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종 교육시론] 연구 안 하는 한국 대학연구소 과감한 혁신을
[박은종 교육시론] 연구 안 하는 한국 대학연구소 과감한 혁신을
  • 김민정 기자
  • 승인 2020.12.26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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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겸임교수
박은종 공주대겸임교수

[에듀프레스] 한국의 대학에 부설(운영)된 연구소가 허울만 번지르르하지 내실이 없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다. 최근 민간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가 “대학알리미(academyinfo.go.kr)에 공시된 2019년 대학 부설 연구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의 부실 연구소가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학 부설 연구소 가운데 62%가 전임 연구원 1명 조차도 없는 ‘유령 연구소’라는 지적이다.

대학 부설 분석 결과를 보면, 2019년 현재 교육부 소관 4년제 대학 187개교의 부설 연구소는 총 514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으로는 매우 많은 현실이다. 한 대학당 평균 28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꼴이다. 이 가운데 국공립대 40곳이 보유한 연구소는 1481개, 사립대 147곳이 보유한 연구소는 3666개로 나타났다. 국공립대는 평균 37개, 사립대는 평균 25개인 셈이다. 외형상 계량적으로는 매우 많은 연구소를 부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 연구소들이 전임 연구원 등 연구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학술행사 실적도 없는 등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학 연구소 가운데 80.5%에는 연구 전임 유급 전임연구원이 1명도 없는 현실이다. 즉 국공립대 연구소는 전체의 70.1%가, 사립대 연구소는 84.7%가 전임연구원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단위 연구소당 평균 전임연구원 수는 1명도 채 되지 않는 0.8명으로 나타났다. 국공립대 연구소들의 경우 평균 전임연구원 수가 그나마 1.5명이었으나, 사립대의 경우엔 평균 0.6명에 불과해 여건이 더욱 열악했다. 국공립대 연구소가 연구 인력 여건은 다소 낫지만, 국공사립대 모두 연구 인력은 태부족이다. 국공립대 연구소의 7할, 사립대 연구소의 8-9할이 전임 연구원 미확보라는 사실은 곧 대학 연구소 부실의 징표이다. 연구원도 없이 연구한다는 명목·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2019년에 국제·국내학술대회, 세미나, 전문가 초청 강연 등 학술행사를 개최한 횟수는 전체 연구소의 평균 개최 횟수가 1.9회에 그쳤다. 국공립대는 2.7회, 사립대는 1.6회였다. 단 한 번도 행사를 개최하지 않은 연구소는 전체의 68.7%(국공립대 60%, 사립대 72.2%)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 실적은 더욱 저조해, 1회 이상 국제학술대회를 연 연구소는 국공립대 10.2%, 사립대 5.4%에 불과했다.

대학 연구소 간판만 달아놓았을 뿐, 전임연구원도 없고 학술행사 개최 실적도 없는, 사실상 ‘유령 연구소’와 다르지 않은 연구소는 모두 3171개로 전체의 61.6%에 달했다. 국공립대에서는 50.2%가, 사립대에서는 66.2% 연구소가 여기에 해당한다. 학술대회 개최 실적이 많은 대학 20곳에서 개최한 행사 개최 횟수가 전체의 64.2%에 달하는 등 ‘일부 대학 연구소 쏠림 현상도 문제다.

특히 많은 연구소들이 외부 연구·공모 사업·예산을 따다가 활동 후 관련자들의 수당으로 나눠 쓰는 연구 외 활동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대학 연구소 개편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는 비판이 많다. 연구 열심히 하는 대학연구소 지원 확대, 연구 안 하는 대학 연구소 퇴출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명목만 연구소이지 외부 사업 예산 확보에만 혈안인 연구소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한국의 대학 연구소의 현실은 외화내빈이다. 즉 외적·양적으로 매우 많은 연구소가 설립돼 있으나 내적·질적으로는 전혀 연구를 수행할 여건이 미비 됐다. 대학 부실 연구소가 난립하는 배경은 연구비 확보, 연구논문 발표수단 확보 등 연구 본연의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설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사립대의 연구소는 대학 자체 규정만 충족하면 연구소를 쉽게 설립할 수 있기 때문에 난립하고 있다. 차제에 교육부가 대학 연구소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연구소 예산을 확보하여 전임 연구원, 객원 연구원, 교수진과의 협동 연구원 등의 확보에 진력해야 한다.

대학의 사명은 교육, 연구, 학문 탐구, 봉사 등이다. 대학 연구소는 이 중 연구의 중핵적 역할을 담당한다. 교수들의 연구 지원과 참여도 이 연구소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부는 차제에 대학 연구소가 본연의 목적인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 통제, 예산 지원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다년 간 유령 연구소로 ‘하는 일이 없는 연구소’는 정리하도록 행정 제재를 해야 할 것이다.

대학들도 연구소가 본연의 목적인 ‘연구’를 하지 않는다면 과감히 ‘간판’을 내리는 자정(自淨)을 해야 할 것이다. 인력, 예산이 전무한 연구소에 연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교육부는 연구에 충실한 대학에 전폭적인 지원, 연구 부실과 연구를 방기하는 대학에는 적절한 통제로 우리나라 대학 연구소의 질적 제고와 엄정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 대학 연구소의 연구 실적운영실적 등을 대학 평가의 지표 추가 등도 고려해, 대학 연구소 역할 활성화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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