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집값과 혁신학교, 그리고 혐오
[현장에서] 집값과 혁신학교, 그리고 혐오
  • 장재훈 기자
  • 승인 2020.12.16 09: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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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설진성 서울도봉초 교사/ 고려대 겸임교수
설진성 서울도봉초교사/ 고려대 겸임교수
설진성 서울도봉초교사/ 고려대 겸임교수

[에듀프레스] 네이버부동산, 부동산114 사이트 등을 들어가 보면 아파트 정보에 주변 학교 정보가 나온다. 심지어 어느 사이트에서는 어떤 학교의 특목고 입학 실적이 몇 위라는 정보가 올라와 있다.

입시가 집값에 영향력을 줄 것이라고 믿는 주택 수요자가 많아져서 집값이 오르내리리라 상상할 수는 있다.

혁신학교를 신청했던 경원중학교를 에워싸고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가하던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생각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혁신학교가 집값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집값 낮은 곳에 혁신학교가 많이 생길 수 있다. 인과관계에서 원인과 결과를 도치하는 오류는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세금 몇 푼 던져주고 얼씨구나 하는 곳에 가서 혁신하고, 여긴 혁신 필요 없으니 ... .”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이 말을 접한 많은 사람은 분노하고 있다.

사람들은 강남 3구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세금 몇 푼이라는 말로 업신여긴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은 그들이 누리는 편리함 속에 감춰진 주변 지역의 희생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에 분노한다.

여기서부터는 집값과 혁신학교의 관련성, 불공정한 의식을 담은 사회 분열적 발언을 중심으로 얘기해 보고자 한다.

1. 혁신학교는 집값 하락과 학력 저하의 원인이 아니다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크게 두 가지 정도를 근거로 삼는다.

첫째, 혁신학교는 학력을 떨어뜨린다. 둘째, 혁신학교는 주변의 집값을 떨어뜨린다.

두 가지 근거는 양적 연구의 독립변인과 종속변인 구조로 분석할 수 있다. 즉, 혁신학교가 독립변인으로서 영향을 미쳐 종속변인인 학력과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혁신학교의 분포를 살펴보면 독립변인과 종속변인이 뒤집혀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림 1은 서울형 혁신학교 분포도이다. 서초, 강남, 송파구에 소재한 중학교는 겨우 3개이다. 전체 혁신 중학교 43개를 고려해 보면 그 수가 턱없이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에는 24개 구가 있으니 적어도 평균적으로 한 구당 1.8개는 있어야 한다. 즉 서초, 강남, 송파 3구를 합하여 적어도 5.4개교는 있어야 하는 셈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주변 학구가 열악하여 특별지원이 필요한 학교가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원래 집값이 낮았던 지역에 있는 중․고등학교가 학교 발전을 위해 혁신학교로 탈바꿈한 것일 수 있다.

학력이 사회경제적 지위에 민감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곳일수록 집값이 낮을 것이다. 낮은 학력과 낮은 집값이 있는 지역에 더 많은 혁신학교가 세워지면서 마치 혁신학교가 학력과 집값을 낮춘 것처럼 연합하여 이해한 것이다.

인과관계를 역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즉,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과는 달리 혁신학교는 낮은 학력과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런 지역에 세워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들은 아파트의 배정 학교, 면적, 가격 등 정보를 상세히 제공해 준다. 다음은 이를 이용해 찾아본 자료들이다.

수락산역 주변에 위치한 수락중학교는 혁신학교이고, 노일중학교는 일반학교이다. 수락중학교 주변의 수락산벨리체아파트는 단위(m2)면적당 648만원이다. 그러나 노일중학교 주변의 수락한신아파트는 단위(m2)면적당 509만원이고, 상계현대1차아파트는 538만원이다.

증산역 주변에 위치한 연희중학교는 혁신학교이고, 가재울중학교는 일반학교이다. 연희중학교 주변의 DMC센트럴아이파크아파트는 단위(m2)면적당 1,345만원이다. 그러나 가재울중학교 주변의 DMC레미안e편한세상아파트는 단위(m2)면적당 1,058만원이다.

위에서 예로 든 정보들는 혁신학교 반대론자들의 말과 대조된다. 물론 준공 시기, 브랜드 파워, 전철역 접근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할 때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함에도 이러한 반대되는 정보를 근거 삼아 혁신학교 설립 여부와 부동산 시세를 연결짓는 주장의 타당성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2. 혁신학교는 사회통합을 유도한다

“세금 몇 푼 던져주고 얼씨구나 하는 곳에 가서 혁신하고, 여긴 혁신 필요 없으니 .......”

