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교사 돌리기’ 이젠 끝나나.. 서울시교육청 질환교원심의위 신설 추진
‘폭탄교사 돌리기’ 이젠 끝나나.. 서울시교육청 질환교원심의위 신설 추진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1.12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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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교사노조, “정신장애 교원 낙인효과-인권침해 가능성 살펴야”

교육현장선, “쉬쉬할 일 아냐 .. 어떤 형태로든 해결책 모색을” 주문
서울시교육청이 심각한 정신질환 교사에 대해 최고 직권면직까지 할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 설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장애인교사노조가 낙인효과와 함께 인권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며 세심한 주의를 당부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심각한 정신질환 교사에 대해 최고 직권면직까지 할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 설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장애인교사노조가 낙인효과와 함께 인권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며 세심한 주의를 당부했다.

[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지난 2016년 A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 33명이 연명으로 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교 B 교사로부터 지난 3년간 시달림을 견디다 못한 교사들이 교권침해로 처벌을 요구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4년부터. B 교사는 동료교사들이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자 집단따돌림이라고 주장하면서 막말과 고성을 일삼았다. 후배 교사들을 세워놓고 장시간 훈계를 하는가 하면 수시로 녹음하고 촬영하면서 부장교사들을 괴롭혔다. 이 바람에 학교는 교장, 교감이 매해 번갈아가며 교체되곤 했다.

이뿐아니다. 학교에서 나온 급식을 받자마자 버리고 메신저에 물결무늬(~)나 웃음(^^) 표시를 하면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한다며 항의하곤 했다. 심지어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는 교사가 있다거나 누군가 몰래 본인 교실로 들어와 물건을 파손하고, 본인의 수업을 몰래 엿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행은 이뿐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은 교사에게는 문자,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밤낮 할 것 없이 집요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친오빠를 학교로 불러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가 하면 선배교사를 정신이상자로 몰아 강제로 검사를 받게 했다.

참다못한 교사들이 3년 만에 교육청에 이 사실을 알렸고 교육청 질환교원심의위원회에서 직권 휴직 결정이 내려졌다.

B 교사는 즉각 이같은 결정에 불복,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다. 그러나 교원소청위는 ‘직권휴직 처분이 위법·부당하다거나 사회 통념상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2월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진 교원에게 치료기회와 함께 심각한 경우 직권면직까지 할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 설립방안을 입법예고 했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지난 2016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질환 유병률은 25.4%이다. 정신질환 중 주요우울장애(우울증)는 5.0%, 양극성장애(조울증)는 0.1%, 조현병스펙트럼장애(정신분열증)는 0.5%, 불안장애는 9.3%이다.

2020년 유·초·중등 교원수는 49만 8,281명이므로 복지부의 유병률을 적용하면 교원 중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약 2만 5천명, 조울증은 약 500명, 정신분열증은 약 2천 500명, 불안장애는 약 4만 6천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같은 정신적 질환이 있는 교원 중 일부 증세가 심각한 사람은 학교현장에서 소위 ‘폭탄교사’라고 부른다.

'폭탄교사'는교장, 교감 등 관리자들의 말도 듣지 않고, 동료 교원의 조언이나 불만을 ‘교권침해’라고 주장하면서 꼬투리잡기 일쑤다. 민원, 소송 등으로 학교를 진흙탕 싸움으로 만들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직장내 갑질, 성희롱·성폭력, 청탁금지법 등을 활용하여 자신을 오히려 피해자로 만들고, 부패한 조직과 맞서 싸우는 내부고발자임을 자처하면서 극한 투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런 정신적 질환이 있는 교원을 강제로 휴직하게 하거나 교단에서 배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질환교원심의위원회다. 현재 전국 13개 시도교육청에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설립되면 14번째가 된다.

서울시교육청 방침에 장애인교원노동조합(장교조)은 12일 인권침해 우려를 제기하며 신중한 추진을 주문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장교조는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도 약물 등을 통해 자신의 장애를 조절하거나 통제하는 등의 노력을 충분히 취할 수 있음에도, 자칫 질환교원심의가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위원회의 심의가 실질적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질환교원에 대한 차별 등 인권 침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질환으로 인해 학생의 신변과 학습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교원노조의 지적은 충분히 이해되고 새겨들을 대목이다. 그러나 정신적, 신체적으로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 교사들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해결책이 모색돼야 한다는 것 또한 교육현장의 일반적인 정서다.  쉬쉬하면서 ‘나만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는 것이다.

한희정 실천교육교사모임회장은 지난해 에듀프레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폭탄 교사의 업무와 수업을 떠안은 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질환교사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선량한 다수의 교사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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