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형의 에듀토크] 등교 수업, 등교가 목표인가 수업이 목표인가
[김남형의 에듀토크] 등교 수업, 등교가 목표인가 수업이 목표인가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1.27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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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남형 경기 여주송촌초 교사
김남형 경기 여주송촌초교사
김남형 경기 여주송촌초교사

[에듀프레스] 국무총리가 신학기 등교 수업 검토를 지시했다. 아마도 큰 이변이 없다면 2021학년도 학교는 등교 수업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등교 수업 정책의 목표를 등교에 두는지, 아니면 수업에 두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최고 지향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2021년 학교의 모습은 공교육 회복의 장이 될 수도 있지만, 엄격히 통제된 수용소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을 맞은 이래 교육부는 학교를 존중하지 않았다. 규제를 내릴 땐 논의의 기회가 없었고, 자율성을 줄 때는 그 내용보다 책임 소재에 집중했다. 학교는 논의의 주체도, 권한 부여의 대상도 아니었다. 당국의 눈에 학교는 교육의 주체라기보다는 방역의 대상 따위가 아니었을까.

지난해 4월 온라인 수업을 추진하면서 급조된 시스템의 하달과 자율성을 가장한 책임 전가는 재난 초기의 혼란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나도록 새로운 교육 방식의 개발과 성찰은 일선 교사들에게만 맡겨둔 뒤, 문제 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만을 추궁하는 모습은 당국이 교육보다는 면피에만 눈을 돌린다는 의구심을 일으킨다.

학교를 방역의 대상으로만 여긴 교육 당국이 등교 수업을 추진한다면 그 목표는 교육일까, 아니면 전면 등교라는 업적일까. 교육부가 그간 학교와 소통한 방식에 비추어볼 때 후자라는 판단이 선다.

전면 등교의 초기 단계에서 안정적인 등교는 그 자체로 한시적 목표가 될 수 있다. 학교가 확대된 규모의 학생을 안전하게 정규 시간 동안 수용할 역량을 갖추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교 그 자체가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 밖에선 등교 수업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원을 나누어 교차 등교하던 시기와 비교하여 몇 곱절은 강화된 통제가 학교와 교실을 지배할 것이다. 학생들은 하루의 반나절 이상을 방역의 감옥 안에서 지루한 수용 생활만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될 수 있다.

2020년에 이어 2021년도 잃어버린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내 집단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며 학교가 등교를 통해 추구해야 할 것은 수업, 구체적으로는 유의미한 배움에 있어야 한다.

당국은 방역에 대한 준비뿐 아니라 통제된 교실 안에서 효과적인 수업 방식을 학교와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그 밑바탕에 학교에 대한 존중과 소통, 그리고 예기치 못한 문제 상황에서의 보호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 극복을 목표로 전 국민이 각 분야에서 고군분투했다. 학교도 학생의 안전과 방역, 그리고 온라인 수업이라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위해 확대된 역할 수행을 당연히 받아들였다. 그것은 사회가 학교에 바라는 역할이기도 했지만.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학교도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속이 있다고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학교가 교육 당국의 소속 아래 교육의 주체로서 존중과 보호를 받는다면, 작년 한 해 넘어온 시련 이상의 역할을 학교는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써 안전한 등교와 유의미한 수업이 결합된 등교 수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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