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형 에듀토크] 더 가까운 인공지능, ANI
[김남형 에듀토크] 더 가까운 인공지능, ANI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1.01.06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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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남형 경기 여주송촌초 교사
김남형 여주송촌초교사
김남형 여주송촌초교사

[에듀프레스] 인공지능과 인간의 사랑을 소재로 한 <그녀>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외형의 AI OS(인공지능 운영체제)가 보편화된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관객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에까지 도달한 AI에게서 인격을 느꼈다.

SF영화 속 AI는 인간과 비슷하게 말하거나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 인간처럼 다방면의 처리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을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인공지능)라 구분한다.

반면 현재 개발 과정에 있거나 이미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은 주로 ANI(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 좁은 인공지능)이다. 특정 상황에서만 자료를 수집하여 처리하기 때문에 활동 분야가 제한되는 AI를 말한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활용되는 인공지능은 주변을 인식하고 경로를 결정하지만, 운전과 무관한 업무에서는 아무 능력도 보이지 못하므로 ANI라고 볼 수 있다.

미래 교육을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AI이다. 언젠가는 AI가 교사를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과, 교사라는 역할은 절대 대체될 수 없다는 의견이 맞서곤 한다. 대부분 AGI에 대한 논의라고 볼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 AGI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지만 교사 대체라는 다소 자극적인 주제에 가려져, ANI 활용에 대한 논의가 소홀히 되는 것은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영화 <그녀>는 멀리서 보면 인간과 사랑을 나누는 AGI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다양한 감각적 ANI가 내린 판단을 통해서, 그들의 교감이 완성되지 않았을까 추론해본다.

시선 처리, 입꼬리의 방향, 미간의 주름 등 시각 자료를 처리하는 ANI는 사용자의 감정을 읽었을 것이고, 음성 자료를 다루는 ANI는 그의 떨림과 기쁨, 슬픔과 아픔의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수집된 데이터를 종합하여,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알고리즘을 구성하지 않았을까.

교육 분야에 ANI 도입 논의가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현장 교사들은 교실 속 다양한 상황에 필요한 ANI를 엔지니어 이상으로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수요와 필요를 동반한 신기술의 도입이 교실을 더욱 살아 움직이게 한다는 기대는 망상일까.

시선을 분석하는 ANI는 자료를 보는 학생의 눈에서 가장 선호할 학습 자료의 형식과 최적의 레이아웃(layout)을 찾을 것이다. 시선이 머무는 지점에서는 그것이 몰입의 결과인지, 이해가 어려운 걸림돌인지 구분할지도 모른다.

음성 자료를 처리하는 ANI는 학생 목소리의 크기. 속도 그리고 떨림에 집중할 것이다. 비슷한 반응을 보인 학생일지라도 특정 학생에게는 추가 설명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다른 학생에게는 심화 과정을 제안할 수 있는, 예민한 개인별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ANI의 활용과 그 가치에 대한 논의 없이 어느 날 급속도로 발전한 AGI가 교실 문을 두드릴 때, 현장 교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학생을 실험 도구 삼아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으로 자기 계발만 하는 AGI를 멀뚱히 서서 바라보기만 하지 않을까.

가끔은 근시안적 태도가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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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2021-01-11 23:58:56
김남형선생님, AGI가 정말 보편화되고 교사로 활용가능하다는 판단하에 교육계에 도입된다면, 학생을 도구삼아 자기계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 역할을 나름 훌륭히 대체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때는 교사만이 아니라 다른 무엇도 대체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