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보이는 것만 본 교육부 학교폭력실태조사
[박정현 칼럼] 보이는 것만 본 교육부 학교폭력실태조사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1.22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박정현 한국교육연구소부소장
박정현 한국교육연구소부소장

[에듀프레스] 21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0학년도 학교폭력실태조사의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예견했던 결과대로 나왔다. 발표 이전에 코로나 시대의 학교폭력의 경향을 묻는 질문에 ‘대면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폭력은 줄 수밖에 없다’, ‘대신 온라인 활동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유형의 폭력에 대비해야 한다’로 답을 했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되었다. 학교폭력의 피해 응답률은 전년도 1차 조사 결과 대비 0.7% 감소한 0.9%로 집계되었다. 작아 보이는 수치지만 절대적인 수로 보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그리고 폭력의 유형 중 집단따돌림(26.0%)과 사이버폭력(12.3%)이 각각 2위와 3위로 조사되었다.

다른 유형에 비해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온라인 학습이 장기화 되고, 대면 활동이 줄어들면서 생긴 결과이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학교폭력 감소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2019년과 2020년 학교폭력 담당 부장 업무를 수행한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코로나 이후 학교에 등교를 하지 못하면서 감소하는 학교폭력 사안은 80% 이상 감소했다고 본다. 일부 발생한 사안은 역시 사이버 상에서 이루어진 것들로 상대에 대한 모욕이나 따돌림, 피싱에 의한 피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발표는 큰 의미를 갖기보다 얼마나 피상적인 조사였는가를 확인시켜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금은 쓴 평가를 내리고 싶다.

조사 시기를 조정하고 조사의 방법을 감염병 추이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조율한 것은 유효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조사 때부터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 이전과 동일한 내용의 문항으로 조사를 할 것이 아니라 변화된 학교 환경을 고려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물어야 한다고 했지만 이러한 부분이 반영되지 않은 채 시행되었다.

실제로 학교폭력의 실태를 조사할 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용이 상당히 많다. 가해 당사자의 경우 의식적으로 숨기며, 피해 학생 역시 보복이나 수치심 등을 이유로 온라인 응답 방식에서도 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충분한 학교폭력 관련 교육이나, 제도적 장치를 소개하고 학생과의 래포가 형성된 다음에 솔직한 답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인데 작년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학교폭력 실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예방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고, 현재 매우 우수하다는 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학교 현장에서 실재하고 있으며 피해학생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추상적인 접근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교육부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
교육부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

이번 결과를 보면, 교육부에서는 ‘어울림프로그램’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교과에 학교폭력 예방 요소를 결합한 이 프로그램의 효용성은 분명히 크다. 그러나 학교마다의 상황이 다르고, 폭력의 양상이 다른 상황에서 이 프로그램을 학교교육과정에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한계를 갖는다. 온라인 수업환경 역시 학교마다 다르듯이, 학교폭력의 문제도 각각 다르다.

당국에서는 우수한 프로그램과 온라인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학교폭력 예방콘텐츠를 만들어 제안하는 수준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러한 것들 중에서 학교마다 필요한 것을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생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온라인 환경에서 적합한 조사 도구를 신속히 개발하여 현황을 파악하고, 학교폭력을 줄여나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등교의 확대 필요성이 높아지고, 유의미한 데이터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는 1년의 공백 이후의 상황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학교폭력의 문제 역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일 것이고, 아이들의 관계 맺기 문화도 바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학교폭력실태 조사의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보다 현실적인 대안과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