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칼럼] 아동학대 신고 뒤 협박받는 교사들
[박정현 칼럼] 아동학대 신고 뒤 협박받는 교사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1.10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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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 / 인천 만수북중 교사

학대 의심 아동을 신고했다가 학부모로부터 거센 항의는 물론 협박까지 받는 사례가 발생하지만 당국은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만 미룰 뿐이다.

학대 의심 아동을 신고했다가 학부모로부터 거센 항의는 물론 협박까지 받는 사례가 발생하지만 당국은 모든 책임을 교사에게만 미룰 뿐이다.

[에듀프레스] 입양 후 학대를 당하다 죽음을 맞은 ‘정인이 사건’으로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충격을 넘어 공분으로 화대되고 있다. 그러나 또다시 이어지는 아동학대 뉴스는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강추위 속에 밖에서 떨고 있던 3세 아이에 대한 보도는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이런 사건들이 일어났음에도 무능했던 경찰의 조치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해당 경찰서장이 바뀌고 경찰청장은 사과를 했다. 경찰은 초기에 대응을 하지 못한 이유와 한계를 설명했고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충 토로이든 변명이든 이미 아이의 죽음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경찰에 대한 비난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현재의 대응 시스템에 대한 점검은 분명히 필요하다. 사건을 조사하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경찰조차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는 가정 다음으로 아이들을 많이 접하는 곳이므로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교사는 아동학대의 징후를 파악하면 신고를 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는 신고 주체인 교사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소속 기관에 대한 책임까지 묻는다.

이에 따라 의무적으로 연수를 이수하고, 그 실적을 아주 세세하게 포털에 입력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다분히 형식적이고 성과 위주의 관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자신들이 구축한 시스템을 제대로 교육했는지, 강사풀과 자료를 활용했는지 입력하게 되어 있는데, 이는 전혀 실효적이지 못한 구조이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가정에서의 아동학대를 의심할 만한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된다. 지침에 따라 신고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난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증과 물증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되고, 신고를 했을 때 학부모로부터 거센 항의는 물론 고소를 당하거나 심한 경우 협박까지 당하는 일이 실제로 발생한다.

신고를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학교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신고하라고만 했지 누구하나 책임져주지 않는 상황은 침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실적을 위해 관성에 의존한 조치가 아니라 현실적인 대응과 지원의 방법을 마련해주는 것이 현장에서는 절실하다.

언택트 상황이 길어짐에 따라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아동학대를 파악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졌다. 징후의 파악이 이전의 방법과는 분명 달라져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온라인 수업에서의 출결관리가 엄정히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자주 지각을 하거나 결석을 하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개인의 습관으로 출결의 문제가 생기는 것인지 가정에서의 문제가 있는 것인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전에 비해 학부모와 소통하는 경우는 더 많아졌다.

이때 자녀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나 지도 방식을 파악해볼 수 있는데,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온라인 상황에서 개별 면담이나 온라인 설문 기법을 활용하여 가정에서의 아동학대 징후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과 패턴에 대한 연구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보급하여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기 바란다.

아이에 대한 학대는 비단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복지와 개방적 분위기가 충분히 형성되었다고 평가받는 선진국들에서도 아동학대의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형식적인 부분에 매몰되고 탁상에서 정책을 만드는 동안 아이들의 몸과 영혼은 상처를 받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보호받고 사랑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들의 노력이 더욱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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