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가와 선발의 분리를 생각해 본다.
[기고] 평가와 선발의 분리를 생각해 본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1.01.07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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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영직 서울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관
배영직 서울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관
배영직 서울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관

[에듀프레스] “능력주의적 인재 선발기가 일을 마치면, 오른 사람은 자신이 그 성공의 대가를 온전히 누릴 자격이 있다고 여기고, 떨어진 사람도 다 자업자득이라고 여긴다(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센델. 2020.)”

‘능력주의적 인재 선발’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육계에서는 한때 열린교육과 자기주도학습 시대가 있었던 시절이 생각이 났다. 열린교육과 자기주도학습은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 평생학습 시대를 도래한다는 의미로 학습을 통한 배움과 열의 그리고 그 자체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인기몰이하였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능력 위주의 신자유주의와 연계되고 그 개념을우리나라의 정규학교에 반영하면서 열린교육과 자기주도학습은 혼자 열심히 공부해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자기주도학습은 사교육의 간판 타이틀로 자리를 잡기까지 하였다.

대학입시와 같은 선발제도가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뒤덮고 있다. 선발에 들어가기 위하여서 아주 어릴 때부터 매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교육이 선발에 매몰되는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교육적 대안과 바람직한 사회적 가치 지향점을 찾아보려고 여기저기에서 시도하고 있다. ‘정의로운 차등 정책’이나 ‘백만 개의 교실 하나의 공동체’ 등 ‘미래교육을 준비하는 혁신교육(2021 서울교육방향의 실천과제)’의 방향 설정도 그와 관련성이 높다.

미래교육 및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학교교육의 지향점이 자율성과 효율성, 평등성과 수월성이 대척점이 되었던 관점은 벗어나야 한다고 본다. 그 대안으로 행복감이라는 지향점이 도출되었다(학교경영의 이해와 실제. 서정화 외. 2014.) 우리교육은 결국 학생들의 행복감(삶의 선택에 따른 만족감과 자아실현 등)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방향 설정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바람직한 지향이라고 공감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선발이 되면 올바른 인생을 살아간 것이고 선발이 되지 않으면 실패한 인간이 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은 정말 비교육적인 전형의 모습이다.

선발은 그야말로 정해진 기준에 맞게 준비하여 공정하게 이루어진 선택의 결과이다. 그래서 선발은 기준과 공정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선발을 버려야 하는 산물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며, 좀 더 분명하고 정교하게 선발 시스템을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선발이 되었다고 성공한 인재이고 선발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 되었다고 낙인하는 사회는 불행한 사회일 것이다. 나름의 기준과 공정한 과정에서 준비를 잘하여 이루어진 산물이겠지만, 마침 내가 공부하거나 준비한 부분이 나온 우연한 결과도 포함되어 있다. 100점 기준에서 70점 이상은 합격이고 69점은 불합격이라는 선발의 기준이 실행이 된다. 실체적 인재의 관점에서 보면 70점과 69점의 차이로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하였다고 해도 남이 더 열심히 하였다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곰곰이 생각하며 보면 선발에는 반드시 ‘나’와 다른 ‘남’이 있고 그 ‘남들’에 의해서 ‘내’가 선발되었다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내’가 선발되는 중요한 조건은 ‘남’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서 선발 여부는 삶의 행복 결정 요소와는 다르고 다양한 선택의 폭을 허용하거나 확대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회가 건전하다.

교육에서 평가과 선발의 분리에 대하여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처음 평가와 선발의 분리 이야기를 토론회에서 이야기하였을 때 매우 급진적이라는 의견이 다수였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토론회를 이어가면서 우리교육은 평가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동의 정도가 점차 높아졌다.

교육이론에서 교육평가는 진단평가, 형성평가, 총괄평가, 논술 및 서술평 평가, 정교한 세부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는 IB평가, 과정중심평가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대부분은 선발에 기준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중간고사, 기말고사, 각종 대회 등은 더욱 선발의 의미가 강하다. 다만, 진단평가와 형성평가 그리고 과정중심평가는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평가 측면이 많다.

평가의 본질은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선순환을 하거나 배움의 촉진을 지속적으로 일어나도록 하는 역할이다. 그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 우리교육의 중요한 이슈이며, 지속적인 해결 과제이기도 하다.

교육과정의 최종 목표인 추구하는 인간상은 길러졌거나 현재 가지고 있는 역량만을 가지고 보는 교육과정(이미 확정된 관점에서 보는 인재에 가까움)에서 아직 나타나지 않는 잠재력을 포함한 폭넓은 의미의 교육과정(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로 보는 인재 또는 창의성을 가진 인간으로 계속 기대가 되는 인재에 가까움)으로 확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학생들을 다루는 학교교육은 잠재력의 관점에서 보는 인재가 매우 인간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우리 교육과정의 목표는 우리 학생들이 인간답게 살도록 하고 함께 살아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며, 교육과정 상의 평가는 그 본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런 이야기에서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학부모를 포함하여 일부에서는 “아니 무슨 소리입니까? 당장 대학입시는 어떠하라고요?”라고 걱정할 것이다.

학생기록부나 내신 등 수시 전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정시에 대하여 논의하던 2018년도 ‘국민 참여 정책 숙려제’에 참여하였던 한 학생은 어떤 방식이든 학생들에게는 두 가지 모두를 다 잘해야 하는 가혹한 일(꼼벗 블로그, 2018)이라고 하였다. 이 역시 선발 기준과 공정한 과정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고 평가와 선발에 대한 혼재에서 기인하고 있다.

현재 2015 역량 중심 교육과정에서도 추구하는 인간상이나 방향과는 다르게 핵심 역량과 교과 역량 등을 모두 잘해야 선발에 유리한 것으로 여겨 ‘역량 홍수의 과부하(우리교육은 왜 역량과 잠재력으로 가야하는가?, 에듀프레스 필자 기고)’를 걱정하기도 한다.

대학입시는 당연히 그 대학의 기준에 따라 그 과정을 공정하게 선발하는 것이지 한 학생을 인재인가? 아닌가? 성공했나? 아닌가?로 판단할 수 없으며, 행복감을 주는 평생학습사회의 일원으로 가는 교육평가의 본질적인 의미와는 다르다.

자기주도학습도 그런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써 선발과는 다른 그 본질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대학입시, 각종대회, 자격고사 등은 교육평가가 아니고 선발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사회적 구조의 변화를 꾀하여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되기 전까지는 교육계와 이를 먼저 고민하는 분들이 먼저 용어부터 선발과 평가를 구분하여 사용하고 그 구체적인 내용을 치밀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현재 논의가 하고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그 실천적 기회라고 본다. 추구하는 인간상과 더불어 교육과정 목표와 내용, 방법 그리고 평가에서 치밀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담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 지향점을 정하고 추진하면서 장애를 하나둘씩 극복할 문제라고 본다. 어디선가는 그 문제를 인식하고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논의의 출발점을 제기하고

배영직 서울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관
배영직 서울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관

 

촉진할 역할이 우리에게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

특히, 선발과 평가의 구분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학력 격차나 혁신교육 등 논란의 해결 방안으로써 관점의 기준점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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