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프레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고전(古典)은 온고지신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고전연구가들의 전문적인 해석이 관점에 따라 차이를 가져오기는 하지만 단지 고전이 좋아서 이를 즐겨 읽는 보통사람들에게는 문자 그대로의 해석만으로도 감동을 느끼게 한다. 다만 전문가의 해석에 의해서 호불호(好不好)가 엇갈리는 현상은 피할 수 없다. <논어> ‘학이편’ 1장에 나오는 “有朋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 不亦樂乎(불역낙호)?”도 그중의 하나이다. 이 문구는 일반적으로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로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는 문자 그대로의 피상적인 해석을 따른 것이다. 그 자체로도 충분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의 또 다른 해석에도 감응을 느낄 수 있다. 이를 오늘날 우리 교육에 적용하여 재고(再考)해 보고자 한다.
김창엽 논설위원은 “有朋自遠方來(유붕자원방래), 不亦樂乎(불역낙호)?”는 ‘뜻을 같이 하는 자가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라는 의미로 접근한다. 여기서 朋(붕)이라는 것은 지금의 친구가 아니다. 공자는 배우는 것을 즐겨했기에 때로는 호학(好學)의 달인이라 불린다. 공자는 자신의 실제적 의미를 끝없이 추구했다. 그런데 성인의 위대함은 혼자 배우기를 즐겨 고집한 것이 아니라 함께 모여, 즉 ‘집단으로 배움을 실천’했다는 것이다. ‘공자학단’을 중심으로 배움이 이루어진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를 짚을 수 있다. 첫째, 朋(붕)은 공자가 추구하는 뜻을 수용하여 배우러 오는 제자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공자에게는 이 제자가 단순한 제자가 아니다. 뜻을 같이 하는 벗이며, 제자이며, 스승이다. 예를 들어 공자의 인간적 측면을 대변하는 자로는 벗이며 제자였고, 학문을 대표하는 안연은 제자이며 스승이었다. 둘째, 遠方(원방)은 멀리서 온다는 뜻인데 새길 부분이 있다. 단순히 거리가 먼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사는 곳은 지리적으로 먼 곳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간적으로 먼 곳이다. 이곳을 遠方(원방)이라고 한다. 지리적으로 먼 곳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먼 곳의 사람들이 공자의 뜻을 인정하고 배우러 공자학단을 찾아온 것이다. 이리하여 이들이 공자학단을 유지하고 공자학단에서는 이들을 가르치게 된다. 주목할 것은 신분, 출신지역, 직업 등으로 편을 가르거나 차별하지 않고 가르친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가르치면서 큰 즐거움, 즉 대자적 기쁨이 일어나게 된다.
주지하는 바처럼 공자는 14년 동안 천하주유를 하면서 “사람을 알아보고 멀리서 찾아오게 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고 설파했다. 이는 사람의 향기를 중요시한 ‘인의 정치’를 대변하는 철학이기도 하다. 또 세간에서 우리가 자주 인용하는 말에 “주향백리(酒香百里), 화향천리(花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술 향기는 백리를 가고, 꽃 향기는 천리를 가며, 사람 향기는 만리를 간다”가 있다. 종교적으로는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말도 자주 사용한다. 이 모두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인간의 향기가 멀리까지 퍼지고 그로인해 멀리서도 찾아오게 하는 것이다.
교육 또한 다르지 않다. 사교육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일타강사’라는 특별한 존재가 있다. 잘 가르친다는 소문에 전국 곳곳에서 수험생이 찾아오는 것 또한 비록 의미의 본질은 다르지만 역시 사람의 향기를 연상케 한다. 또 흔히 어느 대학을 지칭하면서 그 대학의 저명한 교수를 언급한다. 강의 잘하고 인품이 뛰어난 교수는 학생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다. 중⋅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수업 잘하고 인간적으로 좋은 교사로 알려진 사람들이 있다. 학생들이 방과후 학교(보충학습) 신청에 집중한다. 이제 2025년, 학생의 교과 선택에 의한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행되면 이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현재 학교는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정착되어 간다. 여기서도 수업 잘하는 교사는 역시 다르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진행하며 철저한 준비와 전문적 역량, 학생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보임으로써 그의 향기는 만 리 까지 퍼진다.
2021년 신축년 새해도 당분간 코로나19와의 사투가 계속될 것이다. 학교는 등교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반복할 것이다. 이는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사람이 그리운 시대를 살게 한다. 바이러스 감염 예방으로 고립되고 격리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익숙해지는 세상이지만 본질적으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특히 교육은 또래집단 학습을 통한 집단지성이 커다란 효과를 발휘한다. 친구든 교사든 서로의 향기를 머금고 집단으로 학습하는 풍토가 중요하다. 여기엔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본래의 역할이 자리한다. 공동체 생활로 사회성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유대인의 하부루타 교육을 보라. 그들의 우수성은 바로 함께 모여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공부에서 시작된다. 집단지성은 그렇게 민족의 우수성으로 정착이 되어 왔다. 배움을 위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고 발표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향기에서 출발한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간에는 어떠한 역경도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생긴다. 2021년은 우리 학생들에게 몸은 떨어져 있어도 서로에 대한 향기를 맘껏 내뿜는 인간적인 매력을 간직하도록 성장 교육이 필요하다. 여기엔 각자 고유한 인간의 향기를 머금도록 해야 한다. 그 실행의 중심에 교육이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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