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성공하는 학교 만들기(School Build)의 비결
[전재학의 교단춘추] 성공하는 학교 만들기(School Build)의 비결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2.09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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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 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교감

[에듀프레스] 조봉수의 『미래의 교육, 올린』은 학교 교육의 혁신과 어떤 학교가 성공하는가에 대한 강한 울림을 준다. 미국 보스톤 인근의 소도시 니덤에 위치하며 2002년에 개교하여 20년도 채 안 되고 전체 교수 40명, 학생 350명 정도의 소규모 대학교인 올린이 어떻게 해서 미국 최고의 인재들이 몰리고 졸업생의 실력이 아이비리그 대학(스탠포드. MIT)을 능가하는 명성을 유지하며 이 지구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대학으로 성공했는지를 밝히고 있다. 올린은 공과대학으로 정식 명칭은 ‘Franklin W. Olin College of Engineering’이며 학부 중심의 4년제 대학으로 엔지니어링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8년 미국 대학 평가’에서 엔지니어링 대학 부문 3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세부 전공으로는 전기전자, 컴퓨터, 기계 공학 분야를 두고 전체 교육 과정은 인문사회학, 엔지니어링, 비즈니스⋅창업 과정 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 수는 매년 80~90명 정도의 신입생이 입학하고 있다. 매년 합격생의 92%가 등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는 올린 대학교의 성공스토리를 통해서 성공하는 학교에서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촉진하는 몇 가지 비결을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는 온전히 사람을 길러내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여기엔 올린의 혁신적이고 이상적인 설립 사명과 교육 철학에서 배울 수 있다. 올린의 사명 선언문에는 “올린 공대는 세계의 이익을 위해 필요를 인식하고, 솔루션을 디자인하며, 창의적인 기업에 참여하는 모범적인 엔지니어링 혁신가가 되는 학생을 키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곳은 학생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학생이 주도하는 경험 중심의 교육이 특징이다. 새로운 교육을 연구하고 고민하는 학교의 교육 철학이 실제의 삶과 연계된 교육을 실시하며 현장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려는 교수진의 마인드와 결합되어 있다. 우수한 학생으로의 성장이 보장된 교육은 곧바로 학생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밖에 없다.

둘째, 학교의 분위기가 자유로워야 한다. 이것은 교육과정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올린의 교수들은 분야나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새로운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예컨대 물리학을 전공한 교수가 디자인 수업을 개설하기도 하고 재료공학 교수가 역사학 교수와 함께 융합형 수업을 만들기도 한다. 올린에서 서로 배우고 함께 공부하는 문화가 형성된 배경은 바로 이렇게 영역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교수와 학생이 새로운 수업을 만들고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다. 또한 다른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교육 방식을 실험적으로 전파하고 연구논문을 쓰는 학생들이 많다. 앞으로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하게 될 우리의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편성하기 위해 과목을 개설할 때는 학생들의 내적 동기를 높여 주도적인 학습을 이끌도록 발산적 사고를 장려해야 한다. 또 학습 내용이 여러 사람과 연결되는 관계성을 높여 학교 밖으로 연계되는 주제를 다루면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해결 역량’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정체된 물은 썩기 마련이다’는 말처럼 보수의 울타리를 굳게 구축하려는 학교에서도 전혀 통하지 않게 될 것이다.

셋째, 학교는 소통과 협력을 교육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세상사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보다 협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더 많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뿐 아니라 협력과 소통 능력이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그랜드 챌린지 프라블럼(Grand Challenge Problem)’이란 목표 아래 학생들의 협력⋅소통 능력을 높이기 위한 올린의 팀 프로젝트를 참고할 수 있다. 여기서 교수는 코치 또는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 학생은 기꺼이 실패에서 무엇이든 배우고 스스로 깨달아 성장하게 된다. 올린의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그냥 있는(exist) 사람이 아니라 존재하는(present) 사람이 되라”고 강조한다. 왜냐면 존재하는 사람은 주변에 영향을 주며 상호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넷째, 학교는 배움이 있는 교육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의 틀인 시스템이 아니라 교육의 목적인 학생의 배움이 먼저다. 이는 학생들의 점수가 배움보다 결코 우선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젝트 수업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배운 것이 있으면 학점을 깎지 않는 올린은 가히 혁신적이다. 이로써 학생들은 점수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수업의 참여에서 재미를 발견하고 흥미를 느끼게 된다. 나아가 학습에 만족을 하게 되며 내적 동기가 발현된다. 결국 학생들의 지식에 대한 갈망을 높이기 위해서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욕구에 의한 공부가 되어야 한다. 즉, 학교는 학생이 스스로 배우는 것을 일깨우는 곳이어야 한다.

결국 우리는 깨달음이 있어야 교육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할 수 있고 그 본질적인 고민을 거쳐야만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에게 성공하는 학교로부터 깨달음이 중요한 것이다. 비록 그것이 책을 통한 간접적인 경험으로라도 말이다.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교사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다양하게, 또 깊이 배울 수 있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키우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 자신감은 바로 경험을 통한 작은 성취에서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이제 우리의 학교는 학생들의 작은 경험 축적에 관심을 갖고 삶과 유리된 채 교과서에서 얻는 지식 공부가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일상 속에서 탐구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를 직접 경험하게 해야 한다. 사고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은 바로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그 활동의 기저엔 인간에 대한 이해, 즉 인문학이 반드시 함유되어야 한다. 예컨대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든 학습 결과물이 누가, 왜 필요로 하는 것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교육의 모든 답은 학생 안에 있다.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겪는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학생들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방식으로 그들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이는 배움은 절대로 교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마음가짐(Mindset)에서 나온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교사의 열정과 용기가 교육 혁신의 추진 능력이라면 여기엔 반드시 학생들의 주체적인 배움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학생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을 때만 비로소 가능하다. 앞에서 언급한 올린 대학교의 학교문화는 바로 자율성과 주체성으로 요약되듯이 우리도 이에 바탕을 두고 21세기에 적합한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는 코로나19가 우리 시대의 교육에 요구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여기엔 혁명가의 용기와 도전정신이 요구된다.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길러내는 진정한 교육은 곧 혁명가의 도전정신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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