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교사의 전문직 이미지 관리에 대한 제언(提言)
[전재학의 교단춘추] 교사의 전문직 이미지 관리에 대한 제언(提言)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2.01 08: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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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에듀프레스] 과거 우리에게 교직은 성직(聖職)이라 불리며 ‘스승의 그림자는 밟아서도 안 된다’는 의식이 있었다. 직업의 귀천이 사라지고 인간 존중을 추구하는 현대 사상에서 볼 때 이것은 단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만큼 세상은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루었고 사람들의 의식은 현저하게 바뀌었다.

그래도 교사란 직업은 여전히 청소년들의 희망 직업 순위에서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엔 전통적인 직업관이 아직도 유효한 탓이기도 하지만 고용불안이 극대화된 현실에서 타 직종에 비해 몇 가지 장점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교사란 직업은 어떻게 달라져 왔고 또 달라질 것인가? 그리고 교사는 어떤 방식으로 전문직이란 이미지를 관리해야 할까?

「2018 초•중등 진로 현황조사」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의 희망직업 상위 20개 중 교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초등학생 2위, 중•고등학생 공히 1위를 차지하였다. 또한 2007년 진로교육 현황조사가 시작된 이후로 초•중등학교 학생들에게 2007, 2016~2018 연속으로 교사는 희망직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다양한 직업군과 새로운 인기 직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결과다.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된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직업적 안정성과 비교적 좋은 복지 혜택 그리고 학생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자주 보고 접할 수 있는 직종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의 희망 직업에 보수적인 부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여 현실적인 진로를 고민해야 하는 고등학생이 되면 학부모와 학생의 선호 현상이 점점 비슷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요즘에는 직업 선호도와는 달리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사회의 분위기가 팽배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신뢰할만한 교사를 많이 경험하지 못한다. 이는 직업으로서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과 교육 수요자로서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직업 선호도는 높지만 정작 중요한 자기 자녀의 교사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교직은 ‘철밥통’이다. 고용불안에 따른 직업의 불안정성에 견주어 그저 부러운 직업이다. 그래서 교직은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여기엔 교직이 가지는 복지 혜택이나 방학을 포함한 근무 조건, 휴직, 평균적인 월급의 수준이 타 직종에 비해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알려져 있다. 또 경력 단절이 없는 직업의 대표성을 내포한다.

셋째, 학생을 교육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피상적인 인식이다. 그래서 교직을 전문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여기에 더해 학부모는 스스로 자녀를 인질로 잡힌 죄인이라는 피해의식이 더해져 교사가 조금이라도 도덕적 기준에 못 미치거나 품위 유지에 이르지 못하면 이를 가차 없이 지적하고 비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넷째, 교사에 대한 트라우마다. 과거의 교사에 의한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한 뇌의 인식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경험보다는 부정적인 것에 더 잘 반응한다. 여기엔 과거 일제 강점기나 군사 정권 시절에 국가 권력을 대신했던 교사에 의해 받은 상처가 절대로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 이상은 교사의 체벌과 촌지에 분노와 실망을 머금고 있다.

이젠 교사의 이미지를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어떻게 말인가? 첫째, 연구자로서의 전문가의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똑같이 가르치는 직업인 교수는 지성의 전당에 속한 전문가로 인정을 받는다. 교수의 시국선언은 ‘지성의 표출’이지만 교사의 시국선언은 ‘징계’의 대상이다. 이제 교사도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제작하고 실천하고 수정하는 연구자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또한 현장에서 실천하고 노력하는 수업 전문가, 생활지도 전문가, 교육과정 전문가로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둘째, 지위와 전문성에 맞는 직급의 부여를 받아야 한다.

교사는 별정직 공무원이다. 공문을 처리하며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직과는 다르다. 이는 교육당국의 명령을 받아 수행하는 하급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장학사, 장학관, 교감, 교장에게만 주어지는 직급이 교사에게도 필요하다. 적어도 이 두 가지는 교사가 전문직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필수적인 요소라 생각한다.

교사는 교육의 최일선에서 근무한다. 전장의 최전방에서 싸우는 병사와 같다. 안타깝게도 교사의 직무 수행은 날로 번아웃(burn-out) 되어가는 이미지를 남긴다. 이제 그들에게 생기를 불어 넣어야 우리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 그래야 국가 간 인재 육성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날로 교권이 침해되는 학교 현장은 교사를 힘들게 한다. 늘어나는 학부모의 다양한 민원이 교사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가장 자주 부딪히는 학생들과의 관계에서도 학생과 교사는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달라 갈등이 심화된다. 또한 교사는 외부 요인으로 쌓인 스트레스가 학교 안에서의 갈등으로 비화된다. 이런 모든 난관을 자의든 법률(교원지위법)로든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교사의 전문직으로서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첩경이다.

그래서 필자는 적어도 겉모습만이라도 항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소위 형식이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거울 들여다보는 교사되기’를 제안하고 있다. 감정 노동자이자 극한 직업인 교사의 지치고 분노하고 짜증스런 그리고 무표정하고 엄격한 얼굴을 의도적으로라도 활짝 폄으로써 직업적 페르소나(persona)를 갖춘 전문 배우 같은 교사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아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면서 모든 교사가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을 맞이하고 있다. 즉, 교사의 교육활동에 대한 민낯이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이는 곧 교사에 대한 새로운 평가로 정착되고 있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온라인 교육에서 보다 친절하고, 자상하며 피드백을 잘 해주는 교사를 원한다. 모든 교사가 이런 관점에서 성찰을 통해서 스스로 안과 밖의 혁신이 함께 이루어져야 교사는 전문직이라는 이미지를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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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호 2021-02-23 15:25:21
전적으로 옳으신 말씀이나, 본문 중 한 가지 오류가 있어 바로잡자면 2021년 2월 현재 국공립 교사 등 교육공무원은 별정직공무원이 아닌, 특정직공무원입니다. 과거 특정직공무원 직종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는 교원, 법관, 검사, 경찰관, 소방관, 군인, 외교관 등 현 특정직공무원들이 별정직공무원에 속하기도 했습니다만, 특정직공무원 직종이 새로 구분된 시점부터는 모두 특정직공무원입니다. 오늘날 별정직공무원은 보좌관, 비서관, 비서 등 공무원으로서의 통상적인 보수 및 신분 등이 보장되지 않는 한시적 공무원들이 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