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주의 사이다 톡] 법원이 쏘아 올린 교사 '무한책임공유제'
[송은주의 사이다 톡] 법원이 쏘아 올린 교사 '무한책임공유제'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1.16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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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 교사

[에듀프레스] 2017년 수학여행에서 6학년 학생이 친구에게 장난감 화살을 쏴 피해 학생의 왼쪽 눈이 실명된 사건이 있었다. 취침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가해 학생은 장난감 화살의 고무 패킹 부분을 빼고 커터칼로 화살촉을 깎아 피해 학생을 향해 겨누었다.

위협을 느낀 피해 학생은 베개로 얼굴을 가렸고 주변 친구들은 위험하다고 말렸다. 그러나 피해 학생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베개를 내린 순간, 화살이 날아갔다. 피해 학생은 몇 차례 대수술을 받았음에도 결국 실명했다.

이 사건에 대하여 1심 재판부는 가해 학생과, 교사가 소속된 경북교육청에 손해배상금 2억 2700만원과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였다. 경북교육청이 항소하였으나 2심 재판부는 결국 ‘교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1심 판결을 유지하였다. 바로 이 부분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교사에게 어떤 책임이 얼마나 있었는가.

학생이 안전하도록 보호하고 지도하는 일은 교사의 본분이다. 특히 수학여행처럼 교실 밖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라면 더욱 큰 주의와 철저한 지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판결 내용을 보면 “학생들에게 사전에 위해성 도구 소지 금지, 위험한 장난 금지, 취침시간 지키기 등 일반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였다는 것만으로는 학교 측에 요구되는 보호, 감독 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는데 수학여행의 현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판결이다.

6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수학여행을 다녀온 경험을 생각해보면 취침시간 지도 후 방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교사가 알기는 어렵다. 흔히 수학여행에서 묵는 유스호스텔이나 수련원의 공간 특성상, 교사들은 복도에 앉아 닫힌 방문을 보며 관리 감독하게 된다. 특별히 소란스럽거나 밤늦도록 인기척이 유난히 느껴지는 방을 추가로 지도할 수는 있으나 모든 방문을 열어놓고 자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게다가 사건이 단순히 장난감 화살의 소지가 아니라 교사 몰래 숨겨놓은 커터칼로 화살촉을 만들고 학생의 고의성이 인정되는 조준과 발사로 인해 생긴 일이라면 문제의 핵심은 교사의 지도 여부를 넘어 학생의 의도로 넘어간다.

학생의 숨겨진 의도까지 교사가 어떻게 완벽하게 읽을 수 있을까. 교사가 학생의 안전을 철저하게 지켜주기를 바라는 사회의 바람은 이해하지만 교사에게도 통제가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이 답답하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2심 재판부의 의도는 ‘안전사고 예측의 의무가 있는 교사에게 사고를 막지 못한 과실이 있기는 하지만 중과실은 아니고, 배상책임은 교사가 아닌 교육청에 있다’는 것이었다.

일부 언론은 재판부가 책임의 경중을 구별하여 교육청에 배상책임을 물음으로써 피해 학생의 손해가 전보되도록 ‘현명한 판단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피해 학생의 변호사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교 측은 교사가 사전 안전교육 등 해야 할 일을 다 했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가해 학생에게만 배상책임을 묻게 되고, 가해 학생 측이 손해배상을 할 능력이 없어 배상받을 길이 없기 때문에 교육청의 배상책임을 묻게 되었다”고 하였다.

인터뷰 내용만으로 보자면 경제적 배상 문제가 결부되어 있다 보니 교사의 실제 과실 정도보다 더 큰 책임을 묻게 되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어떤 위로와 손해배상으로도 부족할 피해 학생의 입장을 생각하면 실질적인 경제적 배상은 중요하다. 그러나 만약 이 사건에서 교사 개인에게 실제로 배상책임을 물었다면 교사 당사자에게는 가혹할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교사들도 충격이 컸을 것이다.

아무리 안전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도 상식적인 수준을 넘은 사건에서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사실 배상책임을 누구에게 물었는지에 상관없이 이번 판결로 학생 관련 사고는 교사와 학교에 무조건 책임이 있다고 많은 이가 인식하게 될 수도 있다. 교사-학교 무한책임론을 더 견고하게 다지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교사-학교 무한책임론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교사가 100퍼센트 완벽한 지도를 할 수 없기 때문만이 아니다. 교육 활동 중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교사가 그 원인을 자신이 통제 가능한 부분에 귀착한다면 얼마든지 성찰하고 개선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해야 할 만큼 했는데도 자신의 통제 영역 밖에 문제의 원인이 있다면 교사는 무기력에 빠지고 만다. 자신은 위기상황을 예견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는 무력함과 무조건적 귀책의 중압감은 교원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위험성이 내재 된 교육 활동을 본능적으로 회피하게 한다.

장기적으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 회의를 느낀 인재의 유출과 교육의 질 하락까지 연결된다.

특히 안전사고와 관련하여 교사의 책임을 더욱 합리적이고 신중하게 따져보아야 하는 이유다.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 모두 큰 상처를 입은 이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

송은주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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