이 말은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시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청원문 속에 담겨 있는 표현이다. 이 표현은 많은 사람의 마음에 불신의 감정을 키웠다.

혁신학교를 혐오시설로 낙인 찍는 태도는 사회분열을 조장하는 것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 이러한 식의 혐오 프레임을 우리는 ‘종북’과 ‘좌빨’이라는 표현으로 경험했다. 강남 3구가 강남다워지는 데 얼마나 많은 주변 지역의 희생이 뒤따르는지 알면서 하는 소리인가? 강남 3구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는 어디로 향해 갈까? 그들이 내놓는 생활하수는 어디로 흘러 들어갈까?

자살률 독보적 세계 1위, 세계 불평등 지수 최상위권, 두 가지 지표만 보아도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분열된 사회임이 분명하다. 분열적 국가는 인종 차별, 소득과 소유 격차, 특권 세습이 심화 된다. 또한, 부자와 빈자 양쪽이 지역 차이, 문화 차이, 경험 차이가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극도로 분리되는 국가이다. 강남 3구는 강남공화국을 꿈꾸는가?

국제중, 특목고, 자사고 정책들은 공교육 내에서 대표적인 분리정책이다. 분리 뒤에는 특혜가 뒤따른다. 2018년을 기준으로 정부는 특목고 학생에게 일반고 학생의 3.4배를 투자하고 있고, 이 특목고 학생의 절반은 월 5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의 자녀들이다.

이렇게 특목고와 자사고를 다니던 강남의 아이들은 서울대에서 40%를 차지하고 있다. 계층 이동성이 낮은 상황에서 부모의 소득이 자녀의 교육 혜택으로 이어지고 자녀 혜택은 계층 이동성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빚는다. 이 과정 속에서 계층 분열이 가속화된다.

반면 혁신학교 정책은 주로 학력이 낮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다.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지위를 가진 학생들은 가정 및 지역의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낮은 학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들에게 맞춤화된 공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예산을 지원하는 사회 통합적인 교육정책이 혁신학교 정책이다.

또한, 학교가 학생과 지역사회에 맞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하여 사회경제적으로 낙후된 학생들의 학업이 향상되고, 결과적으로 계층 이동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혁신학교 정책은 공교육 내에서의 대표적인 사회통합 정책이다. 사회적 약자를 조명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의 평형을 되찾는 공정한 정책이다.

이런 혁신학교가 경원중학교에 생겨야 아이들이 사회 통합적 시각을 배울 수 있다. 잘 사는 아이든, 못 사는 아이든, 임대아파트이든, 지하방 월세 아이든 간에 더불어 민주시민교육을 배우고 사회정의에 대해 상상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강남 지역의 문제를 살펴보고, 현실 사회 맥락에서 필요한 지식을 창조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인종 분열이 심각해지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우리는 미국의 사례를 보아 잘 알고 있다. 코로나-19로 지역을 봉쇄하는 것만으로도 미국 사회는 인종 차별과 그에 항의하는 폭력 시위로 얼룩졌다. 이것은 사회분열이 얼마나 국민 모두에게 사회비용을 요구하는지 잘 알 수 있다.

3. 다시 입시 공화국이 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사교육은 최근 몇 년 동안 국민 소득과 물가지수가 연착륙되는 것과 관계없이 계속 팽창하고 있다. 수도권 16개 대학 정시 40% 확대 방안은 불타는 데 기름을 끼얹는 꼴이다. 서초구청에 경원중 혁신학교 반대 민원을 낸 자 가운데 학부모는 22%에 불과하였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세력이 개입되었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위해 우리 아이들이 희생될 수는 없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부르짖으며 아파했던 우리의 아이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강남의 아이들도 행복해야 한다. 학교를 성적 경쟁과 적자생존의 도가니로 몰아가려는 시도는 분쇄해야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경원중학교는 현재 혁신학교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경원중학교가 마을형혁신학교가 되었다면 아마도 경원중학교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주체가 되어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을 펼치고자 노력하였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교육 메카인 강남 3구에 사는 아이들부터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책임감,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참여를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우리 대한민국 사회가 갈등을 낮추고 통합을 이루는 쉬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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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국 2020-12-16 13:51:28
^^~* 참 좋은 글, 바람직한 글입니다!!!!!