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보 칼럼] 허울뿐인 교무행정전담팀보다 업무자체를 줄여라
[김종보 칼럼] 허울뿐인 교무행정전담팀보다 업무자체를 줄여라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1.31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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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종보 울산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 상안초 교사
김종보 울산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김종보 울산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

[에듀프레스] 노옥희 교육감이 지난 해 12월에 울산 관내 모든 학교에 교무행정전담팀 구성을 의무화 하겠다고 공표했다. 이 기사를 보고 교내에 공유하고 교육과정 워크숍 자료집을 부서별로 제출할 때 교무행정전담팀 의무화에 따라 이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했었다.

하지만 2월에 학년, 업무지망서를 접수받을 때까지 판단을 미뤘다. 예전에도 학교에 반드시 교무행정전담팀을 구성해서 교육청에 보고하도록 했었지만 팀장에 교감, 팀원으로 교무업무실무원을 두고 교무부장이나 연구부장 등을 넣어 서류상으로만 만들었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월에 학년, 업무지망서를 제출하라며 참고자료로 보여주는 업무분장표를 보면 실제로 구성하는지, 아니면 해오던 그대로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에 기다렸다. 결과는 역.시.나. 였다. 바뀐 건 없었다.

그도그럴 것이 교무행정전담팀을 할 교사가 없는 것이다. 만약에 학교에서 “주당 6차시 전담으로 해줄게. 업무 다 해라.”하면, “나보고 영혼을 갈아 넣으라는 겁니꽈?”하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교육청에서 학교에 점검을 나간다고 으름장을 놓아도 뭘 강제하거나 징계할 수가 없다.

초중등교육법 19조 2항 3절에 “③ 학교에는 원활한 학교 운영을 위하여 교사 중 교무(校務)를 분담하는 보직교사를 둘 수 있다.”고 되어 있기도하고 업무분장 등은 학교장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법률에따라 보직교사만 두어서 업무를 전담해야 하지 않냐고 한다면 교장, 교감은 “아무리 노력해도 보직교사를 하려하질 않는 데 그 많은 업무를 보직교사만 한다면 누가 하겠습니까? 그러니 업무부장(보직교사)을 부탁하면서 업무부담은 크게 지지 않도록 기존대로 업무를 나눈겁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교무행정전담팀이나 보직교사를 왜 안하려고 할까? 보직교사에게 가산점, 보직수당, 성과상여금 S등급을 보장하기도 하고, 고경력인 만큼 학교 일을 해주어야 하지 않겠냐며 인정에 호소하기도 하며, “네가 아니면 네 후배에게 부장을 시킬 수 밖에 없다.”며 협박을 하는 경우에도 불구하고 당췌 보직교사를 하려하지 않는 교사들, 왜 그럴까? 교사는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인데, 교무에 파묻혀 본업인 교육에 소홀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교무행정전담팀을 통한 교원업무정상화가 해법이 아니지 않을까? 타지역의 혁신학교 사례들을 보면 교무행정전담팀에 교육에 전념해야 할 교사가 사무들을 많이 가져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교원의 본래의 업무(교육)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일부 교원이 교무행정을 전담한다? 그 보다는 업무자체를 줄이고, 간소화하고, 교원업무냐 행정실 업무냐를 명확히 구분해서 분란이 일지 않게 해주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업무자체를 줄여야 한다. 그 좋다는 IoT, 빅데이터, AI 등을 활용해 공문 생산 및 발송, 자료취합 및 관리 등을 간단하게 처리하도록 하면 교육청에서 학교에 요구하지 않아도 되거나 교무업무실무원, 교감이 쉽게 처리할 수 있어 굳이 보직교사를 두지 않고도 교무(학교사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운영체제를 잘 살펴서 문제점을 잡아내야 한다. 학교업무정보나눔터 운영은 잘 되고 있는가? 학교별로 부여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모르면 다운로드가 안되니 차라리 학교의 이전 공문을 찾아서 ‘재작성’하는 것이 편하다. 공문서 유통량 감축은 또 어떤가? 공문서를 줄이라고 했더니 ‘공문게시판’이 나타났다. 공문이지만 공문이 아니다. 공문은 공람이라도 되어서 보기라도 하지, 따로 연락이 오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이렇게 본래의 취지에 반하는 것들을 찾아내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업무와 교무업무를 분명히 나누어 학교에 공문을 보내주어야 한다. 2020년 서울교육청 소속 3천여명을 대상으로한 ‘업무정상화 현장교사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학교 업무정상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행정업무와 교무업무의 불분명한 경계(35.9%), 학급수와 교원수 감축으로 인한 학년제/지원팀 운영의 어려움(19.8%)을 꼽았다.

교과서 담당이라고 교사가 교과서 선정, 주문, 검수, 배부, 정산까지 하고 있고, 체육부장이라고 학교 체육 시설물 관리를 하고, 안전 담당이라고 민방위훈련, CCTV관리, 스쿨존 관리도 하고, 방과후 담당이라고 방과후강사 선정, 성범죄경력 조회, 강사급여, 수강료 징수 품의 등등의 일을 하고 있고, 정보 담당이라고 각종 전산기기 및 네트워크 관리를 하고 있으면 교육은 누가 언제 하는가?

2021학년도에는 공문에 ‘교과서 선정위원회는 교무, 교과서 주문 및 배부, 정산은 행정실에서 담당’, ‘CCTV는 00부로 울산광역시 통합관제센터에서 관리하도록 변경되었음.’, ‘방과후강좌 강의신청 및 통합회계 시스템 보급’, ‘이 사업은 00과-00호에 의거 00일 자로 폐지될 예정.’ 등의 문구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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