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단춘추] 미래 세대를 위한 ‘인권 감수성’ 교육의 강화
[전재학의 교단춘추] 미래 세대를 위한 ‘인권 감수성’ 교육의 강화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1.24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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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전재학 인천세원고 교감

[에듀프레스] ‘인권 감수성’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볼 때 인권이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이며 감수성은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다. 결국 인권 감수성이란 사회에서의 부조리나 불합리한 관행, 제도 등을 인권 문제의 차원에서 볼 수 있는 성질 혹은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릴 권리인 인권 문제에 대해 얼마나 잘 인식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헌법이 주는 권위와 압박은 우리의 인권 감수성을 향상시키지 못한다. 왜냐면 인권 문제는 법률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공감에 힘입어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인권 감수성은 어떠한가? 많은 인권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직장, 학교, 사회에서는 여전히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직장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인격 모독적인 말을 하고 학교장이 교사를 성희롱하고, 교사가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고 사회에선 노인,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대우가 심각하다. 그뿐이랴. 노키즈존 운영으로 아동에 대한 차별 행위가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명백한 판단에도 불구하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인권은 말만 무성한 채 온갖 부정적인 뉴스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나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인권이 충돌하며 심각한 교육적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2년 전의 일이다. 고교 졸업 후 10년이 지난 학생의 어머니가 민원성 전화를 했다. 사연인즉 자녀가 동아리에 가입하기 위해 지도 교사를 찾았으나 담당 교사는 학생을 보고 “이미 다 찼다. 나중에 다시 와.”하고 매정하게 거부했다고 한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않고 다시 찾아간 자녀에게 “못생긴 것이 또 왔어. 자리가 없어~”라고 거절을 했다고 한다. 이 말에 학생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졸업 후에도 잊지 못하고 트라우마로 고통을 받는 것이 안쓰러워 학부모는 비록 늦었지만 교사에게 사과를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었다. 학생은 고교 졸업 후 10년의 세월을 잊지 못하고 어떻게 살았을까? 인간으로서 측은하기 짝이 없지만 어떻게 이렇게 학생에게 인격을 모독하고 교육을 할 수 있었는지 분노를 자아냈다. 같은 교육자로서 대신 용서를 빌고 학부모의 마음을 진정시켰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마음속에 커다란 파동으로 남아 있다.

근래에 ‘학생인권조례’가 치열한 논쟁 주제이다. 여기엔 지역별, 교육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물리적•언어적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체벌 금지, 복장 및 두발 규제 금지,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 등을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특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집회를 열 수 있는 집회의 자유, 임신•출산•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에서는 학생들이 학업에 집중하지 않고 집회를 여는 것에 대한 염려, 역으로 임신과 출산 등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라는 우려를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이라 하더라도 한 인간으로서 갖는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찬성하는 진보적인 입장에서 보면 사고(思考)할 수 있는 하나의 인격체로서 학생이 결정하고 선택한 사항은 학교 내라 하더라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인권의 본질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권 감수성을 고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어렸을 때부터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기 교육이 중요하다. 타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전제로 서로 배려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이는 이른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사고와 공감(共感) 능력의 향상이다. 이제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이 과연 인권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먼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이 비로소 인권을 제대로 배우고 인식하는 것은 바로 중고등학교 시절이다. 인권을 처음 인식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갖게 된다. 즉, 학생들은 학생인권조례를 자신들의 중요한 인권 문제로 받아들인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기에 본인의 인권을 존중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성인이 된 후에도 다른 사람의 인권을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청소년들이 살아갈 세상은 기존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가 될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 파생하는 인권의 문제 또한 더욱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일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공교육에 인권 관련 교과를 확대하고, 민간단체에서 진행하는 인권교육을 장려하며, 직장과 지역사회 등 우리의 삶이 이루어지는 영역 모든 곳에서 보편타당한 교육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로써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 실현될 수 있다. 나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구시대의 관행적 경쟁교육에서 벗어나, 나도 옳고 타인도 옳다(我是他是)고 공감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인권 감수성을 현재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절대적인 과제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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