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정 칼럼] 90일 이상 등교한 학생과 20일 겨우 등교한 학생
[한희정 칼럼] 90일 이상 등교한 학생과 20일 겨우 등교한 학생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1.20 2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서울정릉초 교사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2021년 방역-경제-교육, 세 갈림길 중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에듀프레스] 2021년이 밝았고 1월 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학교는 2020학년도를 마무리하고 종업을 했거나 준비 중이며, 동시에 2021년을 계획 중이다. 2020년은 학사일정이나 수업을 준비하는데 하루 앞을 내다보기 힘든 시기였다. 2주마다 발표되는 방역 당국의 대응조치는 어쩌면 그나마 나은 것이었다. 학교에 확진자라도 발생하면 바로 다음날을 위해 준비했던 모든 것을 리셋해야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학년을 준비하려면 2021년의 코로나 관련 상황 추이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해도 최소 2021년 1학기까지는 감염병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유지될 것이고,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은 전국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더불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비대면 수업 강제 상황은 2020년과 비슷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이 우울한 전망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2020년 우리는 3차에 걸친 감염병 유행 사태를 겪었지만, 학교에서의 심각한 집단 감염 확산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2차, 3차 유행 시기마다 공공보건과 안녕을 위해 제일 먼저 학교 문을 닫아야했다.

1차 유행 시기 정부 당국자는 학교에서의 감염이 발생할 경우 학생 감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돌보는 조부모 등 노년층 감염으로 확산되고, 노년층 감염은 중증 상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병상 부족 사태를 발생시키며, 결국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어 치료 받을 수 있는 환자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학교문을 연다는 것은 ‘이제는 괜찮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주게 되어 국민들의 경각심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한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2021년 벽두에 우리는 이 질문 앞에 다시 서서 물어야 한다. 공공보건을 위한 학교와 학생의 희생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정부 당국자의 설명 도식은 2021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2020년 3월과 2021년 3월 사이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방역인가, 교육인가 갈림길에서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는 언제나 방역 우선이었다. 이 지침에 따라 학교도 방역에 방점을 두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학교의 모든 시스템은 방역 우선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고, 지속되는 방역 지침 개정판을 읽고 숙지하는 것도 버거웠다.

그런 상황에서도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 기관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3차 유행이라는 가장 심각했던 시기를 제외하고 말이다. 학원비를 낼 수 있는 아이와 학원비를 낼 수 없는 아이, 학원에 호의적인 집단과 비호의적이었으나 학원이라도 보내야겠다는 집단으로 나뉘었다. 여기에서 정부의 선택은 경제였다. 생계가 보장되는 학교, 박물관, 도서관 등 공공 기관의 문을 먼저 닫고, 이동과 접촉을 최소화해서 경제 활동은 어느 정도 유지하려고 했던 것이다.

직장을 비롯한 상업 시설은 셧다운하면서도 학교 문은 열었던 유럽의 여러 국가들과 매우 대조되는 선택이었다. 그 결과는 어떤가? 방역 성과는 매우 훌륭했고, 다른 나라에 비해 경제 성과도 좋았다. 교육 분야의 성과는? 학력 격차, 돌봄 격차에 대한 성토로 연일 도배되고 있다. 그 비난에 교사들은 총알받이가 되고 있고, 학생들은 2020년을 잃어 버렸다.

우리나라처럼 전국 방방곡곡의 모든 학교가 온라인 수업으로 전면 전환하고 이를 통해서 정규 교육과정 이수가 가능하도록 한 나라가 전 세계 어디에 있는가? 온갖 규제와 낡아 빠진 시스템 위에 기생해야 하는 원격 수업의 불모지에서 이만큼이라도 만들기 위해 누가 어떤 수고를 했는지 주목한 언론은 있었는가?

무너진 생활 리듬과 사회적 관계, 부실한 식생활, 자아 효능감 저하와 기초 학습 부진 등 코로나-19가 가져온 문제를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 과연 부실한 온라인 수업에만 있는 것인지 진지하게 다시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1년 새 학년 시작까지 한 달 반도 남지 않았다. 2021년에도 2주 단위로 나오는 방역 당국의 입장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학사 운영 지침은 계속될 것인가? 사교육은 문을 여는데 공교육은 먼저 문을 닫으라는 결정을 지속할 것인가? 언제까지 수도권 거대과밀학교의 학생들은 대면 수업에서의 상대적인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1학기를 온-오프 병행 교육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로, 이제 우리 사회는 학생들의 대면 수업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적어도 1학기 등교 수업은 가급적 이런 방향으로 가겠다는 논의들이 시작되어야 한다. 3차 유행과 같은 심각한 급증, 그래서 사교육 기관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대면 수업을 최대한 지원해 주어야 한다. 2020년 90일 이상 학교에 나갈 수 있었던 학생들과 겨우 20일을 채운 학생들의 차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안타깝지만 이제 그 차이는 어떻게도 보상할 수 없을 것이다.

2021년도가 2020년의 안일한 재탕이라면, 그래서 학생들의 대면 수업권을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는 사회라면 우리가 앞으로 치러야할 사회적 비용은 지난 1년 간의 경제적 효과 이상이 될 것이다. 2021년 방역-경제-교육, 세 갈림길 중 우리가 가야할 길은 이미 갔던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이 되어야 하지는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