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범의 교육說] 맞춤형 교육에서 주문형으로
[송재범의 교육說] 맞춤형 교육에서 주문형으로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2.06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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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재범 서울 신서고등학교장
송재범 서울신서고 교장
송재범 서울신서고 교장

[에듀프레스] 섭섭한 졸업식을 마쳤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썰렁한 졸업식이다. 1,2학년 후배도 없고, 학부모님도 없다. 3학년 졸업생만이 각자 반에 앉아서 방송으로 졸업식을 실시했다. 그래도 졸업식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시상이다. 그 중에서도 학교장상을 비롯한 특별상은 전체 학생 앞에서 개별적으로 시상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강당에 전체 학생이 모이지 못하다보니 그럴 수도 없다. 고민을 하다 교장이 각 학급별로 찾아가서 전체 학급원 앞에서 특별상을 수여하는 ‘찾아가는 시상’을 하기로 했다.

내가 각 반으로 찾아가 특별상을 시상하고,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아쉬운 이별을 고했다. 코로나의 훼방으로 인해 만들어진 새로운 형식의 ‘찾아가는 시상’. 여기서 핵심은 상받는 학생들을 한 곳에 모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찾아간다는 데에 있다.

‘찾아가는 ~’ 이라는 단어가 왠지 익숙하다. 근래 다양한 교육활동을 전개하면서 활동명 앞에 ‘찾아가는 ~’ 이라는 단어가 종종 사용된다. 금년에도 교육부(청)에서 나온 신학년도 각종 계획을 살펴보니 ‘학교로 찾아가는’ ‘학교가 선택하는’ ‘찾아가는 학부모 교육’ 등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런 의미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맞춤형’이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한다. ‘학생 맞춤형’ ‘교원 맞춤형’ ‘현장 맞춤형’ 등 …….

◇‘학생 맞춤형’ ‘교원 맞춤형’ ‘현장 맞춤형’

그렇다면 ‘찾아가는’, 더 포괄적으로 ‘맞춤형’이라는 말은 교육활동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너무 상식적인 용어라서 듣자마자 그 단어가 주는 방향성을 읽을 수 있지만, 우리가 지금 맞춤형이라는 용어로 전개되는 교육활동의 타당성을 살펴본다는 측면에서 한 번쯤의 점검이 필요하다. 내가 볼 때, 교육부(청)의 문건에서 사용되는 맞춤형 교육의 의미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형태를 말하는 것 같다.

첫째는,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의 교육활동이라는 것이다. 학교 교육활동에 있어서 교사는 공급자요 학생은 수요자다. 맞춤형 교육이란 수요자인 학생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내용과 방식으로 교육이 제공되는 것을 말한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교육내용과 방법은 맞춤형 교육이 아니다. 따라서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학생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용과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다. 이것은 교육청과 학교와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교육청에서 각종 교육계획을 수립할 때 교육 수요자인 단위학교의 요구를 실질적으로 파악하고 적극 반영해준다는 의미다.

둘째는, 교육 수요자에게 제공되는 교육내용과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맞춤형 교육이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라면 그 요구는 다양할 수밖에 없고, 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교육 서비스도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교사에게는 자기가 담당하는 학생 수만큼의 다양한 방식이 준비되어야 한다. 교육청에는 단위학교 수만큼의 다양한 지원대책이 준비되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갖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맞춤형 교육의 핵심이 표준화된 교육활동이 아니라 개별화된 교육활동에 있다는 것이다. 교사와 교육청은 얼마나 개별화할 수 있는가를 염두에 두고 맞춤형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두 가지 의미에서 볼 때, 교육청에서 발표하는 각종 계획서의 ‘맞춤형~’이라는 방향성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을까? 나는 데카르트적 심정으로 여기에 강한 의문을 던져본다.

◇ 그 좋은 정책들은 왜 성공하지 못할까?

