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서울 강북의 한 초등학교 교감 A씨는 지난 22일 국민신문고에 부장교사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매년 되풀이되는 ‘부장교사 인력난’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직접 민원을 넣었다. 언제까지 이런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지 답답하고, 분통이 터져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절박함 때문이다.
A 교감은 올해도 어김없이 부장교사 확보에 애를 먹었다. 너도나도 힘들다며 고사하는 바람에 부장교사를 모두 채우지는 못했다. 밤새 전화통 붙잡고 하소연하고 일일이 교실 찾아다니며 애걸하다시피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보이면 삼고초려도 마다 안 했다. 교장과 합동으로 평균 5번 이상 설득과 만남을 거듭했다.
이 학교 부장교사는 모두 13자리. 부장을 선선히 수락한 교사는 5명에 불과했다. 지난한 섭외과정을 거쳐 어렵사리 확보한 부장도 5명에 그쳤다. 끝내 3자리는 채우질 못했다. 결국 남은 교사들에게 강제로 떠맡겨졌다. 지병이 있어도, 9월에 전보 가능성이 높아도 일단 지명했다.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는 건 사치. 그래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A 교감은 부장교사를 구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거절당할 때마다 ‘내가 무능한 것은 아닌지’, ‘인간적 신뢰를 잃은 것은 아닌지’ 오만 생각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심지어 교사들은 A 교감과 밥 먹는 자리도 피했다. 행여 부장 자리 부탁받을까 봐 갖은 이유를 대면서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간신히 붙잡아도 수많은 핑계 앞에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다. 그는 교사들 중 아픈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씁쓸해했다. 진단서라도 보여달라는 말이 턱밑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오죽하면 그럴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고3 자녀를 둔 교사도 참 많이 나왔다. 자식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손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나이가 많아서’, ‘한 번도 부장을 해본적 없어서’ 등등 이유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부장교사가 비인기 보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A 교감은 “업무량에 비해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부장교사 수당 월 7만원을 받으며 학습지도와 행정사무를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달 중순 천신만고 끝에 부장교사 인선을 마무리한 A 교감은 며칠을 고민하다 국민신문고를 두드렸다. ‘내 잘못도 아닌데 그냥 넘어갈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지금의 관행은 교장, 교감 등 관리자도, 교사도 모두에게 못할짓이란 생각에서다. 또 사명감과 희생에 호소하기엔 세상이 너무 달라졌다. 자신이 겪는 전철을 후배들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다.
그는 국민신문고에 보낸 제안서에 부장교사제도 개선안을 4가지로 정리해 제시했다. 먼저 서울시내 일부 교육지원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전보인센티브를 확대, 근거리배정 우선점수제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부장교사 수당을 인상하고 부장 직급을 신설하는 한편 교감 승진 시 호봉가산 등 확실한 유인가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부장교사를 맡으면 승진이 쉽다', '교감이 되면 편해진다' 등의 공식이 깨진지 이미 오래. 교감으로 승진하면 일하는 머슴 취급받는 세상에 누가 부장을 맡으려 하겠냐는 것이 A 교감의 설명이다.
“부장은 학교 조직을 떠받치는 허리나 다름 없어요. 그들이 무기력하면 교직사회 전체가 역동성을 잃게 됩니다. 이제라도 부장교사들에게 상응하는 보상책을 마련, 그들이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권한은 없으면서 부과되는 업무와 책임은 증가하는 상황 때문에 보직교사 회피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정치권과 교육당국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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