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형의 에듀토크] 독립운동가의 초라함에 경의를 표하며
[김남형의 에듀토크] 독립운동가의 초라함에 경의를 표하며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1.22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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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형 여주송촌초 교사
김남형 여주송촌초 교사

[에듀프레스] 사진 속에서 친일파 후손의 집은 으리으리했고,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은 초라했다. 그 웹툰 작가는 사진과 함께 독립운동가의 삶을 대충 산 삶이라고 평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졸업식에서 우는 교사들이 있다. 때론 주인공인 학생들은 웃고 떠드는데 홀로 눈물을 훔친다. 누군가는 이해 못하고 주책이라 말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겐 필요한 통과 의례일 수 있다.

겨울이면 교사는 마음을 얼음같이 단단히 해야 한다. 떠나는 이에게 마음을 줄수록, 홀로 남는 외로움을 더 지독히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단한 마음으로 새로운 이들을 그곳에서 맞아야 한다.

가르치는 일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일 때가 잦다. 대상인 학생이 알아주지 않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으며, 학부모도 그렇고, 때론 동료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에 그들은 왜 이리 열심일까. 누군가는 학생을 사랑하기 때문이라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에 열심인 것은 그것이 적어도 사랑 정도는 되는 일이기 때문이리라.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해본 사람들은 안다. 그이를 더 이상 보지 못하는 아쉬움도 크지만, 그동안 쏟아낸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는 일이 참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교사는 그래서 주책스럽게도 운다.

어느 날은 새벽까지 수업 준비를 하느라 쌓인 피로를 학생들의 웃는 얼굴로 훌훌 털어낸다. 또 어느 날은 그이들의 무례와 실망스런 행동에도 꿋꿋하게 참고 기다려준다. 그리고 여느 날은 세상의 비난과 조롱도 받아내야 할 때가 있다.

그래도 시간은 무심히 지나 그이들을 놓아주어야 할 때가 온다. 교사는 그 자리에 남더라도 그이들은 그들만의 세상을 찾아 떠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함께 했던 교실에 홀로 남아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다.

세상은 교사의 사랑을 쉽사리 인정해주지 않는다. 승진이나 성과급의 어느 결 하나도 교사의 사랑을 기준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큰 교사일수록 손해를 보는 바보에 가까워질 때가 많다.

하지만 목숨까지 내놓았던 독립운동가의 사랑도 저렇게 인정 못 받는 세상에서, 교사는 인정받고픈 마음을 함부로 꺼내들지 않는다.

사랑이 깊어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어놓고 스스로는 초라해지는 것을 박애라고 한다. 독립운동가들의 삶은 그런 수식어가 필요하다. 그들은 세상의 인정을 구하고자 초라해진 것이 아니다. 세상을 너무 사랑해서 초라해진 것이다.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그렇게 폄하하는 당신마저도 그들에게는 목숨 바쳐 사랑한 후손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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