먼저, 맞춤식 교육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첫 번째 의미에서 볼 때, 학교는 정말로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가? 학생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교육내용과 방식의 결정이 공급자인 학교[교사]의 현실로부터 출발하고 있지 않은가? 정말로 학생들의 바램과 요구를 가감없이 반영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기초학력 부진학생 지원을 위한 대책이 부단히 이어지고 있다. 이때 학생의 부진 요인에 대한 심층 진단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이에 대한 방안도 늘 준비하고 있다. 그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던져보는 질문이 있다. 그 진단은 공급자가 만들어놓은 기준에 비추어 학생의 현재 상태 진단이지, 그 학생이 원하는 요구 분석은 아니지 않는가? 수많은 대책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학생들의 요구와 바램을 제대로 청취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가?

수요자 중심이라는 맞춤식 교육에 부응하는 성공 사례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탈북학생 지원사업 중에 <탈북학생 방학학교>가 있다. 방학 중에 선생님과 탈북학생을 1대1 멘토링으로 연결하고 5일간의 방학학교를 개설하여 집중학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방학학교는 시작 전이 더 중요하다. 학생의 학습 상태가 어떤지, 그리고 학생이 원하는 공부 내용과 방식은 어떤 것인지를 충분히 듣고 그대로 반영하여 학습 계획을 수립한다. 교사가 설정한 학습 수준과 목표에 근거한 학습지도가 아니라, 교육 수요자인 탈북학생의 요구를 충분히 들어주고 반영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맞춤형 교육이 아닐까?


다음으로, 맞춤식 교육의 두 번째 의미인 개별화 교육에 있어서는 더 큰 어려움과 문제상황을 만나게 된다.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개별화 교육을 위한 충분한 시스템과 물량 구축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화 교육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미래 교육의 방향이다. 우리가 문맥으로는 개별화 교육을 지향하는 ‘맞춤형 교육’을 주창하면서도, 언제까지나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주저할 수는 없다.

◇지금은 주문형 시대, 학생 스스로 자신에게 시상한다면...

《UNSCALED, 번역본 「언스케일」》의 저자는 탈규모화(unscaled) 사회에서는, 학교가 큰 건물에 나이가 다양한 아이들을 모아놓은 관료적 조직이 아니라 더 작고, 더 개인적이고, 더 맞춤화된 커뮤니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체제가 사람에 맞춰야 하며, 따라서 교육과정이 표준화에서 개별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이 개인별 맞춤 학습을 가능케 한다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학생들을 찾아가서 교육을 제공하는 주문형 서비스 교육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맞춤형 교육’이라는 표현이, 지향하는 의미와 실제 현장 적용에서의 괴리로 혼란을 준다면, 아예 공격적으로 ‘주문형 교육’이라는 용어를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주문형이라는 말에는 수요자가 요구하는 대로 그리고 개별적으로 제공한다는 의미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공급자의 현실과 표준화된 설계가 우선시되는 어떤 교육 서비스도 주문형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는 없다.

이런 ‘주문형 교육’ 방식으로의 사고 전환은 주문형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 양식에도 부합한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이제 우리는 주문형 사회에 살고 있다. 먹는 것부터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의 주문형 시대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원격수업의 등장은 주문형 교육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원격수업은 단순한 대면수업의 대체가 아니라, 학생들의 주문에 따라 다양한 수업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대면수업에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

주문형 교육으로의 개념 전환을 생각해보니, 졸업식의 ‘찾아가는 시상’도 주문형으로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떠오른다. 각 반으로 찾아가는 형식은 맞춤식 수준에 부합하는 방식이다. 학교의 수상 기준에 의해 학교에서 제작한 특별상을 각 학급으로 찾아가 제공하는 수준에서의 맞춤식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원하거나 요구한 상도 아니고 모든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상도 아니었다.

파격적으로 학생들이 고교 3년 동안의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자기 자신에게 수여하는 상장의 명칭과 문구를 스스로 만들고 학교장명으로 제작해주면 어떨까? 그야말로 수요자인 학생이 주문형으로 제작한 상장이다. 수요자의 요구대로 만들었고, 모든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것이기에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주문형 상장이요, 주문형 시상이요, 주문형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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