사에게 달려 있다. 왜냐면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능가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보다 나은 제자를 기르는 것은 교사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이를 우리는 청출어람(靑出於藍), 후생가외(後生可畏)로 통칭해 왔다. 교사는 전문성을 갈고 닦아 학교와 교육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그래서 교직은 전문직이다. 매일 조금씩 소속 학교의 문화를 바꾸어 나감으로써 대한민국의 교육을 보다 나은 수준으로 높여 나가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자 사명이다. 그로써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밀알이 될 수 있다. 이는 교사가 행복함으로써만이 가능한 일이다. 교육은 숭고한 것이며 이를 행하는 주체인 교사는 고독하지만 결코 외로운 존재가 아니다. 행복한 직원이 성공하는 기업을 만들어 인류의 물질문명을 풍요롭게 꽃 피우듯이 행복한 교사는 위대한 정신문화를 창조하는 주체인 인간을 육성하는 주춧돌이다. 하늘 아래, 땅 위에 이것과 견줄 수 있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 그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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