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초 시각장애 1급 교감 탄생 .. 편견의 벽 허문 서울시교육청
서울 최초 시각장애 1급 교감 탄생 .. 편견의 벽 허문 서울시교육청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2.07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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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 구만호교사, 3월 교감 임용

“나누고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교육에 최선 다 할 터”
구만호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 교사
구만호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 교사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서울에서 처음으로 시각장애 1급 공립학교 교감이 탄생했다.

5일 서울시교육청은 3월 1일자 중등교원 인사발령에서 시각장애 1급 구만호 교사를 각종학교인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 교감으로 임용한다고 발표했다.

시각장애 1급의 장애를 가진 교사가 특수학교가 아닌 공립 고등학교 교감에 임용된 것은 서울 최초일뿐 아니라 전국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올해 교직 37년 차인 구 교사는 그동안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에서 교무부장으로 활동하다 이번 정기인사에서 이 학교 교감에 임용됐다.

그는 망막세포가 퇴행하는 망막색소변성증을 앓아 눈이 잘 보이지 않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교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17년 전, 갑자기 눈이 멀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충격에 빠진 그는 교직을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방학을 이용,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미국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소개로 찾은 병원에서 ‘눈이 멀어도 실명까지는 안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용기를 얻어 다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용산공고 교사 시절,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고통스런 나날이었지만 그는 가르치던 제자와 함께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전국기능경기대회도 휩쓸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가 주는 ‘올해의 스승상’과 ‘모범공무원상’을 수상했다.

이후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은평문화예술정보학교로 자리를 옮긴다.

비록 시각장애 1급이었지만 학교는 그의 성실함과 역량을 높이 사 중책인 교무부장을 맡겼다. 공문서 처리 행정 업무가 많았다.

그러나 글씨를 크게 볼 수 있는 장치들을 이용해 극복했고 업무보조원의 도움도 받았다. 무엇보다 교직원들의 배려가 큰 힘이 됐다.

“저를 믿고 교무부장을 맡겨주신 교장선생님이 제일 고맙죠. 또 묵묵히 따라준 동료, 후배 교사들도 너무 감사하고요.” 구 교사는 장애인에 대한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만 잘하면 되지 뭐가 문제냐”며 흔쾌히 믿어준 교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고마움도 남다르다. 그의 교직 생활이 흔들릴 즈음 우연한 기회에 서울시내 장애인교사들과 교육감 간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 자리에 “장애 교사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조 교육감의 한마디는 그에게 다시 희망을 심어줬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그는 교감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고 이내 시각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교감자격연수를 거뜬히 통과했다. 장애인 교감자격연수는 전례가 없다 보니 연수원측도 처음엔 난감했다. 하지만 이후 컴퓨터를 이용해 논술을 작성하고 확대경을 통해 글씨를 읽을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부터 더 열심히 해야죠. 동료교사들과 화합하면서 선생님이 행복하고 아이들이 즐거운 학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또 제가 잘 해야 장애를 가진 후배 교사들도 희망을 갖고 열심히 할 것 아니겠습니까.”

구 교사는 장애는 단지 불편할 뿐이라며 교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배우고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교육을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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