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교사가 본 고교학점제, “수능 절대평가 불가피 .. 유급제 도입 현실성 없어"
현장교사가 본 고교학점제, “수능 절대평가 불가피 .. 유급제 도입 현실성 없어"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2.20 2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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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상근 서울 덕원여고 교사
김상근 서울덕원여고 교사
김상근 서울덕원여고 교사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18일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25년 모든 고등학교에서 학점제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시점이다. 고교학점제는 또 2028년 새 대입제도 시행과 맞물려 있다.

교육부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미래형 교육체제라고 주장하지만 교육현장에선 우려 목소리가 크다. 왜 일까? 고교학점제를 바라보는 현장의 시각을 김상근 서울덕원여고 교사와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에듀프레스>와 인터뷰는 지난 19일 전화로 진행됐다.

- 정부가 발표한 고교학점에 추진계획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회의가 먼저 들었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를 운영했다고 하지만 전면 실시를 전제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발표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나

“현행 입시 기조와 맞지 않는다. 정부는 정시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성취평가제를 핵심 축으로 하는 고교학점제와 정면 배치된다. 반대성향의 투트랙이 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기대하는 건 넌센스다. 고교학점제가 성공하려면 수능이 절대평가로 가야한다. 이런 대전환 없이는 불가능하다.”

- 왜 수능이 문제가 되나.

“기존 방식대로 수능이 치러진다면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선택과목은 의미가 없다. 자신의 입시와 상관없는 선택과목이나 학점제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고3에 진로선택과목들이 몰려있는데 학생이 “전 이걸로 수능 안 봐요”라고 한마디만 하면 딴 과목을 공부해도 면죄부가 주어진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과목만 선택하려 할 것이고 그 외 과목은 외면할 것이다.”

- 수능을 서·논술형으로 개편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것도 현실성 떨어지는 이야기다. 학생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전국단위 시험에서 서·논술형을 치른다고 가정할 때 얼마나 많은 이의제기와 민원이 터져 나올지 모른다. 학교에서 치러지는 시험도 걸핏하면 민원이 폭주한다. 아무리 AI가 채점한다 해도 결국엔 사람 손을 거친다. 서·논술형 수능이 이를 감당할수 있을까?”

-결국 수능은 절대평가로 가야 하는 것인가.

“교육부 로드맵에는 절대평가가 있을 것으로 본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내신은 성취평가인데 수능을 상대평가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수능 절대평가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수능을 상대평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면 애초에 영어를 절대평가로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터뜨리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면 입시제도 전체가 달라질 것 같은데.

“절대평가로 수능을 치른다 해도 최저등급제를 적용해 최소한의 변별력은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이는 고교교육 정상화에도 도움이 된다. 정시와 수시는 통합으로 갈 것이다.”

- 고교학점제의 또 다른 특징은 유급제 시행이다. 어떻게 보나.

“말이 쉽지 학교에서 유급을 실제 시행하려면 엄청난 부담을 떠 안야 한다. 학생의 인생이 걸린 문제를 학교가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 학생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유급이란 낙인이 평생 따라다닐 수도 있는데 누가 선뜻 할수 있겠는가. 십중팔구 학생은 자퇴를 하고 해당 교사는 소송을 당할 것이다.

사실 학력부진이라는 것은 초등학교부터 누적돼서 온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라고 하루아침에 아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아마도 지금처럼 모두 졸업시키려 하지 않을까 싶다. 유명무실이다.”

- 교사들 업무부담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 많은데.

“고교학점제로 선택과목이 크게 늘어나 최대 4과목까지 가르치는 교사가 나올 수 있다. 수업시수를 줄인다고 하지만 담당 과목이 늘어나는 것은 수업준비부터 학생관리까지 교사들에게 엄청난 과부하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학교 규모가 크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소규모 고교는 교사수가 적어 과목개설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이웃 고교와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해도 이동시간 등은 어쩔수 없어 학생들은 피해를 입는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과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육은 입시와 직결돼 있어 자녀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생각되면 학부모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교육부는 교사 부족을 메꾸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에게도 수업을 맡길 계획인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긴 하지만 교육현장의 반발이 클 것 같다. 사범대 등 교원양성기관의 반대도 클 것이다. 교사자격증 의미가 없어지는 데 앉아서 보고만 있겠나.”

- 정규교사가 아닌 시간제 강사 또는 기간제교사인데도 그런 우려가 나오나.

“그게 시작이다. 처음부터 정규직 되는 경우가 어딨나.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면 정규직 요구 나올 것이고 결국 그를 없이는 정상적인 교육을 할수 없기에 교육당국도 두손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공무직 케이스를 보면 답이 나온다. 한번 물꼬가 트이면 겉잡을수 없다.”

- 얼핏 살펴봐도 문제 투성인데 교육부는 왜 강행하려 할까.

“대통령 공약 아닌가. 문제는 교육부가 일부 연구학교나 선도학교 운영 케이스를 맹신하고 전국화 하려는 교육부 처사다. 성적부풀리기 등 숱한 과제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나 대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강행한다면 고교학점에는 껍데기만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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