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민주적인 학교 문화와 공유 리더십
[전재학의 교단춘추] 민주적인 학교 문화와 공유 리더십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2.22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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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에듀프레스] 좋은 리더(leader)란 어떤 사람인가? 미국의 전직 대통령으로 전무후무하게 4번이나 연임을 한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1882~1945)는 “가장 유능한 리더는 하고자 하는 바를 수행하는 뛰어난 자질의 사람들을 발굴하여 옆에 둘 수 있는 탁월한 감각을 지닌 사람이다. 또한 사람들이 맡은 일을 수행하고 있을 때, 그들이 무슨 일을 하든 간섭하지 않는 충분한 자기 절제력을 지닌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럼 리더십(leadership)이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리더십은 공동의 일을 달성하려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지지와 도움을 얻는 사회상 영향 과정이다. 지도력(指導力), 영도력(領導力) 혹은 지도성(指導性)이라고도 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그렇다면 학교의 관리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고 또 리더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학교 관리자는 교사들을 믿어주고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있는가? 우리는 민주적인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가? 여기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 본고는 이런 관점에서 공유 리더십을 제언해 보고자 한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는 개념 중의 하나가 바로 공유 리더십이다. 이는 민주적인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신개념이다. 공유 리더십이란 조직의 구성원이 서로를 이끌도록 리더십의 책임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리더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교사의 자발성과 집단적인 리더십 발휘가 조화를 이루어야 학교의 변화가 가능하고 나아가 성공하는 학교가 될 수 있다는 사고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 사례연구에서도 소수에게 집중된 리더십보다 공유 리더십이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훨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우리의 학교 리더십 형태는 어떤가? 교사가 업무를 처리하지만, 최종 책임은 학교장이 지고 있다. 현 교육법과 교장제 아래서는 공유 리더십을 실현하기가 어렵다. 왜냐면 「초•중등 교육법」에서는 학교장의 통할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즉, 모든 책임의 범위가 학교장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자치조례」를 실행해도 상위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사항을 하위법인 조례에서 뒤집는다는 것은 법적 모순이다.

설령 학교장이 교무회의에 의결권을 준다 해도 의결된 사항이 상위법에 어긋나면 학교장의 막중한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공유 리더십을 거론하고 그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학교 민주주의의 실행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의 학교는 학교장 혼자서의 독단과 전횡이 난무했다. 구성원 간의 갈등과 불협화음은 내색하지도 못했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일부에선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학교가 가장 비민주적이고 반지성적인 운영으로 일관해 왔다.

필자가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1985년은 오늘날의 학교의 모습과는 상당히 달랐다. 상명하복에 의한 의사전달은 물론이고 모든 교육활동에 평교사의 의사는 무시되기가 일쑤였다. 물론 학교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었지만 권위적인 학교장, 경력 교사의 위세 등은 숱한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을 초래했다. 이는 당시의 군사 독재정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30~50여 년에 걸친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의 기적을 이루었다. 그 중심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역시 학교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각고의 역경이 있었다. 그래서 학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어느 분야에 못지않게 적어도 체감적으론 두드러진 발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젠 보다 세련되고 디테일한 학교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공유 리더십은 언뜻 보기엔 서번트 리더십, 수평적 리더십과 유사하지만 한층 진일보한 것이다. 이제는 학교 구성원 모두가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다양한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의 교사진은 세계에 자랑할만한 우수한 인재들의 집단이 아닌가? 그들이 복잡하고 창의성이 필요한 업무의 다양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하나하나가 자신의 개성, 역할, 특징, 장점 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반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공유 리더십의 본질이다.

그 가운데 공동 목표를 향해 각자의 장점과 특성을 살려 조화롭게 융합시키는 것이 바로 학교 관리자의 역할인 것이다. 그러려면 교사 개개인에게 적정 수준의 권한을 지금보다 더 많이 분배하고 이에 따른 책무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첫째, 리더십 트레이닝을 강화해야 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구성원 모두가 리더가 되도록 공유 리더십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그러면 누구나 책임감을 함께 나누면서 상호작용해 나가고 개인과 공동체가 동반 성장하는 모습으로 변화해 갈 것이다. 둘째, 수시로 다양한 안건을 공론화하여 집단지성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는 업무 영역 중심으로 일을 구분 짓지 말고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쪽에 초점을 맞춰서 리더십을 세워나가고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요구된다.

셋째, 학교는 소통의 분위기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로써 수업과 생활지도, 학부모 상담 등 교사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함께 나누고 어려운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공유 리더십의 학교 문화를 세울 수 있다.

이제 학교의 관리자에게 요구되는 변화의 모습은 무엇일까? 하나, 포용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여기엔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려는 자세가 기본이며 ‘인사가 만사’이듯이 부서별 보직교사가 눈치 보지 않고 소신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 또한 중요하다. 둘, 관리자의 권위적인 모습은 이제 박물관에 남기고 수평적 리더십을 형성하여 그 기반 위에 공유 리더십이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 관리자 또한 자신의 역할을 원만하게 수행하고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교사의 도움을 기꺼이 수용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셋, 관리자는 누구나 실패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패를 통한 리더십 함양은 진정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넷, 과도한 업무 폭탄이 두려워 자신의 장점과 역량을 숨기는 교사에겐 새로운 윤리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가 교사의 의지를 존중하며 창의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다양한 교사의 역량을 발휘하여 학생의 성장을 도와주는 공유 리더십이 정착되도록 학교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혁신을 도모하는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새로운 학교 문화이자 관리자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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