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중대재해법 ‘학교장 처벌’ 불확실 .. 교육활동 위축-소송 갈등은 늘 듯
[종합] 중대재해법 ‘학교장 처벌’ 불확실 .. 교육활동 위축-소송 갈등은 늘 듯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1.0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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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프레스 장재훈기자] 산업재해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에게 최고 징역형을 부과하는 중대재해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면서 교육계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 1만여 초중고 교장들이 처벌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근로자 사망 등 재해발생시 과실 책임을 물어 사업주는 1년이상 징역,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된다. 중대재해법에 학교가 포함되고 교장이 사업주가 되면 이 같은 처벌규정이 적용된다.

교장들은 즉각 반발했다. 산업안전관리의 전문성이 없는 교장이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학교를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교장은 교육감의 권한을 위임받아 학교를 운영하고 교육청에서 고용해 배치한 종사자가 근무하는 구조여서 교장 개인에게 형사처벌과 손배 배상 책임을 떠 맡기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대부분 시설공사는 교육청에서 업체 선정까지 하는 실정이어서 학교장이 실질적 책임을 져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 "교장 처벌 받나 안 받나" 교육계 혼란

현재 논란의 핵심은 산업재해와 관련, 교장이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교육당국에서는 조심스럽지만 교장 처벌 부분은 다소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측한다. 교육부는 8일 "중대재해법에 학교는 포함되지만 교장이 처벌을 받을지는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법상 사업자나 경영책임자를 교장으로 본다는 명시적 문구가 없어 ‘학교장 처벌’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산업재해 발생 시 안전보호 의무를 다했는지 아니면 소홀히 했는지 여부에 따라 학교장에 대한 처벌이 이뤄질 것이라며 모든 교장이 형사처벌이나 벌금형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재해의 경우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봐야지 급식실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교장이 처벌받는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중대재해법 2조 9항에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어 교장을 직접적으로 지칭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교장들이 우려하는 것은 후자의 경우이다. 학교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곧 교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학교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교장이 처벌 대상이 된다.

현행 교육시설안전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업주가 교육감으로 되어 있다. 관리감독 과실로 재해가 발행하면 교육감이 과태료 등 벌금을 물게 돼 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이 경영책임자를 교장으로 명시하면 사정을 달라진다. 급식, 시설, 청소, 차량운영을 비롯 각종 교육활동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은 교장이 진다. 징역이나 벌금형을 받게되는 것이다.

“내 목이 잘릴 판에 누가 학교 공사 하겠나”.. 교장들 분통

교장들은 벌써부터 교육활동 위축을 걱정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선 산업재해 발생 개연성이 높은 시설공사나 교육환경개선, 급식, 체험학습, 실험실습활동 등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학교장이 발주하는 5천만 원 이하 공사는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급식에서도 직접 불로 조리해야 하는 음식들은 가급적 기피할 수 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외부에 용역을 주고 학교 청소를 의뢰했지만 이마저도 조심스럽게 됐다고 한다.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 등도 최대한 제한적으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중학교 교장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교장들이 지자체장이나 지역의원들을 찾아 예산지원을 요청하고 다녔지만 앞으로는 그럴 일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자칫하면 형사처벌은 물론 연금까지 반토막 날 판에 누가 목을 걸고 학교 공사를 자발적으로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육여건이 열악해도 참고 견디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공무직과의 갈등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소한 내부수리도 위험하다고 버티면 강요할 재간이 없어 학교 내 보수 공사 등은 못낼 형편이 됐다고 했다. 산업재해 발생에 따른 소송 등 법적 분쟁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 고등학교 교장은 "학교에서 중점을 둬야 할 것은 학생들에게 산업안전의 중요성과 재해 재난 예방교육"이라며 "교육기관을 일반 영리 사업장처럼 취급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중대재해법에서 학교와 학교장을 제외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에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2만 5천여 명이 동의했다.

권한 없는 교장에 책임 전가는 부당 .. 교육부 “무차별 처벌 없을 것”

전문가들은 국공립학교의 경우 교장이 고용주로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중대재해법 부당성을 강조한다. 교직원은 물론 공무직 조차 교육청에서 인사권을 가지고 있어 학교장에게 재해발생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은 이치 맞지 않다는 것이다.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다는 법리에도 어긋난다도 했다.

같은 이유로 교실 석면 제거 공사, 운동장 보수 등 학교 내 공사가 학교장 개인의 선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상급 기관의 지시나 허가에 따라 이뤄지는데, 학교장이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공립학교의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처럼 교육감이 책임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교육부는 "학교는 일반 사업장과 달리 산업재해가 거의 없는 데다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어 책임자 처벌 보다는 근로자 안전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적용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현장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충분히 이해 한다" 며 "앞으로 1년 유예기간동안 관련부처와 협의를 거쳐 교장들이 불필요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 보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으로 교장을 처벌하기 보다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교육시설안전법 등에 명시된 처벌 규정을 따르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을 모색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대재해법 유예기간이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 이어서 학교도 교직원이 50인 미만인 경우는 오는 2024년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된다. 50인 이상인 학교는 내년 1월부터 법 적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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